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피아노 학원, 그래서 뭐가 중요한 거죠? [음악]

당연한듯, 사실은 당연하지 않은.
글 입력 2019.08.01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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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피아노’를 전공으로 삼고 있는 본인에게 피아노 학원은 너무나 밀접했다. 어렸을 땐 남들과 같은 예술적 소양을 위해, 그다음은 본인의 선택이었으며, 성인이 된 후로는 꽤 오랜 시간 선생님으로서 피아노 학원에 출근다. 그만큼 그 분야에 대한 지식과 시야가 넓어져, 어렸을 땐 느끼지 못했던, 선생님이 되어 느끼고 있는 점들이 다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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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바라보는 가치관



어린 시절, 피아노 학원에 다니지 않던 친구는 정말 별로 없었다. 본인은 스스로 하겠다고 부모님을 졸라서 시작한 케이스지만, 대부분의 친구들은 부모님이 시켜서 다니는 경우가 허다했다. 사실 그 점은 수십년이 지난 아직도 굳건히 유효하다. 본인이 음악을 진심으로 좋아해서 전공으로 삼는 것이라 명백히 주장할 수 있는 이유는, 같이 학원을 다녔던 친구들 중, 본인 혼자만 전공을 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외국에서 생활을 할 때, 본인은 피아노 강사와 반주자로서 활동을 한 적이 있다. 본인이 지냈던 나라는 비전공생들을 대상으로 한 피아노 학원이 거의 없으며, 대부분 과외로 수업이 먼저 짧게 진행된다. 그 후 정말 진지하게 임할 아이들만 전공을 위한 학원의 시험을 통과하여 들어갈 수 있는 시스템으로 이루어져 있다. 물론 욕심 있는 부모님들도 분명 있었겠지만, 전반적인 ‘음악’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를 보자면 그렇다. 사뭇 다른 분위기에 놀라며 그때 만나게 된 한국인 어머니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오랫동안 변하지 않은 그 관습에 대해 말씀드렸더니, 어머니는 이렇게 대답해 주셨다. “음악을 하나 시키고 싶기도 했고, 한국에서는 남들이 모두 하니까 애가 싫어해도 안 시킬 수가 없었어요. 그런데 여기 오니까 정말 할 사람만 하더라고요.” 너무 당연한 답이었고, 이를 잘못됐다고 말할 수 없다.


한국의 거의 모든 사람들은 ‘예술’이라는 힘을 믿고 있다는 증거가 될 수 있으니. ‘음악’이라는 예술은 거의 대부분의 나라에서 중요시되고 있다. 그저 쌓인 사회적 분위기와, 가치관이 다를 뿐 우리나라의 가치관이 그렇게 형성돼 왔던 것이다. 그렇다면, 정말 중요한 건 무엇인가?




정말 중요한 것



전공을 하지 않는 아이들이 보통 피아노 학원을 다니는 경우는 약 6살부터 중학교 1학년 까지다. 우리나라 교육의 특성상, 중학교 2학년 때부터는 본격적으로 고등학교 진학을 위한 내신을 챙겨야 하며 그에 대한 대비를 하기 바쁘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니는 학생들도 분명히 존재하지만, 많지는 않다.


그렇게 대부분 어린아이들의 학부모님들과 상담하며, 선생님으로서 조금은 이질감을 느낀다. 아이들의 예술적 소양은 뒤로하고, 일단 진도부터 욕심 내시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리고 무엇이 대체 진정 중요한 것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학교 수업을 훨씬 앞설 수 있는 빠른 진도? 아이들의 즐거움?


본인의 답은 항상 천천히 학교 진도에 무리 없게 하되, 즐거움을 잃지 말자. 즐거움을 잃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진도는 따라갔지만, 즐거움을 잃어버려 진도를 포기하는 학생들이 많기 때문이다. 사실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면, 대부분 습득 능력이 빠르고, 다 함께 성장하는 힘이 있다.


조금 습득 능력이 느려도 옆에서 친구와 함께 연습하다 보면 즐거워서 자신도 모르게 성장하기도 한다. 즐거우면 ‘무엇’이라도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즐거움을 잃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집에 빨리 갈 궁리를 하고, 핸드폰을 하거나, 도망을 친다. 즐거움을 잃으면 당연하게도 곁에서 음악이 사라진다.


만약, 예술적 소양이, 그로 인한 즐거움이 아이를 위한 목표가 아니었다면, 그저 진도를 따라가기 위한, 다른 아이들에 뒤처지게 하지 않기 위한 수단으로 ‘피아노 학원’을 택했다면, 다시 한 번 깊게 생각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대체, 정말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음악이든, 어떤 분야에서든 그 자체를 즐기지 못한다면, 하기 싫어지는 건 모든 사람이 똑같다. 대부분 어린아이들이니 포기가 조금 더 쉬울 뿐이다.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음악’이라는 예술이, 너무 성급하게 다가가서 거부감을 일으킨다. 조금은 천천히. 학생의 의사를 반드시 확인해가며 음악을 자연스레 즐길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그것이 진정 ‘예술적 소양’을 키우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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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것



항상 당연한 일이었다. 아이가 6살, 7살이 되면 피아노 학원에 등록하는 것. 그 사실은 수십년째 변하고 있지 않다. 이렇게 뿌리 깊은 과정을 밟아 온 만큼, 우리는 이 당연한 것을 조금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사회적 분위기, 혹은 남들 때문이 아니라, 당사자를 위함이어야 하며 꼭 아이들의 의사를 직접 확인하고, 선생님들과 소통하면 더 나은 음악적 환경을 만들어 줄 수 있을 것이다.


핵심은 ‘즐거움’, 다른 말로는 ‘흥미’를 잃지 않는 것임을 반드시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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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보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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