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zit] 일러스트 소품샵 - 썸띵

여기는 당신의 토끼굴 아지트
글 입력 2019.07.28 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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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띵건물.jpg
 


여행객이 모여드는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북서쪽으로 떨어진 카우아이 섬 같은 곳. 6호선 상수역. 상수동은 홍대와는 또 다른 매력을 품었다. 내리쬐는 햇볕을 그대로 맡고, 소리를 잡아 느지막이 낮잠을 자고 싶게 만든다.


홍대에 껴있지만, 홍대만큼 사람이 모이지는 않는, 조용한 곳이다. 그러하여 그 분위기의 격차가 꽤 크다. 뜨거움에 데었다면, 너무 뜨겁지도 그렇다고 너무 차갑지도 않은 이 미적지근한 인사를 건네는 상수동을 찾아오는 것도 좋을 것이다.


사람이 많지 않은, 너와 나의 새로운 공간이 필요한 사람들. 독립적이면서 상생할 수 있는 공간을 찾는 사람들에겐 제격이라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여기, 카우아이 섬 같은 상수동에 일러스트 잡화점&카페 ‘썸띵’이 뿌리를 내렸다.


 
포스터.jpg
 


문을 열면 “어서 와, 일러스트 소품 카페는 처음이지?”라고 말할 것 같은 곳. ‘썸띵’이라는 이름처럼 이곳에선 일러스트의 모든 것을 볼 수 있다.


배성태, 콰야, 쥬드 프라이데이, 임예지 등 일러스트 작가들의 작품과 콜라보한 굿즈를 제작 판매하고 있다. 홍대에 생겨난 소품샵 중에도 일러스트는 흔치 않다. 그래서 한 번쯤 들러볼 만한 독특하고 매력적인 샵. (사실 일러스트 굿즈들은 계속 나오니 한 번만 방문하기 쉽지 않을 것!)

 

1층은 소품과 독립출판물로, 1.5층은 소품과 클래스룸으로, 지하는 카페로 운영되고 있다. 그러니 여긴 일러스트 작품 구경과 담소를 나눌 수 있는 복합공간이라 할 수 있겠다. 무더위에 도망가고 싶은 여름날에도 10시까지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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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그림을 바라보는 각자의 관점에서 해석할 수 있게

썸띵의 작품들에는 타이틀은 있지만

작품설명은 써놓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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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자부터 포스터, 핸드폰 케이스, 엽서, 떡 메모지, 마스킹테이프 등의 아트상품을 만날 수 있다. 흔치 않은, 내가 사랑하는 작품들로 가득 차있다. 썸띵에서 판매하는 다수의 제품은 메이드 인 썸띵이니, 썸띵에서만 볼 수 있는 거나 다름없을 것이다. 그러니 다꾸가 유행인 지금, 이곳에서 자신의 다꾸력을 충족시킬 수 있을 것.



길목.jpg
 


1.5 / 1 / 지하로 꼬불꼬불 이어진 구조를 가지게 된 비화를 말해보자면, 사실 썸띵이 있는 자리는 일반주택이었다. 1층은 원래 없던 공간이다. 주차장과 정원으로 쓰이던 공간에 판을 치고 지붕을 달았다. 그렇게 1층이 만들어져 1.5층, 1층 지하로 독특하게 이어진 지금의 썸띵이 되었다.


공간의 컨셉은 딱 하나였다. 힐링 되는 공간. 그래서 이 한적한 상수동을 택했다. 지붕 밑 벽면을 둘러싼 넝쿨과 감나무, 원목, 불투명 통유리창의 조화는 적당히 자연적이면서 심플하다. 외관과 달리 내부는 아기자기하다. 아기자기한 분위기는 작정하고 조성했다기보다는 지하와 1층, 1.5층으로 나뉘는 특이한 공간이 그런 분위기를 만들었다.



머리조심.jpg

_겸손해지면 들어갈 수 있는 굴.

민경환 주인장(이하 민주인장)은

혹여나 불쾌할 수 있을 손님을 위해

겸손해지면 머리를 보호할 수 있다는

유쾌한 멘트를 써놨다.



특히 지하 카페로 내려가는 계단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토끼굴에 떨어져 이상한 나라에 온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내부는 일러스트 소품샵답게 배성태, 쥬드프라이데이, 손은경 작가의 작품이 전시회에 온 것처럼 걸려있다. 공간 곳곳에 숨어있는 아티스트의 작품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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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조명은, 토끼굴에 초대된 단 한 명의 손님인냥 따뜻한 느낌을 준다. 카페를 둘러싼 공기도 그렇다. 지하 카페는 사람들이 발견해 들어와 힐링하길 기다리고 있다.


이곳에서만큼은 바쁘게 살아가는 삶에서 잠시 떨어져 쉬어갈 수 있기를. 그림을 보며 힐링을 하고, 책을 읽으면서 힐링할 수 있는 곳이 되기를 바란다. 민주인장은 그런 사색을 지지하기 위해 도구를 놓는다.


카페에 마분지와 마카펜이 준비되어 있으니 무엇을 끄적이고, 무엇을 그리든 각자 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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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에서 민주인장이 가장 애정하는 곳은 1.5층이다. 그중에서도 위에서 바로 햇빛이 들어오는 원목 책상. 햇빛이 많이 드는 오후쯤이면, 넝쿨 사이사이로 비치는 햇빛에 나른한 감정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 아래는 책이 유난히 잘 읽히는 명당이라고.



최다혜 두쪽.jpg
 


반대쪽엔 클래스룸과 소품들이 있다. 특히 썸띵이 추천하는 작가의 굿즈가 매번 바뀌며 공간 한편에 전시된다. 추천작가의 액자부터 포스터, 핸드폰 케이스, 엽서를 볼 수 있다. 이번 작가는 ‘깨달은 것과 마음을 친 인상적인 장면’을 그리는 최다혜다.



+
P.S.1


썸띵 추천 소품 - ARTIST 배성태의

빈둥빈둥 캔버스 액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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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버스 액자를 가득 채우는 노란 색감은 햇빛이 밀려들어 오는 주말 오후가 떠오른다. 보고만 있어도 따뜻하고 나른한 감성이 파도처럼 발끝으로 스며드는 작품. 인테리어용으로 거실이나 방에 걸어 어떤 그림이 되느냐는 썸띵을 들르는 사람들의 마음이 될 것.


일러스트레이터 배성태는 신혼 이야기를 그리지만 크게는 일상들을 다루는 작가다. 큰 캔버스 액자로 지하 카페에도 전시되어있는 작품인 만큼 썸띵의 대표작가라 할 수 있다. 소소한 일상 속에 지나친 많은 행복이 있다고 느끼는 사람. 또한, 혼자만이 아닌 함께 상생해가는 몫을 다 수용하는 사람. 작가로서도 한 인간으로서도 좋은 사람. 썸띵이 바라보는 일러스트레이터 배성태는 그런 작가다.

썸띵이 제작하는 액자는 민주인장의 자부심이 가득 들어가 있다. 빛이 투과하며 빨리 바래는 것을 방지해, 오래 사용할 수 있게끔 MDF보드로 앞뒤 두 번 마감을 했다. 빛 투과율이나 휘어짐 요소가 있는 플라스틱이 아닌 아크릴 액자를 사용한다.



+
P.S.2



현수막.jpg
 


‘썸띵’은 예술가들에게 아직은 열악한 예술문화 환경이 조금이라도 선순환 구조로 돌아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만들어졌다. 이들은 어떻게 하면 올바른 생태계 문화가 정착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작은 힘이나마 그런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 ‘썸띵’이 바라는 공간은 다양한 장르의 예술을 접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이다. 민주인장은 말한다. 같은 상품을 사더라도 어떤 감성을 가지고 어떤 지역, 어떤 여행지에서 사냐에 따라 마음가짐이 달라진다고. 그래서 사람들에게 상수동에 있는 이곳이 힐링 공간, 예술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그러기 위해 썸띵은 사람들이 붐비는 곳에서 조금 동떨어져 자신들만의 역할을 굳건하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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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띵’은 민주인장이 가게 앞에 심은 허브에 물을 주는 것처럼 공생한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계속 자라고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그리고 누군가 상수동 골목을 지나가다 토끼굴에 빠져 이곳을 탐험하길 기다리고 있기도 하다. 그러니 이 지하 입구에 두려움을 갖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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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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