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영화 "사자" [영화]

글 입력 2019.08.02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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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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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선택한다. 오늘은 뭘 먹을지, 뭘 마실지. 이 사람을 만날지, 어떤 직업을 가질지. 지난날의 선택이 지금의 우리를 만든다. 김주환 감독의 신작 <사자>는 선택의 갈림길에 선 용후를 조명한다.


그는 어릴 적 아버지를 잃고 신에 대한 믿음을 잃는다. 20년 뒤 격투기 선수가 된 용후는 경기장에서 자신의 어릴 적 목소리를 듣는다. 그날 밤 용후의 손바닥에 원인을 알 수 없는 상처가 생긴다.


용후는 도와줄 사람이 있다는 장소로 향하고, 그곳에서 구마사제 안 신부를 만난다. 목소리를 들을 것인가, 안 신부와 함께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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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검은 사제들>과 비슷할 거라고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시리즈를 염두에 두었기 때문인지 구마 의식을 집중적으로 다루지는 않는다. <사자>는 주인공 '용후'의 심리에 초점을 맞춘 영화다.


아버지를 잃고 믿음을 잃어버린 남자. 게다가 주인공은 격투기 챔피언이다. 그런 그가 갑자기 구마 사제가 되는 건 서사의 비약이다. 용후가 할 수 있는 선에서, 그가 이해할 수 있는 선에서 주제를 다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우리가 한 선택이다.



“신을 믿지 않는다”던 용후가 어떻게 신의 사자가 되었을까? 사자의 사전적 정의는 다음과 같다. 명령이나 부탁을 받고 심부름하는 사람.


아빠가 사고를 당한 날, 어린 용후는 아빠 꿈을 꾼다. 용후의 아버지는 어린 용후에게 ‘약한 사람을 보호하는 좋은 사람이 돼라’고 부탁한다. 아버지의 말을 따를지 말지는 그가 결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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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안 하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라는 말이 많은 공감을 받는다. 맞는 말이다. 그 ‘일’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되도록 피하고 싶다. 심장 박동의 파형과 인생은 비슷하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때의 인생은 — 모양일 것이다.


프랑스의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는 이렇게 말했다. “Nous sommes nos choix.” 우리는 우리가 한 선택이다. 용후는 아버지의 말을 따르기로 선택한다. 아버지를 잃었지만, 새로운 아버지(안 신부)를 만난다.


선택은 누군가 대신해줄 수 있는 게 아니다. 무언가를 잃었다고 해서 끝난 게 아니다. 마침표 다음엔 새 문장이 시작한다. 마침표가 찍혔다고 그 자리만 노려볼 것인가? 선택은 자신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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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에서 사제로



영화 <사자>는 선택에 대한 영화다. 가만히 있다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용후는 움직여보기로 했다. 결과는 아무도 모르지만, 그 과정에서 성장할 수 있는 건 분명하다. 영화의 마지막에서 용후가 사자에서 사제로 성장할 것임을 암시하듯 말이다.


후속편 <사제>에서 구마 의식에 대해 더 깊이 들어가기를 기대한다.



[김나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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