[Review] 프린지 유일무이 예술 이야기 - 서울프린지페스티벌2019

글 입력 2019.08.25 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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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프린지 페스티벌>, 다른 곳에서는 접할 수 없는 새로운 장르와 스토리의 공연을 만나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 어떤 독립예술보다 자유도가 높고, 창작자의 색채가 뚜렷하며 지향점이 확고했던 공연들. 그 속에서 나도 함께 자유를 느낄 수 있었다.


문화비축기지의 첫인상은 정말 좋았다. 마포에 이런 곳이 있었다고? 함께 간 친구와 계속 감탄했다. 유난히도 날씨가 좋았던 날이어서 더 예쁘게 보였던 것 같은데, 기분 좋은 바람이 솔솔 불던 문화비축기지는 <서울 프린지 페스티벌 2019>에 딱 맞는 공간이었다.


도착했을 당시, 야외 공연이 곳곳에서 한창이었다. 그 소리를 들으며 길을 걷자, 목적지를 향하는 걸음이 괜히 더 흥겨웠다. 페스티벌의 묘미는 뷔페처럼 내가 원하는 공연을 선택해서 보러 갈 수 있다는 점이기에, 지나치는 공연들이 아쉬웠지만 그만큼 빨리 목적지에 도착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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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마인드프로젝트의 ‘미래, 도시’, 양새날(성아티스트)의 ‘성스런 이야기’와 씨베리안 탠저린의 ‘지옥애서 올라온 종북페미마녀 송아영씨의 신나는 쑈쑈쑈!’를 순서대로 감상했다. 더 많은 작품을 보지 못해서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예술의 범위를 넓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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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프린지페스티벌>을 통해, ‘예술’에 대해 내가 갖고 있던 시야를 넓힐 수 있었다. “이것이 예술이다.”라고 딱 말할 수 있는 것은 없지만, 그 틀마저 부실 수 있던 시간이었다.

그래서 어쩌면 누군가에겐 당혹스럽고, 어색한 경험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경험은 지금껏 스스로 예술이라 생각해오던 것에 대해 다시 돌아보고, 더 많은 것들을 예술로써 포용할 기회가 되었을 것 같다.

우리는 모두, 누구나 예술을 할 수 있다. 예술을 하고 싶은 당신은, 예술을 하라. 프린지가 해준 이야기였다. 프린지페스티벌은 예술은 멀리 있지 않고, 대단한 것이 아니며, 누구든 어떤 행위든 예술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프린지 아티스트들의 예술은 전부 특색 있고 멋있었고, 무엇보다 어렵지 않았다. 관객에게 많은 지식과 경험, 집중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그들이 준비해온 것들을 함께 즐기고 감상하며 우리는 모두 전부 그들의 예술을 함께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미래 사회, 페미니즘 등을 어렵지 않은 방식을 통해 관객에게 전달했고, 관객은 부담을 갖지 않고 그들의 이야기를 전해 들을 수 있었다. 깊고 심오한 방식으로 이야기했다면 더 많은 이들이 공감하기 어려웠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또한, 우주마인드프로젝트는 자신들을 '토커티브 비주얼 씨어터', 양새날 아티스트는 자신을 '성아티스트'라 부르며 기존의 아티스트의 범위를 더욱 확대했으며, 직접 자신의 정체성을 정해 자신만의 예술의 장을 형성했다.


자신을 성 아티스트라 소개했던 양새날씨와의 대담을 통해, 생각과 대화, 성 이야기가 그 자체로 예술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느꼈고, 프린지 속 예술인들이 관객과 소통하는 방식을 통해 우리 모두 예술적 행위에 언제든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어쩌면 내가 블로그에 끄적였던 글도, 교과서에 그렸던 낙서도 전부 예술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예술은 먼 곳에 있지 않고 우리는 누구나 자신만의 예술을 할 수 있다.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은 내게 일상을 예술로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선물해줬다.



예술의 장르를 파괴하다.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의 공연을 보면서 내가 “장르 구분”을 하며 가졌던 여러 선입견과 틀을 깰 수 있었다. 여러 콘텐츠가 섞여 하나의 작품을 만들었다. 물론 작품의 장르가 명시 돼 있었지만, 그건 그저 작품을 소개하기 위함이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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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도시


처음으로 관람한 우주마인드프로젝트의 ‘미래, 도시’는 장르가 연극, 전시로 돼 있었다. 하지만, 공연 중 그들은 노래를 불렀고, 악기를 연주했다. 또한, 관객에게 질문을 던졌고, 여러 참여를 유도했다. 흔히 생각하는 연극과는 다른 형태의 공연이었다.

프로그램북 내의 장르를 확인하기 전까지 ‘미래, 도시’는 밴드 공연이라고 생각했다. 공연 후 연극이었음을 확인하고, 어라 싶다가, 장르를 굳이 따질 필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창작자는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다양한 구성을 넣을 수 있다.

그간 공연이나 작품을 보러 갈 때 내가 너무 장르에 얽매어 어떠한 것을 기대하고 갔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극이라면 일정한 서사를, 음악 공연이라면 일반적인 구성을, 전시라면 보편적인 공간을 내가 스스로 정해두고 갔던 것 같다.

하지만, 예술을 대할 때 그렇게 틀을 정해 놓는 일이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장르는 작품들을 소개하고 분류할 수는 있지만, 장르로 작품을 한정 지을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서울프린지페스티벌>에서 여러 장르를 넘나드는 다양한 작품들을 볼 수 있었고, 허물어지는 장르의 벽을 통해 그 만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장르에 대한 일정한 기대를 내려놓고 아티스트가 준비한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니, 메시지 전달은 더욱 잘 다가왔고, 그 독창적인 구성이 눈에 들어왔다. 신선하고 즐거운 경험이었다.




관객과의 거리를 좁히다.



<서울프린지페스티벌>에서 나는 관객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들과 “함께” 예술을 즐겼던 기억이 난다. 관객 참여형 공연도 많았고, 공간 자체가 관객에게 주는 위압감이 없고 가까웠기 때문에 계속 아티스트들과 함께했다는 생각이 든다.

우주마인드프로젝트의 ‘미래, 도시’는 관객이 앉는 자리 곳곳에 흰 종이와 크레파스를 놓고, 공연을 보는 중 관객이 자유롭게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그 그림을 전시해 다른 사람이 그린 그림을 보고, 타인이 생각하는 미래 도시에 대해 나눌 수 있게 돼 있었다.

관객은 수동적으로 공연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공연을 통해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그림 즉 또 다른 형태의 예술로 표현할 수 있었다. 이 공연에서 아티스트는 우주마인드프로젝트만이 아니었다. 공연 후 전시의 주인공은 어쩌면 관객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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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양새날의 ‘성스런 이야기’는 대담으로, 관객과 아티스트가 1대 1로 대담을 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이곳에서는 관객은 “관객”이 아닌, 내담자로 주체적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아티스트와 함께 그 문제에 관해 이야기하고 조언을 받아볼 수 있는 자리였다.

편한 대화가 오갔지만, 아티스트와 나란히 앉아 나의 이야기를 하려 하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 대담은 관객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 양새날 님이 본인의 이야기와 함께 조언을 해주는 형식이었다. 무겁지 않은 대담의 분위기는 즐거웠고, 자유로웠다. 대담의 끝은 타로카드로 마무리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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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애서 올라온 종북페미마녀
송아영씨의 신나는 쑈쑈쑈!


씨베리안 탠저린의 ‘지옥애서 올라온 종북페미마녀 송아영씨의 신나는 쑈쑈쑈!’ 역시 공연의 후반부에 관객의 참여가 유도되었고, 마녀 컨셉의 송아영 아티스트는 관객에게 여러 행운을 빌어주며 공연을 바쳤다.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의 대부분의 공연은 관객과 함께 만들어가는 공연들이 많았다. 따라서 이 축제에서 관객은 상당히 주체적이고 필수적인 존재들이었다. 그만큼 참여하기 쉽고 친근한 공연이 많았고, 참여하고 싶은 공연도 많았다.


프린지에서 나는 아티스트의 이야기도 많이 들었지만, 아티스트가 해주던 나의 이야기도 많이 들었고, 그들에게 나의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기도 했다. 나는 정말 그곳에 초대되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참여한 사람 모두가 느꼈겠지만, 프린지는 정말 많은 것이 준비된 날 위한 축제 같은 공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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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좋은 날, 너무 좋은 곳에서, 정말 소중한 공연을 볼 수 있던 행복한 시간이었다. 탁 트인 문화비축기지에서 자유로운 예술을 만나며 많은 것을 배웠고, 또 많은 것을 비웠다. 내가 가지고 있던 예술에 대한 사소한 두려움과 거리감까지 전부 버리고 돌아올 수 있었다.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을 알고 참여할 수 있어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다른 곳에서는 절대 볼 수 없었을 많은 예술 작품과 공연들. 아티스트들의 노력과 열정이 그대로 느껴졌다.

다음번 페스티벌때는 3일 정도는 프린지의 독립예술을 보기 위해 시간을 쓰고 싶다. 더 많은 작품을 보지 못해서 아쉬웠고, 나의 프로그램 북 속에는 아직 많은 프로그램에 별이 쳐져 있다. 다음 프린지의 작품들이 벌써 궁금하다.

여름날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은 내게 많은 선물을 준 소중한 추억거리가 되었다. 나는 그곳의 아티스트들과 작품들이 참 편안했고, 따뜻했다. 더 많은 독립예술을 찾아 함께하고 싶다. 지금도 자신만의 예술로 세상에 목소리를 내고 있을 많은 독립예술가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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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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