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자기소개 [사람]

글 입력 2019.08.10 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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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소개를 해 보고 싶어졌다.

 

사실 나는 나를 드러내는 것을 퍽이나 좋아한다. 그렇지만 그동안 나를 소개한다고 했던 것이 정말 ‘나’인 것인가. 라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내가 아는 것이 내가 맞나?

 

이전의 글에서도 밝혔듯이, 나는 나를 소개하고 나를 판매하는 것은 정말 잘한다. 하지만 진정한 나를 소개한 적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겉으로 보여지는 모습에 집중할 뿐, 그래서 내가 보여지는 것을 꾸며내려고 외모나 소위말하는 '있어보이는' 것에 집중했다. 그래서일까. 사실, 나도 나를 모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나를 소개할 때, 가장 많이 했던 말은 나의 소속이었다. 내 대학으로 나를 소개했었다. 어디 학교, 무슨 과에 재학 중인 나. 라고. 그래서일까? 나는 졸업이 두려웠다. 내가 만약에 졸업을 하여서 소속이 없어지면, 내가 없어지는 것같았다. 나는 대학에 다니는 동안, 딱히 취직을 준비한 적도 없고, 졸업을 한다면, 말 그대로 ‘무소속’의 무직이 되어야하니까. 그래서 졸업이 두려웠다. 나 자신을 그저 바라볼 준비가 안 되었던 것 같다.

 

자연스럽게 대학원을 생각했다. 겉으로는 더 많이 공부하고 싶어서라고 했지만,(이 이유도 없지는 않다. 나는 더 자세히 그리고 내가 원하는 공부를 하고, 나와 다른 사람의 의견들을 듣고 마음껏 연구하고 싶다) 어쩌면 더 큰 이유는, 내가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고, 학생이라는 이름아래, 그래도 큰 부담감 없이 살 수 있어서.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비겁한 인간이다. 그냥 소속감이 그리워서 어릴 때는 좋아하지도 않는 것들을 좋아한다고 말했고, 덕질을 할 때도 그 대상을 좋아하기도 했지만, 그 안에 소속되어 있다. 남들과 ‘같이’있다는 것을 느끼려고 수단으로 덕질을 했던 것 같다. 남들과 같은 것이 싫다고 말하고 다니면서도, 실은 남들과 다른 길을 걷고 혼자가 되는 것이 두려웠다. 그래서일까. 우울증, 조울증으로 칩거 생활을 할 때, 나는 한 커뮤니티에 중독되어있었다. 밥도 먹지 않고, 잠도 자지 않고, 하루 종일 그 것만 바라봤다.


지금 생각하면, 어쩌면, 그 때의 나는 나 혼자만 그런 것이 아니야. 라는 안도를 느끼고 싶어서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나 혼자만 이렇게 힘든 것도 아니네. 이 사람은 심지어 나보다 심각해. 불쌍하다. 이러면서 스스로를 위안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들의 위로에, 내가 잘못된 인간이 아니라는 안도감. 그 안도감에 도취되어 나는 커뮤니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지금도 나는 나쁜 습관이 있다. 힘들 때면, 그 힘든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 나보다 힘들어보이는 사람들을 보면서, 그 들을 위로하는 척하지만, 실은 그 들이 힘든 것을 보면서, 휴 다행이다. 라는 생각을 한다. 위험하고 비겁한 인간이다. 나는 이렇게 늘 가면을 쓰고 나의 상처나 힘든 것을 그대로 바라보지 않았다. 그리고, 나를 소개할 때 정말 ‘나’를 소개하기 보다는, 늘 외부의 기준이나 나의 외부적 특징만 열거했다. 심지어 있어보이는 것들로만.

 

내가 진짜로 좋아하는 것이 뭘까. 남들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고, 정말로 내가 좋아하는 것. 그것이 궁금하다. 책을 읽으면서도, 내가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나. 그냥 심심해서 읽는 건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심심해서 읽는 것이, 내가 좋아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혼란스럽다. 심심해서 재즈를 듣고, 심심해서 그림을 그리고 심심해서 글을 쓰는 것인데, 나는 그 것들을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연기를 사랑한다고 생각했다. 요즘은 혼란스럽다. 정말 연기를 좋아하는 것인지, 아니면 연기를 하는 내 모습, 거기에 열중하는 내 모습이 좋은 것인지. 누군가와 사랑을 할 때도 그랬다. 짝사랑을 하더라도, 내가 그 사람 자체를 좋아하는 것보다, 그 사람을 사랑하면서 내가 준비하는 마음, 편지 쓰거나 선물을 준비하는 행위자체를 좋아했던 것 같다. 모든 것이 혼란이다.

     

어쩌면 그 것 조차도 ‘좋아함’의 일부분이 될 수 있을지도. 혼란이 가득해 가장 가까운 존재인 나도 소개 못하는 나날들이 지나가고, 진심으로 나를 소개하는 날이 오기를 바라며. 하지만, 빨리 빨리 라는 마음은 버리기로 했다. 그저 천천히 가더라도 내가 가는 방향을 알고 그 목적지를 잃지만 않게 가고싶다. 나는 지금 숨 쉬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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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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