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부동산을 바라보는 25가지의 눈 - 뉴필로소퍼, 부동산이 삶을 지배하는 사회 [도서]

누가 마지막 과자를 먹을 것인가?
글 입력 2019.08.16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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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잡지를 참 좋아한다. 먼저 글뿐만 아니라 감각적인 사진과 일러스트도 함께 즐길 수 있고, 다양한 사람들의 인터뷰를 읽는 것도 좋다. 또한 잡지사마다 다른, 그 브랜드만의 고유한 분위기를 슬쩍 엿보고 오는 기분이다.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잡지의 매력은 얇은 한 권으로도 다양한 분야의 이야기를 읽을 수 있다는 거다. 한 권으로 꾹꾹 눌러 담은 알록달록한 이야기를 통해 짧은 시간에 풍부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잡지의 가장 큰 장점이다. 그리고 <뉴필로소퍼>은 이런 잡지의 특성을 참 잘 살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뉴필로소퍼>는 “보다 행복하고 자유로운 방식으로 삶을 살아가도록 돕는”이라는 멋진 슬로건과 함께 3개월마다 발행되는 철학 잡지다. 두께가 꽤 있고 종이 재질도 빳빳하여 잡지보다는 책처럼 느껴지지만 단편적인 글로 이루어진 영락없는 ‘잡지’ 형식으로 구성된다. 이러한 내용을 담을 매개체로 ‘책’이 아닌 ‘잡지’로 선택한 것은, 철학에 대한 기초 지식이 없는 일반인도 쉽게 즐길 수 있도록 한 신의 한 수라고 생각한다.


철학이라 하면 다소 무겁게 느껴질 수도 있는 주제이지만, 많아야 열 페이지 정도의 단편의 글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접근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또한 읽다가 내용이 어려워져서 집중력이 떨어질 만한 순간 챕터가 마무리되기 때문에, 지치지 않고 호흡을 유지하며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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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호의 주제는 <부동산이 삶을 지배하는 사회>이다. ‘부동산’이라 하면 사실 철학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고, 경제적인 이야기에 대해서만 다룰 것 같다. 하지만 철학자, 심리학자, 경제학자, 연구원 등등 다양한 전문가의 의견을 담아내면서 한 가지 주제로도 폭넓은 이야기를 보여준다.


아직 이십대인 나는 모아둔 돈이 거의 없기 때문에, 부동산을 소유한다든가 사고 파는 이야기는 사실 확 와 닿지 않는 미래의 이야기이다. 그래서 부동산보다는 ‘소유’의 본질에 대해 고민해 보게 되었고, 아래 챕터를 가장 흥미롭게 읽었다.




<누가 마지막 과자를 먹을 것인가> - 철학자 나이젤 워버튼.




로코는 이 문제를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생각했다. 어떤 사람이 떡갈나무 아래에서 도토리를 줍는 순간, 그 도토리는 그것을 가지려는 작은 노력을 통해 그 사람의 정당한 재산이 된다. 누군가가 줍기 전에, 그 도토리는 아무나 주울 수 있도록 그 자리에 있었다. 그리고 그 이후에, 도토리는 줍기로 마음먹은 사람의 소유가 된다. 로크는 신이 인간을 창조할 때 자기 자신을 기초 재산으로 삼게 했다고 생각했다.


모든 사람이 그 재산을 소유하고, 그것은 신이 준 것이며, 다른 재산의 기초가 된다. 세상에서 어떤 일을 할 때, 우리는 자기 자신과 노동을 ‘혼합’한다.......로코의 자연 상태에서 어떤 사람이 땅을 경작하고 재배할 때, 그 이전에는 그렇게 한 사람이 없었고 그 땅의 소유권을 가진 사람도 없었다면, 그 땅은 노동을 혼합한 덕분에 그 사람의 재산이 된다.



그렇지만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비종교적인 관점에서 로크의 견해에 반대하면서 <공산당 선언>에서 사유재산제의 폐지를 주장했다. 결국 노동자들이 자신의 노동력 외에는 팔 것이 없는 상태가 되어 비참한 생활을 하는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아이들은 아주 어릴 때부터 “이 과자는 내 거야, 내가 찜했어!”하고 ‘찜’문화를 배운다. 다시 말해서 세상이 가장 기초적인 권리라고 여기는 정당한 소유권에 관해 어린 시절부터 학습하는 것이다. 그래서 마르크소아 엥겔스는 혁명을 통해 이를 극복하고 모든 것을 제자리로 돌려놓으면 세상이 좀 더 공정해지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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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크의 말처럼 당연히 노동은 필요하다. 타인과 나를 구분할 수 있는 지표이고 나의 소유권을 증빙해 줄 가치이다. 그렇지만 문제는 모든 사람의 노동력이 동등하지 않다는 것이다. 부유한 지주들은 노동력 이외에 팔 수 있는 것들이 많고 가진 것 없는 사람들의 노동력은 한없이 초라해지니까.


누가 어떠한 권리를 왜 갖는가는 우리 모두에게 중요한 문제이지만 쉽게 설명할 수조차 없다. 접시에 과자가 하나 남았을 때는 가장 먼저 자기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소유권을 가진다. 왜냐하면 과자를 자기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기회가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주어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보통 기회는 공평하지 않고, 우리는 접시에 남은 마지막 과자보다 훨씬 심각한 논쟁거리들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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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필로소퍼 7호
- 일상을 철학하다 -


엮음 : 뉴필로소퍼 편집부

출간 : 바다출판사

분야
인문/철학
문예지

규격
180*245mm

쪽 수 : 164쪽

발행일
2019년 07월 05일

정가 : 15,000원

ISBN
977-2586-4760-05-93

*
《뉴필로소퍼》는
1월, 4월, 7월, 10월
연 4회 발행되는 계간지이며
광고가 없습니다.





[이현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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