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나를 돌아볼 수 있는 미술심리 - 미스 홍, 그림으로 자기를 찾아가다

글 입력 2019.07.22 20:30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미술은 참 어려운 것 같다. 내가 그림을 못 그려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선 하나에 따라 달라지는 느낌을 포착하기도, 표현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미술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시큰둥하다. 미술은 재미없는 것. 나와는 상관없는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왜 내가 미술을 재미없는 것으로 생각하는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다. 먼저 어릴 적부터 그림을 그려도 못 그렸다는 말만 들어온 것. 뭐, 내가 봐도 못 그리긴 했지만 말이다. 게다가 색에 대한 감각도 없었다. 어떤 색 조합을 해야 하는지도 몰랐고, 그냥 냅다 검은색으로 칠해놨다.


다른 색을 입히면 그 나머지는 어떤 색으로 칠해야 하는지 막막함을 느꼈다. 또 이유가 있는데 학교에 다니면서 미술에 관련된 점수는 낮았기 때문이다.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고등학교 때 수행평가로 열심히 만든 한지 책이 D를 맞은 이후로 내 인생에서 미술이라는 단어를 지워버렸다.


그 이후로 생긴 불안증이 있다. 그림을 그리려고 손을 갖다 대면 그 이후로 어떻게 그림을 그려야 할지에 불안을 느낀다. 얼마만큼 그려야 그림을 망치지 않고 그릴 수 있을까, 못 그리는데 내가 잘 그릴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이내 손을 놓는다.


미술이라면 관련도 없는 내가 이 책을 읽으려고 한 이유는 미술에 대한 어떤 정보보다는 ‘미술 심리’에 관심이 있기 때문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책에선 ‘그림으로 자기를 찾아가는’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궁금했다.



그림으로 나를 찾아가다(표지)-인쇄판4.jpg
 


저 자 : 김은진

규 격 : 신국판 변형(190×220)

쪽 수 : 210쪽

출간일 : 2019년 6월 27일

정 가 : 16,000원

ISBN : 979-11-85973-56-2(03180)

출판사 : 도서출판 따스한 이야기


  

선 안에 담긴 나




내가 어떤 선을 긋고 있는지 계속 확인하는 것이 아니고, 그대로 나오는 순간에 맡겨 버리면 내가 담긴 나의 선이 흔적으로 남지. 이 순간이 창조이고 현존하는 순간이야. 그리고 이어서 근원을 알 수 없는 생생한 기운에 이끌려 다음 행위로 이어지게 돼. 창조는 또 다른 창조를 이끌어내지.


  

그림을 통해 알아보는 심리에 관한 내용이 흥미로웠다. 미술 심리에 대한 깊은 내용은 아니지만, ‘홍’과의 대화에서 촌철살인처럼 날리는 말속에 일반인도 알면 좋은 미술 심리에 대한 내용이 있었다. 특히, 단순한 선을 통해서 심리 상태를 알 수 있다는 부분은 미술 심리를 잘 알지 못하는 일반인도 알고 스스로 그림을 그려보고 진단을 해볼 수 있을 만한 유익한 내용이었다. 그렇다면, 그 내용은 무엇일까.

 


홍 : 처음에는 그냥 그리기 시작했다가 점점 화 같은 게 올라오면서 저도 모르게 손에 힘이 들어갔어요. 그리고 짜증 나는 것을 마구 표현하다 보니까, 마음이 좀 후련해지고 시원해지는 게 느껴졌어요.

 

김 : 나를 드러내기 시작하면 그것이 동기가 되어 또 다른 표현을 끌어내지. 그것을 막지 않고 계속 펼치기 시작하면 내 마음의 세상이 밖으로 나타나게 되는데, 그것이 짜증이든, 분노든, 사랑이나 부끄러움이든 그대로 드러내면 보는 사람에게 아름답거나 좋게 보이게 되는 거야.


 

‘선’이라고 하면 특별한 선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그린 낙서에서 알 수 있다. 그렇기에, 책에 나온 첫 번째 선은 바로 ‘낙서’였다. 나는 낙서에 어떤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낙서는 뭔가를 하기 싫을 때 종이에 끄적거리는 단순한 그림, 손 가는 대로 그리는 아무 의미없는 그림이라고 생각했지만, 이 책에서는 낙서가 현재 심리 상태를 나타내는, 무의식을 나타내는 표식이라고 말한다.


그 말을 보고는 나도 생각을 비우면서 낙서를 해봤다. 챕터마다 그림을 직접 그려볼 수 있는 페이지가 있어서 나는 그 자리에 낙서를 해봤다.


 

[크기변환][꾸미기]KakaoTalk_20190722_194537796_04.jpg
 

낙서 이외에도 가로선, 세로선, 회오리 선 그림을 통해서도 현재 심리 상태를 알 수 있는데, 여기서 재미있던 내용은, 가로선 또는 세로선 중 어떤 선을 더 선호하는지(편한지)에 따라 마음 상태가 다르다는 점이었다.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가로 선이 더 편하게 느껴졌다면 현재 상태가 조금 안정이 필요한 상태라는 것이라 말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나서, 무언가 지금까지는 다른 새로운 일을 펼치고 싶은 상태가 되면 오히려 세로 선이 더 신나고 재미있게 느껴질 거라는 말.

 

그리고 회오리 선 그리기에 대한 설명도 언급이 됐는데, 회오리를 밖에서 안으로 그렸다면 자신의 에너지를 안으로 응축하고 싶다는 표현이며, 밖에 벌려 놓았던 여러 가지 일들을 좀 정리해서 내 안의 힘을 키우는 것이 필요할 때라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선을 통해서 나를 알아가는 과정에 대해 알아보고, 나도 설명에 따라 그림을 그리니까, 상담을 받는 느낌이었다. 간단하지만, 흥미로웠고, 새로운 느낌이었다.

 

    

 

나와 대면하는 자화상 그리기


 


자화상은 나를 대면하는 그림이야. 그래서 화가들에게도 언제나 도전이 되지. 자화상을 그리다 보면 내가 어떤 부분을 좋아하는지, 또 어떤 부분을 미워하는지 알 수 있어.


 

그림 그리기 중 내면과 대면할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게 있는데, 바로 ‘자화상 그리기’다. 여기선 자화상 그리는 것을 나와 대면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거울 속 나타난 내 얼굴을 작은 손거울을 통해서 유심히 살펴보면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과 마음에 드는 부분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리고, 마음에 들지 않는 곳이 내 삶과 연결되어 있다는 말은 조금 충격적이었다. 그리고 덧붙여 ‘내가 외면하고 미워하는 것을 찾아보는 건 나에게 이로운 일이며, 나를 돌보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즉, 자화상을 구체적으로 나를 돌볼 수 있는 곳을 찾는 지도가 된다는 것이다.

 

자화상에 이런 심오한(?) 의미가 있다니. 화가들이 자화상을 왜 그리나 궁금했는데, 이런 의미가 있었다. ‘나를 대면하는’ 그림이 바로 자화상이었다. ‘자화상’이라고 하면 생각나는 그림이 하나 있다. 민음사 세계 문학 전집 『인간실격』의 책 표지에 실린 그림말이다. 책을 읽기 전에는 한 남자의 무표정을 그려낸 그림으로만 생각했지만, 책을 읽고 나서는 이 남자의 얼굴 속 표정에는 깊은 어둠을 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크기변환]2011012513300236.jpg

에곤 쉴레, 꽈리 열매가 있는 자화상(1912)

 


같은 그림을 다르게 보는 ‘관점’의 차이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는 그림의 세계에서 정답이라는 건 없는 것 같다. 나는 정해진 해석이 있다고 믿었고, 전문가의 해석에 전적으로 의존해왔다. 하지만, 그림을 그리면서 다른 사람의 해석은 그저 다른 사람의 생각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남의 생각은 남의 생각일 뿐. 그림을 그릴 때 다른 사람의 평가에 휘둘리지 않아도 된다는 걸 이따금 생각하게 되었다.

 

*

 

책 내용 중 ‘나를 찾아가는 그림’을 주제로, 선 그리기, 자화상을 통해서 무의식을 알아가는 내용을 중점적으로 글을 썼다. 책에는 이것들 이외에도 다른 내용을 담고 있으니, 미술 심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또한, 책 중간마다 그림을 그려 볼 수 있는 부분도 있으니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도 마음 가는 대로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점도 있다.





오지영.jpg
 

    

[오지영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5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