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틀을 깨는 상상력, 에릭 요한슨 [전시]

무한한 상상과 재치있는 아이디어
글 입력 2019.08.03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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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서울의 첫 집중호우주보가 발효된 날, 친구와 함께 에릭 요한슨 사진전을 찾았다.



동화 같은 상상력


 

한 여자가 걸어간다. 그녀 뒤에는 강아지가 뒤따라오고 있다. 다만 강아지는 걷지 않고 풍선에 대롱대롱 매달려있다. 이 작품의 제목은 lazy dog-게으른 강아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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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zy dog



이처럼 에릭 요한슨은 익숙한 현실에 약간의 위트와 상상력을 불어넣어 생동감 넘치는 이미지를 창조하는 사진가다. 그가 한국-스웨덴 수교 60주년을 기념해 한국 특별전을 열었다.

 

달을 주기적으로 교체하는 사람들이 존재하고, 양의 털이 뭉게구름이 되어 날아간다. 도로는 절취선을 따라 둘로 나누어지고 기차역 끝에는 처음 보는 낯선 동네가 존재한다. 어릴 적 동화책에서 읽었거나 무한한 상상에 빠져 한 번쯤 떠올려봤던 광경들이 눈 앞에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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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t them free


시간 속에 빛바랜 상상력을 꺼내어 보게 해주는 작품들 앞에서 관객들은 닫혀있던 상상의 문을 열고 마음껏 사진을 감상할 수 있다. 현실의 단단함과 환상의 부드러움이 공존하는 사진 덕분에 전시 공간 자체가 마법에 걸린 듯한 착각이 들기도 했다.

 

에릭 요한슨 사진전은 단순히 벽에 걸려있는 사진뿐만 아니라 천장에 걸려있는 구름, 사진에서 튀어나온 거울 조각, 마치 하나의 트릭 아트 같은 사다리와 양들이 그려진 벽 등- 관객이 직접 사진을 찍으며 즐길 요소가 곳곳에 숨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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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력 속 날카로운 통찰


 

그러나 에릭 요한슨의 사진에 천진한 상상만 담겨있는 것은 아니다.

 

한 남자가 풀 밭 위로 길을 깔며 나아간다. 제목은 Go your own road- ‘너만의 길을 가라’다. 한 남자가 자신의 몸집보다 큰 시계들을 이끌며 힘겹게 걸음을 옮기고 있는 다른 사진의 제목은  Give me time-‘내게 시간을 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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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 your own ro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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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ve me time


에릭 요한슨의 사진에는 삶을 이해하는 모든 이들이 공감할만한 메시지가 담겨있다. 현실에 지친 이들을 다독이고 누구나 한 번쯤  떠올려 봤을 일들을 시각적으로 표현해 명확하게 전달한다.


상상력 속 이런 날카로운 통찰력 때문에 그의 작품이 단순한 몽상이 아니라 일리 있다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게 됐다.


도슨트 분의 설명을 듣다보니 에릭의 사진전에는 한국어로 번역된 작품 제목이 달려있지 않았다. 이는 영어 단어의 수많은 뜻 중에 사진을 보고 관객 스스로에게 가장 와 닿는 의미로 해석하라는 의도가 담겨있다고 한다. 관객에게 해석의 여지를 남겨준 덕분에 친구와 작품 앞에서 오래오래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다시, 상상하자!


왜 우리는 지금 이런 상상을 하지 못할까요? 머리가 굳어 버려서? 바쁜 일상 속에 지치고 불안한 현실 속에 생각할 시간이 없어서? 틀린말은 아닙니다. 


다만, 자신의 이상형과 데이트 하는 상상은 가끔 하지 않으신가요? 여러분의 상상력은 단지 방향을 잃었을 뿐입니다.



그의 작품 중에서 가장 뇌리에 박혔던 작품은 'Soundscape', 소리가 만들어낸 풍경이라는 단어를 이렇게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 정말 감탄했다. 한 단어에서 이런 상상을 이끌어 낼 수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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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scape


에릭 요한슨의 작품을 보다 보니 언젠가부터 현실에 갇혀 마음껏 상상하는 일이 점점 줄어들었다는 점을 깨달았다.

더 즐겁고 행복한 삶을 위해서 이제 다시 상상을 시작해야 할 때가 왔는지도 모른다. 사실 일상에서 잠시 멈춰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상상에는 한계가 없고 아주 넓고 빠르게 나아갈 수 있으니 말이다.


상상력에게 공간을 주기 위해 일상에서 의식적으로 여유를 가져봐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엉뚱한 생각 속에 기발한 아이디어가 숨어있지 있겠지-나는 앞으로 어떤 상상을 하게 될까, 들어올 때보다 더 큰 기대감을 가지고  전시장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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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에릭 요한슨의 상상력을 빌려 생각의 틀을 깨고, 지루한 일상에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재치를 불러오는 건 어떨까.



*

에릭 요한슨 사진展
 'Impossible is Possible' 

일자 
2019.06.05 ~ 2019.09.15

시간
오전 11시 ~ 오후 8시
(입장마감: 오후 7시 20분)
매달 마지막 주 월요일 휴관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7전시실

티켓가격
성인 12,000원
청소년(만13세-18세) 10,000원
어린이(36개월 이상-만 13세) 8,000원

후원
주한스웨덴대사관



정선은 태그.jpg


[정선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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