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가 주는 공감과 질문들 [드라마]

글 입력 2019.07.26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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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드라마 광팬이다. 거의 보지 않은 드라마가 없다. 시나리오/극본 작가가 꿈이었던 아니, 아직도 꿈이어서 취미로 보는 것도 있지만 대중들의 반응 때문에 챙겨보기도 한다. 재미가 없으면 왜 없는지, 특정 배우가 별로라면 왜 별로인지 알기 위해 내 취향이 아닌 드라마도 본다. 주로 IPTV를 활용한다. 드라마 시간에 맞춰서 보지 않고, 그때그때 시간 날 때 보거나 정주행하는 편이다. 그래도 재미있는 드라마가 방영하면 제시간에 챙겨보는데, 가장 마지막으로 챙겨 봤던 드라마가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었다. 이 이후론 딱히 시간을 기다려서 챙겨 볼 만큼 재밌는 드라마를 찾지 못했다. 내겐 드라마 가뭄이었다. 그래도 항상 1편씩은 챙겨봤던 드라마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최근에 우연히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이하 검블유) 3화를 봤는데, 우선은 소재가 신선해서 1화부터 9화까지 폭풍 정주행을 했다. (내가 봤을 당시에 9화까지 방영된 상태) 이 드라마는 2편에 걸쳐 리뷰를 쓰고, 소개하고 싶을 만큼 할 얘기가 많은 드라마다. 하지만 나만큼 재밌게 보지 않는 사람도 있을 테니 요약해서 한 편의 글로 쓰려 한다. 참고로, 대사 부분은 시나리오 쓰듯 쓸 거다. 이건 드라마니까! 그냥 글로 읽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도 들 거고, 대본 읽기를 좋아하는 사람도 꽤 있고.

 

딱 4가지가 있다. 재미 요소에. 첫째, 눈길을 사로잡는 새로운 소재인 포털업계. 둘째, 각 나이대와 비혼주의 입장에서 무척 공감되는 대사들. 셋째, 여성 중심의 주인공들 이야기. 넷째, 음악. (OST와 BGM, 효과음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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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소개에 앞서, 대본 부분을 이해하기 쉽도록 캐릭터 설명을 하고자 한다. 유니콘과 바로란 대표 포털 회사가 있다. 유니콘에 다녔다가 바로로 이직한 배타미는 임수정 배우가 맡았다. 바로란 회사는 서로 직급 대신 영어 이름을 쓴다. 바로에서 배타미는 ‘타미’. 그리고 바로에 청춘을 바친 차현 역은 이다희 배우가 맡았다. 바로에서는 ‘스칼렛’. 유니콘의 이사였다가 대표가 되었고 재벌 집 며느리인 송가경 역은 전혜진 배우가 맡았다. 그리고 배타미의 연인 역으로 나오는 음악 감독 겸 음악 회사 대표인 박모건은 배우 장기용 씨, 차현의 연인 역은 막장 배우로 이제 막 뜨기 시작한 배우인 설지환으로, 배우 이재욱 씨(알함브라 궁전에서 마르코 역으로 나왔다.), 그리고 송가격의 남편이었던 오진우는 배우 지승현 씨가 맡았다.




Part.01 _ 음악과 연출.


 

김백작 작가와 고도리 작가의 키보드 배틀 연출이나 포털 페이지와 관련된 CG, 팀원들과의 회식에서 즐겁게 취해서 노는 장면 등 세련된 연출과 참신하고 깔끔한 CG들이 많다. 그리고 다른 드라마들은 효과음을 적게 만들어서 너무 자주 재탕해서 쓰는데, 이 드라마는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그리고 상황별 새로운 효과음과 BGM이 다양해서 다음 신이 미리 예상가서 지루하다기보단 귀의 즐거움이 크다. 그리고 남자 주인공이 음악 감독이라 그런지 OST나 BGM에 신경 쓴 티가 많이 난다. 그리고 하나같이 다 좋다. 색감 또한 장면별로 따뜻하게, 빛이 많이 들어오게, 빛바랜 느낌으로 등등 예쁜 색감으로 촬영돼서 시각적으로도 즐겁다.

 

게다가 드라마가 참 섬세하다. 중요한 장면이 느리고 예쁘게 그리고 클로즈업으로 연출된다. 예를 들면, 타미가 운전하고 있는데 모건이 타미의 한 손을 잡는데. 따뜻한 색감에 햇살이 많이 들어오면서 두 사람의 손이 포개진다. 그리고 포개졌던 손이 천천히 깍지를 낀다. 여기까진 다른 드라마에서도 많이 나온다. 중요한 건 이 뒤. 깍지를 낀 두 손에서, 모건이 타미의 손을 문질문질한다. 실제 연인들이 하듯 말이다. 여기서 난, 이 드라마가 정말 섬세하다고 느꼈다. 사소한 포인트를 잘 짚어낸다고 생각했다.

 

특히 15회에 나온 분할 컷 연출은 정말 기가 막혔다! 다른 드라마에서도 자주 나오지만, 타미와 모건의 일상을 내내 분할 컷으로 연출한 부분은 정말 센스 있고 감각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보면서 ‘이 연출자와 언젠간 같이 일해 보고 싶다’라고 생각할 만큼. 섬세함, 따스함, 대사 한 마디 없어도 충분한 공감, 노래, 예쁜 장소들까지.




Part.02 _ 포털업계 소재


 

소재 자체의 신선함을 얘기하려는 게 아니다. 드라마를 다 본 지금, 되짚어 생각해 보면 포털업계란 소재를 이용해서 작가가 시청자들에게 질문을 던진 거란 생각이 든다.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겠냐고. 예를 들면, [4화_타미의 팀 사무실] 장면에선 이런 질문들이 오간다. 실시간 검색어의 호불호에 대해 팀원들끼리 이야기가 한창이다.



알렉스 동영상은 막히는 추센데 이미 기사는 나오고 있어요.

제니 음란성으로 보긴 좀 애매한 영상인데요. 아무것도 안 하잖아요.

차현 한민규가 호스트바 출신이란 글에, 호스트바 영상이 같이 올라왔어요.

    청소년 유해 정보에 해당됩니다. 검색어 제외하세요.

배타미 별거 없는 영상이라 소속사에선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할 텐데, 사실무근인

         이슈를 우리가 알아서 검색어 제외하는 건 말이 되나요?

차현 이건 개인의 비공개 사생활이고, 공공의 이익과도 관련이 없고, 

명예훼손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삭제할 이유가 너무 많습니다.

배타미 실검에서 검색어 하나 사라지면, 커뮤니티마다 실검 그래프 올라오고,

      비리다, 조작이다, 여론 검열이다, 말이 나오죠.

    사람들은 실검 제외 기준 같은 건 모르니까. 유니콘은 안 지울 게 뻔한데.

차현 여긴 바로예요, 타미. 바로만의 기준이 있습니다.

배타미 그럼 더 문제죠. 바로만 지운 꼴이니까. 바로는 실검을 조작한다, 

괜찮습니까?

    실검은 사람들의 관심을 반영하는 현상 그 자체예요.

    검색어는 사람들이 만든 거고, 이딴 이슈도 사람들의 알 권리입니다.

차현 이게 알 권리라 쳐도, 그 알 권리보다 당사자의 권리 침해가 더 심각한 

    상황입니다! 제 말이 어렵습니까? 

    호빠 출신이면 사회적으로 매장돼도 상관없다, 이거예요?!

배타미 나서서 지켜줄 이유는 뭐죠? 실검은 특정인을 변호하지 않아요.

    실검은, 현상만을 변호합니다.

차현 그 현상이 지금, 누군가의 인생을 망치고 있잖아요!

배타미 한민규 인생을 망친 게, 정말 실검입니까?


    

[7화_회사 바로 복도] 신에서는 일과 신념 중 무엇을 택해야 할지에 관해 나온다. 김백작 작가와 고도리 작가의 싸움을 유일하게 목격한 차현. 이를 생각지 않고, 아무런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김백작과 고도리는 서로 먼저 맞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진실은 고도리가 먼저 맞았지만, 김백작이 훨씬 인기가 많은 작가기에 사람들은 김백작 편을 들고 있다. 바로에서는 김백작 작가를 데려와야 하는 상황이다. 왜냐하면 배타미는 바로에 이직한 조건으로, 6개월 안에 유니콘을 이겨야 하는 상황에 처해있기 때문이다.



차현 전! 고도리 편에서 폭행 상황을 진술할 거라는 얘길 하는 겁니다.

배타미 미쳤습니까?!

차현 타미야 말로 미쳤습니까?! 이 상황을 다 보고도 김백작을 데려와야겠단

                판단이 서요?

배타미 이 상황, 봤죠. 둘 다 아무 증거도 없이 떠들고 있는데 사람들은 김백작 

말만 듣고, 김백작만 응원하는 거.

사람들이 누굴 응원하는지 스칼렛은 못 봤습니까?

차현 야! 배타미!!! 사람이 다쳤어!

다친 사람이 억울하게 몰리고 있고, 내가 유일한 목격자야.

아무리 일에 미쳤어도, 이걸 이용해?

하, 내가 아니면 고도리는 진짜 업계에서 매장당해!

배타미 야, 차현! 너 그냥 목격자 아냐. 목격자이기 전에 바로 직원이고, 네가 

이 프로젝트의 협상카드야. 네 존재를 알리는 것만으로 김백작 데려올 수 

있다는 거 몰라?

차현 알지, 네 방식. 나 놓고 김백작 협박하자는 거잖아.

근데, 나 그거 안 한다고.

배타미 허! 그럼 일은 누가 하는데?!!

너는 네 신념 지키자고 정의실현 하고 앉아있으면 

대체 일은 누가 하냐고?!

차현 일보다 중요한 게 있어! 이 상황에 내가 입 닫고 있으면 나도 가해자야!

고도리 편에 서서 진술해주고 고도리 데려오는 협상도 있어.

배타미 고도리 하나론 안 돼. 파급력이 부족해.

차현 (어이가 없다는 듯) 김백작이 앨리 옷차림 가지고 시비도 텄다며, 

그런 새낄 굳이 왜 데려와야 하는데?

배타미 김백작이 인기가 많고, 조회 수도 높고, 바로가 유니콘을 이기는 데 

도움이 되니까!


      

나는 이런 장면들을 볼 때마다 생각하곤 했다. 난 어느 쪽인가? 그리고 동시에 작가가 이 대사를 대사에서 그치지 않고, 시청자들을 생각하게끔 만들려는 의도가 있는 건 아닌가 싶었다. 참 좋은 장면들이었다. 철학적, 윤리적 등등 여러 방면에서 생각하게끔 만들다니! 그래서 같이 보는 친구와 토론하듯 얘기하곤 했었다.


 

 

Part.03 _ 공감 가는 대사들.


 

우울할 때나 사회생활을 했을 때의 기억과 내가 독신주의기 때문에 이 드라마를 보면 공감 가는 대사들이 참 많다. [6화_카페,낮] 같은 경우는 많은 20대들이 공감한 명대사로 꼽히기도 한다. 배타미와 조아라(앨리)는 유니콘에 있는 유명 웹툰 작가를 데려오기 위해 카페에서 미팅 중이다. 그런데 웹툰 작가가 앨리의 겉모습을 보고 무시했다. 제대로 된 백 하나 없고, 옷도 대충 입었다면서 말이다. 그래서 타미가 작가에게 사이다 발언을 한 후, 자신의 가방과 앨리의 가방을 바꾼다.



배타미 (자신의 가방에 앨리의 물건을 담아서 건네며) 받아요.

앨리 네?

배타미 20대는 돈이 없잖아요.

그런데도 사회 초년생들이 왜 무리해서 명품 백을 사는지 알아요?

가진 게 많을 땐 감춰야 하고, 가진 게 없을 땐 과시해야 하거든요.

앨리는 직급도, 경력도, 아무것도 가진 게 없잖아요?

그럴 땐 몸집을 부풀려야 하는 거예요.

나도 이런 세상이 아니었음 좋겠는데. 세상이 그래요.

투쟁할 수 없으면, (가방 쥐여주며) 타협해요.

그리고 이런 세상 만드는 데 내가 어른으로서 가담한 것 같아, 미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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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_차 안, 밤]에 나오는 장면에서는 우울했을 때의 내가 생각나면서 많은 공감이 됐다. 송가경과 가경의 시어머니인 장회장이 뒷자리에서 대화하고 있다.



장회장 가경아.

송가경 네, 어머님.

장회장 넌 꿈이 뭐니?

송가경 (먼 곳 응시하며) 사라지는 거요.

장회장 (의미심장한 웃음소리) 사라지면, 다 해결되나.

송가경 해결을 안 해도 되죠.

장회장 좋은 꿈이다.


 

연애의 시작에서도 공감된 부분이 있다. 난 30대는 아니지만, 극 중 30대로 나오는 배타미의 대사가 많이도 공감됐다. [3화_회사 바로 근처, 밤] 장면이다. 모건이 타미를 회사 앞에서 기다린다. 타미는 회사 일로 무척이나 바쁜 하루를 보냈는데…

  


배타미 지금 이 상황이, (단호하게) 너랑 이럴 시간도 정성도 없는 상황이야.

박모건 알겠어요. 다음엔 좋은 타이밍에 올게요.

배타미 (뜸들이며) 다음은 없었으면 좋겠어.

 

BGM 흘러나오면서 (이 전까지는 배경음악이 없었다.)

 

배타미 나 서른여덟이야. 서른여덟은.. 끝이 뻔한 길에 뛰어들지 않아.

에라 모르겠다 이기엔 모르지 않고, 

될 대로 되라기엔 어떻게 되는지 알거든.

해보기 전에 포기해. 포기는 손해가 없으니까.

열정은 유한하고 열정의 주인은 더 이상 사랑이 아니야. 생존이지.

(한숨) 멋없지? 이게 네가 아무 상관 없다는 이 나이의 실체야.

박모건 이런 당신한테 나 오늘 한심했겠다.

배타미 아니, 부러워. 열정의 주인이 아직 사랑인, 네가.



그리고 1화에 나온 내용 중, 억울한 해고를 당하는 타미 신에서, 회사가 해고하기 전에 타미가 먼저 사표를 내는 장면이 나온다. 이걸 보고 회사에 다니는, 평범하고도 전형적인 ‘한국인’ 인생을 살아온 친구가 그랬다. “실업급여 받으려면 그냥 해고되는 게 나은데!!!” 난 이 얘기를 듣고 무척이나 놀랐다. 청춘을 바친 곳에서 토사구팽당했는데 겨우 돈 때문에 가만히 있겠다니! 잠시 생각한 후에 내가 친구에게 말했다. “와. 꿈이 없는 사람은 이렇게 생각하는구나.

 

마지막으로 비혼주의와 관련된 대사들이다. 이건 공감을 넘어서, 실제로 내가 만나고 있는 남자친구와 주고받았던 대화도 있다. 그래서 남자친구에게 이 드라마를 보여주면서 내가 이런 심정이라고 보여준 적도 있다. 뭐, 애인도 박모건에 몰입해서 자신도 그런 심정이라고 반박하긴 했지만. 비혼주의에 대한 장면들이 많지만 제일 와닿은 신 4개만 적자면, 우선 전남친과 재회에서의 대화이다.



신/1 타미 회사 엘리베이터 앞

 

배타미와 타미의 전남친(배우 이동욱)이 우연히 만난다.

 

배타미 결혼 축하해. 하고 싶어 했잖아.

전남친 그래. 고맙다.

넌? 여전히 결혼 생각은 없지?

배타미 어.. 나야 뭐, 똑같지.

전남친 다행이네. (작게 한숨) 가끔, 궁금했거든.

정말 결혼이하기 싫은 건지, 나랑 결혼하기가 싫었던 건지.

배타미 충분히 이해한 줄 알았는데.

전남친 그냥 가끔. 이해가 안 되더라고.


     

결혼관이 달랐던 남친과 만날 때면 항상 들었던 말 중 하나이다. 그래서 너무 와닿았다. 그리고 앞으로 두 개의 장면은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과 실제로 했었던, 그리고 앞으로 또 할 예정인 대사가 있다. 난 독신주의자인데 나이가 어려도, 혹시 몰라서 사귀기 전에 미리 말한다. 그리고 결혼 생각이 있는 남자라면, 난 시작하지 않는다. 끝이 뻔하니까. 뻔한 걸 굳이 시작할 이유는 없으니까.

 


신/2-1 모건 작업실 → (E)는 해당 인물의 장소에서 상대방 목소리만 들리는 대사.

 

타미는 차 안에서, 모건은 자신의 작업실에서 서로 전화 중이다.

 

박모건 그날 들은 결혼 얘기는 못 들은 걸로 해줬음 좋겠어요.

 

신/2-2 타미 차 안

 

박모건 (E) 신경 쓰고 있는 것 같아서.

 

신/2-3 모건 작업실

 

박모건 뭐가 맘에 걸리는지 아는데, 신경 안 써도 돼요.

 

신/2-4 타미 차 안

 

배타미 어떻게 신경이 안 쓰이니. 난 끝이 뭔지 아는데.

 

신/2-5 모건 작업실

 

박모건 무슨 시작도 안 해주면서 그런 얘길 해요?

 

신/2-6 타미 차 안

 

배타미 (한숨 뱉으며) 시작을 하기가 어려워졌지.

 

신/2-7 모건 작업실

 

박모건 나 어려요. 아직 결혼 생각 같은 거 없어요.

 

신/2-8 타미 차 안

 

박모건 (E) 결혼 가치관이 달라서 헤어지는 그런 거 나한테 아직 일러요.

배타미 그럼 적당히 만나다가, 서로 싫증 나길 기다리는 건가?

 

신/2-9 모건 작업실

 

박모건 시작도 안 하고 왜 그런 얘길

배타미 (E) (말 가로채며) 시작을 하면 뭐가 달라지는데?

 

신/2-10 타미 차 안

 

배타미 서로 가치관이 바뀌길 기다리는 거야?

 

신/2-11 모건 작업실

 

박모건 ..바뀔 수도 있잖아요.

 

신/2-12 타미 차 안

 

배타미 난 바꿀 생각 없어. 너도 없잖아.

 

신/2-13 모건 작업실

 

배타미 (E) 이 문제는

 

신/2-14 타미 차 안

 

배타미 못 들은 걸로 치고, 신경 안 써도 되는 그런 문제 아니야.

해서는 안 되는 선택도 있어.

 

신/2-15 모건 작업실

 

배타미 (E) 당장이 달콤해서 해서 후에 고통을 적립해가는 연애?

하.. 그 불 보듯 뻔한 연애는 누굴 위한 거니?

 

신/2-16 타미 차 안

 

배타미 나도 널 고려하듯이 너도, 날 고려해. 진지하게. 끊을게.


     


신/3 벤치, 밤

 

박모건 결혼을 하고 싶은 건 맞지만, 

결혼을 하기 위해 누군가를 만나는 건 아니에요.

배타미 만나는 누군가와 결혼을 하고 싶은 거겠지.

박모건 사랑하는 사이가 결혼하는 게 이상한 건 아니잖아요.

배타미 사랑하는 사이가 결혼을 안 하는 건 안 이상하고?

이상한 선택이란 없어. 그냥 다른 선택을 하는 거지.

우린 서로, 다른 선택을 하려는 사람들이고.

박모건 나, 좋아하잖아요. 난 아는데. 나 좋아하는 거.

배타미 좋아해서 만나면.. 다음은 뭔데?

박모건 둘이 같이 행복한 거.

배타미 그다음은?

박모건 서로의 일상이 되고, 같이 행복한 거.

배타미 그렇게 됐을 때, 둘 중 하나는 포기해야 되겠지.

결국 네 인생에 결혼이 없어지거나 내 인생에 결혼이 생기거나.

사랑한다는 이유로 누군가의 계획이 무너지겠지.

누가 무너지나보자 하면서 시작하는 게, 맞아?

둘 중 아무도 포기 안 하면 그냥 헤어져야 되고.

헤어짐을 향해 달려가는 연애, 자신 있어?

박모건 왜 끝만 생각해요? 끝이 없는 만남은 없어요.

결혼도 이혼이든, 사별이든, 결론은 이별이에요.

모든 사랑은 결국 이별을 위해서 달려가요.

모든 끝이 이별이라고 해서 사랑이 아무런 의미가 없어요?

다가올 수많은 걱정보다 지금 이렇게 같이 있는 게 소중하면, 

이걸 선택해요.

배타미 네 말이 맞아. 모두 끝이 있지.

근데 시작할 땐 적어도 영원할 것 같은 느낌이어야 

시작이 되는 거 아닌가?

난 벌써 (잠시 정적) 우리의 끝이 내다보이는데..

굳이 그 길을 가려니까 발이 안 떨어져.

알잖아. 에라 모르겠다, 될 대로 돼라가 안 돼 난.

우린, 아주 다른 사람들이야.

박모건. 결혼을 꿈꾸는 너한테 지금은, 아주 중요한 시간이야.

그 중요한 시간을 아무 꿈도 못 꾸게 하는 사람과 낭비하지 마.

이건, 널 좋아하는 내가 아니라 좀 더 살아 본 내가 해주는 얘기.


     


신/4 배타미 집 앞, 밤

 

타미와 모건이 데이트 도중, 모건의 어머니를 만났는데 타미는 자신이 여자친구임을 숨기고 직장 동료라고 말했다. 이 일로 둘이 다투는 중이다.

 

배타미 너희 어머니? 난 너무 어려워. 열 살 차이 나는 여자친구, 

어떻게 받아들이실지 가늠도 안 돼.

박모건 그 이유 맞아요?

배타미 아니면 뭔데?

박모건 어차피 결혼할 사이 아니니까, 

부담스러운 관계 안 만들고 싶은 건 아니고?

배타미 (깊은 한숨) 하아... 내 인생에 결혼이 없는데 결혼할 사이, 

안 할 사이가 어디 있어?

박모건 같이 사는 건 괜찮고 결혼은 안 되는 거, 솔직히 이해하기 힘들어요.

배타미 같이 사는 데 결혼이 필요한 건 이해가 잘 되고? 그건 왜 이해되는데?

우리가 함께 산다면, 그건 사랑 때문이고 난 그 사랑을 법과 제도로 

묶고 싶지 않아.

개인의 감정에 일에 국가가 관여하는 게 싫고, 그게 내 가치관이야.

박모건 법과 제도로 묶인다는 건 보호받는 일이기도 해요. 그게 왜 나빠요?

배타미 (점점 톤 높아지며) 나쁘다고 안 했어. 나는 생각이 다르다고.

그래서 그 제도를 선택하지 않는 거라고!

박모건 알아요.

배타미 아니, 넌 몰라.

너는 지금 네가 일반적이고 네 선택이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고 있잖아.

박모건 그런 생각한 적 없어!

배타미 있어! 봐. 나만 해명하고 있잖아, 지금.

네가 결혼하고 싶은 건 해명할 필요도 없잖아.

근데 나는 결혼을 안 한다는 이유로 지금 너한테 이렇게 많은 걸 

해명하고 있잖아. 

그래. 언젠가 이렇게 싸울 줄 알면서도 이 길을 선택했지, 너도나도.

그래서 싸우고 있네.


 

난 지금 사귀는 사람과 2년 반을 만났다. 그는 곧 서른이다. 교육자 집안에서 자라, 보수적인 환경에서 큰 그는, 다행히도 사고방식이 막혀 있진 않다. 하지만 장남. 그는 결혼이 꼭 하고 싶은 건 아니라고 하지만, 사실상 결혼해서 애를 꼭 낳아야 하는 사람이다. 게다가 나랑 사귄 기간이 길어질수록 결혼 얘기도 나오겠지.

 

그래서 난 자주 말한다. 당신이 결혼 적령기가 되면 놓아주겠다고. 혹은 지금 헤어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결혼할 여성을 한 번에 만나는 건 힘들기에 여러 번의 연애 기회를 가져야 하지 않겠느냐고. 그러면 그는 항상 말한다. 다가오지 않을 미래를, 그것도 자신의 미래를 왜 네가 결정하냐고. 자기는 지금 네가 너무 좋기에 헤어질 수 없다고. 하지만 난, 걱정된다. 내가 그의 미래에 방해가 될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린 확실히 끝이 있는 사이이다.

 

마지막 신은 애인보단 주변 지인들과 많이 주고받는 말들이다. 독신주의 혹은 비혼주의가 겪어야 할 어쩔 수 없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너무 반복되다 보니 지치는 건 어쩔 수 없다. 해명은 끝이 없으니까. 그래서 이 드라마가 내겐 더욱 재밌게 느껴진다.






끝으로, 사실 지금 글도 길지만, 이것보다 훨씬 더 좋은 대사들이 많다고 말해주고 싶다. 그리고 다른 캐릭터들의 로맨스도 엄청 꿀잼이다. 게다가 이다희와 임수정의 케미는 어찌나 찰떡인지! 이 드라마는 무시할 그리고 필요 없는 캐릭터가 전혀 없다. 하나하나 다 의미 있게 등장한다. 아, 모건의 어장에 관한 대사들도 전부 귀여워서 어장 편을 따로 만들려다 너무 길어져서 차마 못 썼는데, 정말 대사가 너무 귀엽다. ‘아니, 이 작가가 다음 작품에선 무슨 대사를 쓰려고 이 드라마에 온갖 좋은 대사들을 몰빵하지?’ 싶을 정도로.

 

참고로, 다른 배우들의 새로운 발견도 엄청나게 했다. 지금까지 강한 인상으로 나왔던 이다희가 여기서 굉장히 사랑스럽고 귀엽게 나온다. 그리고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에 나온 마르코가 여기에 나오는 설지환 역이라니! 봄밤을 보느라 이 드라마를 못 본 분들께 조심스레 추천해 본다. :)



[홍서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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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  
  • ㅇㅇ
    • 이런거 보면 진짜 호빠나라 보면서 알바할만할듯
    •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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