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라이온 킹", 실사영화의 맹점

글 입력 2019.07.24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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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7일 개봉일 아침에 <라이온 킹>을 관람했다. 어릴 때 본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은 스카의 무시무시함, 사운드트랙 ‘하쿠나마타타’의 즐거움, 프라이드 랜드의 화려함과 평화로움 정도로만 희미하게 기억에 남아 있었기에, 원작의 팬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최근 디즈니의 <알라딘>과 <토이스토리 4>를 재미있게 관람했기에, 그저 동심으로 돌아가 즐기고 싶은 마음으로 기대하며 영화를 보게 되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영화에 대해 상당히 실망했는데, 해외에서 그토록 호평을 받았다는 영화가 왜 나에게 재미있게 느껴지지 않았는지에 대해 한참을 고민했다. 그리고 글을 써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영화가 시작되고, 극장 안에 ‘Circle of Life’가 울려 퍼졌을 때,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아 그랬냐 발발이 치와와’ 라는 인터넷 지식백과의 질문으로도 유명한 이 노래는 프라이드 랜드의 이미지를 완벽하게 표현하는 장치로, 관객들의 기대감을 고조시킨다. 실사 영화가 애니메이션을 충실히 구현해내는 데 집중했다는 것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던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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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실사화된 동물들이 말을 하기 시작했을 때,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애니메이션에서는 전혀 어색하다고 느껴지지 않았던 부분이 삐걱대기 시작했다. 마치 코미디 영화에나 등장할 법한, 말하고 노래하는 동물들은 우습게 느껴졌다.

애니메이션을 볼 때는 멧돼지(품바)와 미어캣(티몬)이 사자의 친구가 되는 것이 자연스러웠는데, 실사로 보니 언제 친구들을 잡아먹을지 모를 것 같다는 생각이 계속 있었다. 또한, 실사인 동물들은 표정이 없었기 때문에 날라와 심바가 사랑을 나누는 장면이 싸우는 장면과 분간이 가지 않았다는 사람들의 반응도 있었다.

날라의 노래는 그저 비욘세의 노래로 들렸다. 날라의 캐릭터와 비욘세가 잘 어울리고 어울리지 않고를 떠나, 영화가 끝날 때까지도 노래하는 사람의 목소리와 동물이 어색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애니메이션만큼 풍부한 표정이 없는 동물들의 얼굴에서 한껏 감정이 고조된 목소리의 노래가 나온다는 점이 원인이었던 것 같다.

악역인 스카 역시 충분히 위협적이고 무섭게 느껴지지 않았다. 원작에서는 검은 갈기로 무파사와 완벽하게 대조되는 어두움과 카리스마를 보여주었던 스카의 캐릭터는 병들고 지친 모습으로 변해버렸다. 이 때문에 하이에나들을 설득하고 이끄는 장면에서 설득력이 느껴지지 않았고, 심바와의 결투 장면에서도 너무나 쉽게 스카의 몰락을 예견할 수 있었다.

애니메이션과 다시 비교하여 보니, 스카의 캐릭터를 보여주는 다양한 대사가 많이 줄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원작에서는 스카가 무파사와 심바에게 한껏 비아냥거리는 어조를 사용하는데, 실사 영화에서는 스카의 위엄을 살리려 했는지 그런 대사들이 줄어들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스카의 주제곡이라 할 수 있는 ‘Be Prepared’ 역시 분량이 줄어들어, 그의 권력을 향한 욕망이 얼마나 강한지 느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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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적으로, <알라딘>이나 <토이스토리 4>를 보며 기대했던 영상미가 가장 아쉬웠다. 이는 원작의 굉장한 팬이었던 친구에게도 들었던 이야기다. 이는 실사화의 본질적인 한계다. 우리가 애니메이션에서 볼 수 있는 선명하고 화려한 색이 자연에 존재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아프리카의 넓은 대지와 숲이 인상적이기는 했지만, 애니메이션에서 느껴졌던 특유의 밝고 즐거운 분위기나 완전히 어둡고 위협적인 분위기가 잘 살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사람이 등장하지 않는, 아프리카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실사화한다는 점에서 오는 본질적인 한계는 있었다. 디즈니에서는 애니메이션의 구도를 완벽하게 재현하면서도 가볍고 즐거운 부분보다 진지함을 부각하려 했던 것 같다. 이 때문에 <알라딘>을 보며 몸이 들썩이는 음악과 화려한 영상미를 기대했던 관객들은 당연히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도 원작에서 인상적이었던 연출과 개연성을 살리기 위해 꼭 필요했던 디테일까지도 생략해버린 것은 독립적인 영화로서의 완성도도 떨어뜨렸다.

<뮬란>, <인어공주> 등 다양한 디즈니 실사 영화가 제작되고 있는데, 디즈니가 관객들의 피드백을 통해 원작이라는 강력한 비교 대상을 넘기 위해, 혹은 <알라딘>을 넘기 위해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할지 깨달았으면 한다.


[김채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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