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IMAGE over IMAGINATION, 에릭 요한슨 사진전

상상의 즐거움을 거부하며 살아가는 그대에게
글 입력 2019.08.04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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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_700.jpg
 


언젠가부터 상상을 할 여유가 없어졌다



어렸을 적 내게 상상은 즐거운 일이었다. 이러면 어떨까, 저러면 어떨까. 지금 내 눈 앞에는 없지만 있었으면 하는 것들을 상상하며 머릿속에 그려보고, 주변 친구들에게 내가 상상한 것을 이야기해서 그들의 상상을 내 상상 위에 얹었다.

 

상상력 하나만으로 친구들과 함께 별도 따보고, 산타클로스를 따라 다니며 착한 아이들에게 선물도 주고, 화성인과 대화도 해보며 즐거워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어느 순간부터 상상은 사치가 되었다. 나뿐만 아니라 주변 친구들에게도 말이다.


이러면 어떨까? 저러면 어떨까? 분명 어렸을 적의 우리에게 이 질문들은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새로운 우주를 만들 수 있게 해준 마법의 질문들이었는데, 지금은 ‘김칫국 마시기’ 또는 ‘현실 감각 잃은 이야기’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지금 우리 앞에 놓여있는 현실이 너무 팍팍하게 느껴져서 그 이상의 것을 상상하며 즐길 여유가 없기 때문일까.

 

하지만 상상이 ‘김칫국 마시기’ 정도의 사치가 되었다고 해서 상상의 즐거움이 줄어들거나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이런 상상을 하며 즐거워할 시간적, 정신적 여유가 없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끔씩 머릿속을 침범하는 비현실적 상상은 우리에게 크나큰 즐거움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는 시간적, 정신적 여유가 없다는 이유로 상상의 즐거움을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거부하는 것일 뿐이다.


 


에릭 요한슨의 상상에 빠져들다



여유가 없다는 이유로 억누르고 있던 상상에 대한 욕구 때문인지, 에릭 요한슨의 사진전은 내게 엄청난 희열을 주었다. 나는 상상을 하는 것조차 사치라고 생각하며 의도적으로 피하는데, 에릭 요한슨은 상상을 하는 것에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가 이를 현실처럼 표현했다는 점에서 크나큰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Full Moon Service.jpg
 


위 작품은 달의 모양을 매번 바꿔주는 서비스가 있다는 상상을 사진으로 표현한 <Full Moon Service>다. 매일 밤 바뀌는 달의 모양을 보면서 그 이유에 대한 상상을 한 번쯤은 해보았을 것이다. 나도 어렸을 적 매일 밤 바뀌는 달의 모양을 보며 30개의 달을 하늘나라에서 매일 바꾸어 달아놓는다고 생각했었다.


다만 과학 시간에 달의 모양이 매일 다르게 보이는 지구과학적인 이유에 대해 배운 뒤로는 그 상상을 발전시킨 적도, 상상을 다시 한 적도 없을 뿐. 초등학생 시절 이후 떠올린 적이 없는 상상의 소재를 이야기로 듣는 것도 아닌 내 눈으로 직접, 사진의 형태로 보는 경험은 너무나도 생소하게 느껴졌고, 그래서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섬세하기에 더 빠져든다



에릭 요한슨은 자신이 찍은 사진들을 수백 장의 레이어로 조합하여 작품을 만든다. 그리고 그 수백 장의 레이어들은 작품의 섬세함을 불어넣는 데에 사용된다.


<Full Moon Service>를 보면, 날짜별 달의 모양이 적혀 있는 표를 붙여놓은 차, 달의 모양이 그려져 있는 모자를 쓰고 있는 배달원들, 색, 크기, 밝기 크레이터 모양까지 전부 다 다른 달들, 별들이 빛나고 있는 아름다운 밤하늘까지 작품의 아주 작은 부분도 섬세한 디테일로 채워 넣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섬세함은 보는 이로 하여금 그의 상상 속 세계에 더 빠져들게 한다.


 

Self-supporting.jpg
 


커다란 바위와 바위 사이에 집으로 다리를 놓는다는 상상을 사진으로 표현한 <Self-Supporting>에서도 에릭 요한슨의 섬세함은 돋보인다. 바위와 바위 사이에 놓인 건물들이 ‘집’이라는 점을 표현하기 위해 에릭 요한슨은 몇몇 집 위에 널려 있는 빨래와, 건물 안에 들어가려고 하는 사람까지 섬세하게 합성해 넣었다.


또한, 모양도, 색깔도, 창문의 모양도, 지붕의 생김새도 전부 다 다른 7개의 집을 섬세한 감각으로 조합해 놓아 서로 위화감이 없게 표현한 점에서도 에릭 요한슨의 섬세함은 빛이 난다.

 

*

 

상상을 할 여유를 잃은 현대인들에게, 에릭 요한슨은 상상력이 주는 즐거움을 다시 한 번 깨우쳐 준다. 힘든 현실을 잠시 잊고, 에릭 요한슨이 만들어낸 강렬한 상상 속 세계를 마음껏 풍미해보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꼭 에릭 요한슨전을 가보길 추천한다.





[김태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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