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여러분, 뷰티는 자유입니다 - 메이크업 투 웨이크업2 [공연]

글 입력 2019.08.03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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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무더위를 피하러 백화점에 들어갔다. 선선한 에어컨을 즐기며 돌아다니다 보니 키즈 매장이 모여있는 곳에 다다랐다. 그런데, 귀여운 아기 옷들과 신발 사이로 위화감이 드는 곳이 하나 있었다. 키즈 뷰티 매장이었다. 그곳에선 6살쯤 되어 보이는 아이 2명이 분홍색 가운을 입고, 얼굴엔 마스크팩을 붙인 채, 네일을 받고 있었다. 흔히, 1층 성인 화장품 코너에서 볼 법한 풍경에 낯설지 않은 듯, 묘하게 낯선 기분을 느꼈다.


최근, 아프리카 방송이나 유튜브 등을 통해 일찍이 뷰티 영상을 접한 어린이들의 화장 시작 연령이 낮아지고 있다고 들었다. 화장을 안 하면 소외감을 느낄까 봐, 혹은 괜히 질이 좋지 않은 화장품을 쓸까 봐 부모가 직접 아이의 화장품을 사주는 경우도 다수라고 한다. 대학교에 입학하고 나서야 겨우 화장의 세계에 입문한 필자로서는 아직 초등학교에 입학하지도 않은 아이들이 뷰티 케어를 즐기고 있는 모습이 정말 낯설고 놀라웠다.

 

그러나, 화장을 포함한 온갖 '꾸밈'은 과연 자유롭고 자발적인 선택인가?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화장을 하지 않은 채 밖을 나가기 두려워하고, 하루에도 몇 번씩 체중계에 올라가 몸무게를 확인하며, 외출 전 거울 앞에서 오랫동안 어떤 옷을 입어야 할지 고민한다. 이런 것들이 과연 온전히 나만의 의지로 하는 자발적인 행위인가에 대한 물음의 답을 이번 연극 <메이크업 투 웨이크 업 2>가 보여주지 않았나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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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메이크업 투 웨이크 업 2>는 유행에 뒤처지고 '일반적인 미'의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여성들이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다는 설정을 바탕으로 한다.


하지만 이야기의 전반은 이 미스터리한 납치 사건의 발생과 해결에 초점을 맞추기보단 사회가 어떻게 반응하는가를 세밀히 묘사하는 것에 초점을 두었다. 그렇기에 이야기의 기승전결에 있어선 아쉬움이 남지만 무거운 주제를 한결 재미있고 풍자적으로 풀어내고 있다는 점에서 그를 상쇄할 만큼의 가치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무대에 선 두 배우의 모습들을 보다 보면, '웃프다'라는 단어가 절로 떠오른다. 두 배우가 거울을 보며 뱃살을 탕탕 쳐보거나 허벅지를 주무르는 행동, 조심스럽게 올라간 체중계를 보고 흠칫 놀란 뒤 운동하는 모습은 우리의 일상 속 모습과 너무 비슷하여 깔깔 웃게 되지만 그 웃음 뒤에는 왠지 모를 쓴맛이 남아있다.


특히, 하이드 아웃 납치 사건이 일어난 후 펼쳐지는 뷰티 운동에서 그 '웃픔'은 더욱 고조된다. 여러 여성들은 자신이 '꾸밈'을 행한 뒤 어떻게 변화했는지 이야기를 나눈다. 긍정적 경험의 공유는 더 많은 여성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동시에 운동을 격화시킨다. 최고의 관리 방법을 뽐내는 콘테스트에서는 '물과 소금만 마시는 다이어트법'이나 '깁스를 해서 다리를 가늘어지게 하는 법' 등 어디선가 들어봄직한 것들과 함께 '못으로 혈자리를 뚫어준다'라는 무시무시한 방법까지 등장한다.


한껏 운동이 고조된 순간, 이 무시무시한 방법을 선보인 여성 참가자는 결국 목숨을 잃는다. 그리고, 하이드 아웃 사건의 대응 방안으로 펼쳐졌던 뷰티 운동은 알고 보니 매출을 위해 화장품 회사가 주도했던 것이라고 밝혀지며 연극은 다소 급작스럽게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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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연극에선 커다란 스토리보다 작은 디테일에 주목을 하고 싶다. 배우들의 몸짓 하나, 대사 하나에 더 큰 의미가 담겨있다. 연극의 중반, 뷰티 운동을 주도하는 사람은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며 "여러분, 뷰티는 자유입니다."라고 이야기한다. 그는 자신이 사회적인 미의 기준을 충족하는 사람이 되며 한결 더 많은 것을 쉽게, 자유롭게 행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실제로, 사람들의 아름다움과 매력이 성공에 긍정적으로 영향을 끼친다는 의미에서 '매력 자본'이라는 단어가 존재한다. 예쁜 사람, 아름다운 사람이 상대의 호감을 쉽게 살 수 있고 이를 이용해 성공에 한걸음 더 가까워질 수 있기에 '아름다움'도 그 사람이 가진 하나의 '자본'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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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말 '꾸밈'은 자유일까? 온전히 스스로 내린 자발적인 선택이며 개인을 자유롭게 만드는 하나의 방법일까? 꾸밈이 정말 자유였다면 연극 속의 두 배우는 길을 걸을 때, 끔뻑이는 눈들을 두려워하지 않았을 것이다. 초코파이를 먹고 싶은 욕구를 참아가며, 운동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줄자가 허리를 졸라매는 꿈을 꾸지 않았을 것이다.


이러한 행위들을 통해 이번 연극 <메이크업 투 웨이크업2>는 "뷰티는 자유이다"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말하고자 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영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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