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나랏말싸미, 두고두고 곱씹어 보게 하는 작품 [영화]

글 입력 2019.08.05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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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4일 개봉한 <나랏말싸미>를 관람했다. 워낙에 언어나 그런 생성 배경에 관심이 있던 터라 예고편만 보고도 가슴이 설렜기 때문에 개봉 전부터 관람을 기다려 왔던 그런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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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나랏말싸미>는 훈민정음 서문의 맨 첫 다섯글자이다. 나랏말싸미 듕귁에달아 문자와로 서로 사맛디 아니할세.. 로 시작하는 훈민정음 서문은 세종대왕의 백성을 아끼는 마음과 그로 인한 훈민정음 창제 동기와 목적이 잘 드러나 있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나랏말싸미>는 훈민정음 창제와 관련된 이야기를 다루는 영화다.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신미스님과 세종대왕이 합작하여 소리 글자인 한글을 만들어 내는 과정을 그린 이 영화를 보고 난 후 나는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많은 생각에 잠겼다.


우선 가장 아쉽게 느껴졌던 부분은 다음과 같다. 훈민정음에 관한 이야기를 자세히 모르는 사람이라면, 자칫 한글이 산스크리트어에서 기원했다는 오해를 심어줄 수 있는 구성이다. 극 중에서는 스님들이 불경을 외우며 산스크리트어를 읊는 장면이 여러 번 나온다.


한자, 즉 뜻 글자는 백성들이 배우고 쓰기 어려울 것이라 판단하여 고전하고 있는 세종에게 산스크리트, 티벳어등의 소리 글자에 대한 영감을 준 것도 신미 스님이었다. 그러나, 한글 글자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산스크리트어와 기타 언어의 문자들을 써놓고 조합하듯이 한글을 만들어낸 장면이나, 산스크리트어 발음을 하면서 한글 발음을 조합해 낸듯한 장면은 잘 모르는 이가 봤을 때 오해를 사기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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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 신미 스님 역할로 나온 박해일 배우



다음으로 세종 대왕의 업적이 너무나 폄하된 것만 같은 안타까움이 드는 장면들이 여럿 있었다. 대표적으로 영화의 말미에 열성적인 훈민정음 편찬 작업으로 눈을 거의 잃은 세종이 혼잣말로 “임금 노릇 30년 만에 남은 것이라곤 이것(훈민정음) 하나뿐이로구나”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세종대왕이 훈민정음 편찬이라는 업적 외에도 과학, 음악, 농업 분야에서 많은 업적을 이루어 낸 것은 역사 교과서에도 분명히 기록되어 있는 사실이다. 이런 세종을 스스로의 고집으로 중전의 죽음을 지키지 못하고, 한 분야 (한글 창제)에만 몰두하여 정사를 돌보지 않는 듯한 임금으로 그려내는 설정은 다소 안타까운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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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세종대왕역의 송강호 배우
신미 스님역의 박해일 배우
소헌왕후 역의 고 전미선 배우



현재 <나랏말싸미>는 개봉 초 기대와 달리 ‘역사왜곡’이라는 여론의 비판을 받고 있다. 나 또한 위의 두 가지 생각이 든 것으로 볼 때 이러한 비판은 <나랏말싸미>가 당면한 과제라고 본다.


그러나 언어와 그와 관련된 이야기, 예컨대 언어 생성의 구체적인 이야기에 흥미 있어 하는 나와 같은 관객이라면 언어의 문자와 소리를 확정해 나가는 장면들을 재미 있게 관람할 것이다.


<나랏말싸미>를 볼 예정이라면 영화 속 주인공들의 열연과 해인사 장경판전 등 우리 나라의 아름다운 문화재들이 담긴 영상미는 즐기되 이러한 사실들을 숙지하고 가는 것이 어떨까.



[황혜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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