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Layer 0부터 150까지 - 에릭 요한슨 사진전

글 입력 2019.07.29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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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9900.jpg▲ Full Moon Service, 2017
 


달이 왜 매일 바뀌는지 알아? 바로 누군가 매일 달의 모양을 바꿔주기 때문이야! <Full Moon Service>로 유명한 사진작가 에릭 요한슨의 전시가 진행 중이다. 몇 년 전 텀블러에서 그의 사진을 본 적이 있다. 사진의 몽환적인 분위기가 좋아 한동안 휴대전화의 바탕화면으로 설정했다. 그의 사진을 실제로 본다니! 설레는 마음으로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으로 향했다.




그 누구의 것만이 아닌



IMG_9896.jpg▲ Fishing with Grandpa, 2018


혼자 전시를 보면, 다른 사람의 생각을 들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나는 살면서 캠핑을 해본 적도, 할 예정도 없지만, 이 사진 앞에서 조금 오랜 시간을 있었다. 얼마 전에 갔던 가족여행 생각이 났기 때문이다. 바닷가로 놀러 갔지만 낚시는 하지 않았고, 캠프파이어 같은 것도 없었지만, 위 사진에서 느껴지는 따스함이 있었다. 가족끼리 마주 앉아 맛있는 걸 먹고 침묵을 공유하는 시간이 좋았다.


뒤에 온 꼬마 관객은 “나도 저런 거 하고 싶어!”라고 말했다. 물고기를 바로 잡아서 구워 먹고, 저런 배를 타고 어디든 가고 싶다고. 요한슨의 사진은 전래동화나 판소리 같기도 하다. 말하는 사람에 따라 살이 붙어 이야기가 풍성해진다. 나는 저 사진을 보며 가족 여행을 생각했고, 다른 관객은 세계 일주를 생각했으니 말이다.


요한슨은 작품의 스토리를 설명하지 않는다. 맥락이나 상황이 없어 다양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 ‘왜’ 찍었는지 설명하지 않기 때문에 관객은 추측할 수밖에 없다. 자신이 본 대로, 혹은 경험하거나 생각한 대로 사진의 배경을 생각한다. 이 생각이 쌓여 그의 사진은 실제보다 더 큰 이야기를 담는다. 그의 작품을 조금 더 알고 싶다면 오디오 가이드 대여를 추천한다. 작품의 콘셉트를 알 수 있어 상상하는 데 도움이 된다.




현실에서 환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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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흔히 순간의 기록이라고 한다. 에릭 요한슨에겐 그렇지 않다. 달리, 마그리트, 에서 같은 초현실주의 화가로부터 영감을 받는 그는 현실의 레이어를 쌓아 작가는 자신이 꿈꾸는 세계를 구현한다. 한 작품당 150개 이상의 포토샵 레이어를 얹는다고 한다.


컴퓨터 그래픽 하나 없이, 현실의 오브제를 촬영한 사진만을 쓴다. 환상이라고 해서 반드시 밝고 따뜻한 것만은 아니다. 작가는 자신의 내면 깊숙이 자리한 악몽도 소재로 삼는다. 내 속에서 나왔지만 통제할 수 없는 불안감을 사진을 통해 표현한다.



IMG_9910.jpg▲ Dreamwalking, 2014
 

IMG_9912.jpg▲ The Architect, 2015
 
IMG_9924.jpg▲ Impact, 2016
 


직장에 다닐 때 회사 꿈을 종종 꾸곤 했다. 주로 중요한 일을 앞두고 있을 때 꿈을 꿨는데, 일하다 피곤한 상태로 잠에서 깨거나 혹은 실수를 해서 깜짝 놀랐는데 침대였다던가 하는 경우였다. 첫 번째 사진은 꿈속에서도 일상의 일을 반복하는 것, 꿈속에서조차 편히 쉴 수 없는 모습을 보는 것 같다.


글이 안 풀릴 때가 있다. 쉴 때도 이걸 어떻게 쓰지, 하는 생각만 한다. 생각의 물꼬가 트이면 또 다른 고민이 생긴다. 어디까지 보여줘야 하지? 글쓰기는 드러내기다. 내 속에서 나오지 않는 말은 흰 여백을 채우기 위한 의미 없는 단어의 나열일 뿐. 그럴 때마다 집에 있어도 집에 있는 것 같지 않은 느낌이 든다. 사진도 마찬가지다. 작가의 생각이 렌즈를 통해 드러난다. 에릭 요한슨은 압박감과 절망을 자신만의 시선으로 풀어냈다.




그렇게 쌓여간다




“It’s more about capturing the idea than about capture the moment”



작가는 번뜩이는 생각을 실제로 구현한다. 1년에 8점 정도의 작품을 만드는데, 장소 섭외나 머릿속에 떠도는 이미지를 실체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버티는 힘, 원동력은 무엇일까? 아마 이야기를 쌓아가는 재미가 아닐까 한다. 머릿속에 존재하던 레이어 0에서부터 실존하는 레이어 150까지. 과정은 고통스럽고 빨리 지나가 버렸으면 하지만 결과물을 보는 순간 힘듦은 사라진다.


글도 마찬가지다. 생각 한 줄을 가지고 써 내려간다. 더 나은 표현을 찾느라 사전을 뒤적이기도, ‘에’를 쓸지 ‘에게’를 쓸지 한 시간 동안 고민하기도 한다. 당신이 지금 하는 일도 마찬가지다. 10시의 당신과 11시의 그대가 한 일들이 쌓여 오늘이 된다. 결과를 보고 판단하기는 쉽다. <에릭 요한슨 : Impossible is possible>을 통해 작가는 그 속에 숨은 과정도 함께 봐주기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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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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