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당신만의 카페가 있다는 것은 [문화 공간]

글 입력 2019.08.11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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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치듯 향하는 곳



커피와 음악과 책, 옆에 놓인 얇은 볼펜과 노트. 머릿속으로 상상만 해도 마음의 안도를 느끼는 풍경이 있다. 생활에 지쳐 충전이 필요할 때마다 현실에서 도피하듯 나는 카페로 향하곤 했다. 한때는 이런 모습이 싫었다. 시간 낭비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카페에서 무언가 하는 것보다는 이 돈으로 독서실에 가보는 것은 어떨까. 어떤 날은 짐을 챙겨 휴식을 취하러 갔더니 시끄럽고 불편한 카페 속에서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은 적도 있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도망치듯 카페로 향한다. 그곳에서 생활을 다시 잡고 나를 돌본다.


커피를 좋아한다. 대학생 신분으로 한 아르바이트는 전부 카페를 선택했고, 하루의 피곤과 노고를 보상받는 듯 향기로운 커피는 나에게 안식이 되어주곤 했다. 카페마다 조금씩 다른 원두의 맛과 멋진 인테리어는 일상의 재미가 되었다. 무언가를 지극히 좋아한다는 것은 깊이 빠지는 것, 남들이 알아보지 못하는 미묘한 차이들을 느끼고 그것에 즐거워하는 것이다.


나에겐 커피 그리고 카페가 그랬던 것 같다. 카페마다 다른 라떼의 맛을 즐기는 것도 기대되고, 마치 전시회나 되는 듯 멋진 카페가 있는가 하면, 소박하고 아기자기한 카페들도 있다. 멀고 긴 여행을 떠나서도 마음에 드는 카페를 하나 발견하면 곧장 자주 가는 아지트로 삼곤 한다. 그리고 일상으로 돌아와 여행의 추억과 함께 그곳의 분위기를 곱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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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의 노팅힐 어느 카페에서



친구들이 내게 말하길 ‘나다운’ 카페들이 분명하다고 한다. 지나다가 어떤 카페를 보면 꼭 내가 좋아할 것만 같다며. 깔끔하고 저마다의 개성이 있는 곳, 가사가 없는 곡이나 재즈가 배경 음악으로 깔리는 곳, 그리고 무엇보다 조용한 곳. 그런 곳이 있다면 ‘나다운’ 카페가 될 것이다. 이 글은 카페를 즐기는 사람의 카페 찬양록이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카페를 좋아하는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세상살이 속 장점들에 대해서 이야기로 풀어보고 싶다.




카페는 문화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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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 한 카페의 특이한 공간 인테리어


이제 카페는 단순히 커피를 마시러 가는 곳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어느 지역에 여행을 가더라도 좋은 카페 하나를 물색해 일정의 하나로 잡는가 하면, 카페와 콜라보레이션을 하여 작가들은 작은 전시회를 연다. 동네의 풍경을 대표하는 것이 카페가 되기도 한다. 한옥 풍경이 즐비한 곳에서는 한옥 카페가, 이태원이나 해방촌과 같은 자유로운 분위기의 동네에서는 또 그에 맞는 카페들이 들어선다.


이제는 너도 나도 카페에 가서 사진을 찍고 인터넷에 업로드를 하는 시대가 되었다. 수요만큼이나 복제를 해놓은 듯 개성 없는 카페가 많아진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복제된 카페가 아니라 여기는 ‘진짜다!’라고 느끼는 순간 그날의 카페 휴식은 성공적으로 남고, 그곳은 나에게 아지트가 된다.


많은 카페들을 다녀보며 느낀 것은 카페의 주인이 자신만의 라이프 스타일이 있고 커피 맛에 신념이 있다면 카페라는 공간에서 드러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스타일과 신념이 우리가 손님으로서 발걸음을 계속 향하게 하는 중요 포인트가 된다. 단순히 커피 한 잔이 아니라 우리는 이제 분위기와 멋을 즐기러 카페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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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블루보틀 공식 홈페이지


몇 달 전 커피계의 애플이라고 불리는 한 커피 브랜드가 서울에 상륙했다. 사람들은 커피를 마시기 위해 5시간 이상의 긴 줄을 섰다. 그들이 줄서기를 마다하지 않고 그곳에 열광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분명 카페라떼 한 잔을 마시기 위한 거라면 그렇게 줄을 서며 기다리진 않았을 것이다. 같은 동네만 해도 카페들이 여러 곳 있으니 다른 곳에 가면 될 일이다. 하지만 그곳만이 가지고 있는 커피에 대한 신념, 브랜드 가치와 같은 것들이 한데 어우러져 사람들에게 매력적으로 작용했고, 하나의 문화 공간처럼 여겨진 것이다.


위의 브랜드뿐만 아니라 많은 카페들이 사람들에게 매력적인 '공간'과 '가치'로서 다가가고 있다. 카페와 커피는 현대인에게 이제 뗄 수 없는 존재이다. 이왕 한 번 즐길 것, 제대로 멋진 곳에서 즐기자는 마음이 생긴다. 바쁘고 쉴 틈 없는 생활 속에서 방문한 카페가 커피뿐 아니라 즐길 것들이 많은 곳이라면 또다시 찾아가고 싶을 것이다. 이제는 카페도 문화 공간임이 분명하다.




영감의 원천, 가장 가까운 '비일상'



유럽 여행을 하며 많은 노천카페들을 지나가니 이곳도 한때 작가의 작업 공간이 되진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카페는 영험한 분위기가 있다. 커피를 테이블에 올려놓고 마주 앉은 상대와는 괜히 더 깊은 마음속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만 같고, 비 오는 날 창가에 앉아 고요히 바라보는 밖의 풍경은 더욱 낭만적이다. 그런 날은 챙겨간 책 속으로 더욱 깊숙이 빠져들 것만 같다.


실제로 유럽에서 유명한 예술가들이 자주 방문했던 장소라며 소개하는 곳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괴테가, 카프카가 앉아 작품을 만든 곳이라면 나도 한 번쯤 그곳에서 혼자 글을 써 내려가고 싶다. 집에서도 도서관에서도 느끼지 못하는 카페만의 공간 특수성이 존재한다. 뇌를 말랑말랑하게 하고 생각을 자유롭게 하는 주술과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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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카페를 즐기게 된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지루한 일상 속에서 손쉽게 ‘비일상’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라 답할 것이다. 반복되는 일주일, 어느 날은 살고 있는 이 터전에 싫증이 나기도 한다. 하지만 시원한 바다로, 다른 도시로 마음을 먹는다고 해서 쉽게 떠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니 도심 속 내가 살고 있는 이 터전에서 가장 비일상적이고 독특한 행복을 찾아 카페로 향한다. 커피 한 잔의 값을 챙겨서.


도시에도 즐길 것은 많다. 하지만 카페라는 공간은 보다 내면에 집중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빽빽한 일정들과 지친 생활 속에서 한숨을 고르고, 다시 일상을 살아가게 하는 정신적인 위로를 제공한다. 카페로 향한다는 것은 일상의 루틴에서 손쉽게 벗어나 그곳의 동네 풍경을 즐기고, 공간 자체를 즐기고, 음악을 즐기고, 커피를 만든 사람의 생각을 읽는 일이다.


앞으로도 나는 끊임없이 나만의 카페를 찾아 도시를 누빌 것 같다. 가장 가까운 비일상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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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경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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