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한여름, 내게 적셔든 청량한 첫사랑 - call me by your name [영화]

글 입력 2019.07.21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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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여름으로 들어온 <call me by your name>



이토록 영화가 청량하고 담백할 수 있을까. 영화를 보고 난 뒤 일말의 찝찝함도 생기지 않는다. 아름답고 지극히 인간적인 영화라는 결론을 간직했다. 한 소년의 첫사랑이 2시간의 영화 안에 너무나 순수하게 담겨 이 영화를 보고 글을 쓰지 않을 수가 없었다.

 

여름에 집에서 홀로 영화를 보는 것을 좋아한다. 아름답고 뭉클한 영화를 한여름 방에서 누워 보고 있노라면 세상을 다 가진 듯 평온하다. 사실 그보다 먼저 난 여름을 좋아한다. 푸른빛이 휘감고 있는 세상은 나에게 활력을 주고, 자연에 감사하게 하며, 삶에 감동하게 한다. 푸른 여름이라는 계절을 좋아하는 내가 만난 <call me by your name>은 한여름 특유의 분위기를 가득히 담고 있었다.

 

<call me by your name>을 알게 된 건 꽤 오래 전이다. 개봉한 지 1년이 훨씬 넘은 작품이니 이제는 영화관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영화. 하지만 지금까지 여기저기서 여운이 남는 영화라며 들려오곤 했다. 집에 놓인 LP 플레이어에 유일하게 꽂혀 있는 LP판이 <call me by your name>의 OST 앨범이었다. 노래 목록 중 나를 사로잡은 것은 ‘Mystery Of Love’라는 선율이 아름답고도 묘한 음악. 이 곡은 제목과 너무나 잘 어울리는 신비로운 노래였다. 한 곡을 무한 반복을 하면서 이 영화를 한 번은 보겠다고 다짐했다. 분명 노래처럼 아름다운 영화일 것이라 예상하며.

 

영화를 다 보게 된 후 ‘Mystery Of Love’가 흘러나오는 장면은 내가 본 영화의 장면 중 세 손가락 안에 들 만큼 아름다웠다. 그리고 이 영화로 글을 써야겠단 생각을 했다. 한여름의 첫사랑을 담은 순수함이 가득한 영화였고, 사랑스러웠고, 담백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모든 장면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한 편의 이탈리아 ‘명화’를 보는 듯했다. 자연의 고즈넉함, 한여름의 청량함, 사랑의 은밀함이 영상으로 충분히 잘 담겨져 있었다. 모든 장면을 배경화면으로 소장하고플 만큼 보는 이를 사로잡기 충분했다.

 

  

 

그저 순수하고 솔직한 첫사랑



<call me by your name>은 별장에서 가족들과 여름을 나는 엘리오(티모시 샬라메)네 가족에게 올리버(아미 해머)가 아버지의 보조 연구원으로 찾아오며 생겨나는 이야기다. 엘리오와 올리버는 그곳에서 꿈같은, 달콤한 사랑에 빠진다. 똑똑하고 야무진 엘리오다. 하지만 올리버를 사랑하게 된 자신 앞에서, 태어나 처음으로 진정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게 된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조금은 멈칫거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때론 자신의 마음과 다르게 행동하기도 한다. 올리버 역시도 처음부터 자연스럽게 다가서진 못한다. 하지만 엘리오가 결국 자신의 마음을 담담하고 솔직하게 표현하는데, 그 장면을 보면 그가 용감하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보이지 않는 벽에 막혀 마음을 숨기는 것이 아니라 가지고 있는 감정을 그대로 표현하는 엘리오이니 말이다.

 

이내 둘의 마음은 자연스럽게 확인이 된다. 그리고 그들은 꿈같은 여름날을 보낸다. 불장난 같은 여자 친구들과의 하룻밤이 아니라 진실된 사랑을 느끼고 있는 엘리오는 처음 만나는 자신의 모습과 사랑하는 올리버에게서 도망치기도 하고 때론 아이같이 어쩔 줄 모르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의 감정선 변화와 사랑 앞에서 보이는 모습이 우리가 태어나 처음 느끼는 사랑의 감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어 그저 모든 첫사랑처럼 예뻐 보인다. 올리버 역시 강인하고 듬직한 겉모습과 또 다르게 다정하고 부드럽게 사랑하는 엘리오를 보듬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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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여름 안에서 서로를 사랑하고, 있는 그대로 마음을 말한다. 별장에서 같이 생활하는 엘리오 가족들과 친구들은 그들의 관계를 눈치 채지만 의심하거나 나무라지 않는다. 그저 그들을 ‘사랑에 빠진 이들’로 미소를 지으며 바라본다. 나는 그 점이 너무나 좋았다.


영화에서 어느 장면도 그들이 둘 다 남자이기에 곤란에 빠지거나 주변 사람으로부터 상처받는 장면이 없었다. 인간으로 태어나 가질 수 있는 순수한 사랑의 감정을 보여주는 영화였다. 그리고 그 대상이 서로에게 남자였을 뿐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엘리오의 사랑에 나 역시도 거리낌 없이 빠져들 수 있었다.

 

여름, 한 계절을 별장에서 지낼 뿐인 엘리오네 가족들. 그 둘의 사랑 역시 여름 안에서 끝내야만 했다. 먼저 떠나가는 올리버, 원래의 일상으로 곧 돌아가는 엘리오네 가족들. 그들에게 사랑은 여름의 별장 안에서 끝나는 사랑이었다. 엘리고와 올리버는 이별 앞에서 마음껏 사랑할 수 있는 여행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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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Mystery Of Love’가 울려 퍼진다. 그들은 상대를 자신의 이름으로 부른다. 그것도 아주 마음껏, 아무것도 막을 것이 없다는 듯이. 사랑 앞에서 어느 편견도, 속박도 없다는 듯 그들은 자유롭게 떠돈다. 사랑하는 마음이 온 영상에 울려 퍼져서 영상에 가득 묻어 나온다.

 

그 여행을 끝으로 그들의 시간은 끝이 난다. 그리고 첫사랑의 끝 앞에서 자신을 제어하지 못하는 엘리오의 모습이 안타깝기도 했다. 집으로 홀로 돌아온 엘리오에게 그의 아버지는 지금 가진 사랑의 감정을 어떻게 정리해야 하는지 현명하게 알려준다.

 


너희 둘의 관계는 지성과는 아무 상관없어

좋은 사람이었지

 

둘이 서로를 찾은 건 큰 행운이었어

너도 좋은 사람이니까

 

정말 생각도 못 한 순간에

세상은 우리의 약점을 교묘하게 찾아내지

그저... 내가 있다는 걸 기억해주렴

 

지금은 아무 감정도 느끼고 싶지 않겠지

다시는 어떤 감정도 느끼고 싶지 않다거나

그리고...

나와 나누고 싶지 않은 얘기일지도 모르지만

네가 가졌던 감정을 느꼈으면 좋겠다.

 

너희 우정은 정말 아름다웠어

우정 이상이었지 네가 부럽다

 

보통 부모들이면 없던 일로 하고

아들이 제자리로 돌아오길 빌겠지만

난 그런 부모가 아니야

 

상처를 빨리 아물게 하려고

마음을 잔뜩 떼어 내다간

서른쯤 되었을 땐 남는 게 없단다.

 

그럼 새로운 인연에게

내어줄 게 없지

 

그런데 아프기 싫어서

그 모든 감정을 버리겠다고?

너무 큰 낭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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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소파에 앉아 담담히 아들에게 건네는 말들은 세상을 먼저 산 어른이 첫사랑을 끝내려는 자식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현명한 말이 아니었을까. 엘리오가 그들의 자식이라서 다행이었다.

 

또 한 계절이 지나갔고, 겨울이 된 그들에게 찾아온 전화 한 통은 올리버였다. 영화는 올리버가 엘리오 가족에게 다른 이와의 결혼 소식을 전하며 마무리 된다. 한 계절 뜨거운 사랑의 경험으로 온전히 남아버린 그들의 사랑은 모든 이의 첫사랑을 불러일으켰고 그저 그들의 사랑을 함께 경험하게 했다.

 

서로를 자신의 이름으로 부를 만큼 열렬히 사랑한 그들은 아름다웠다.

 


 

내게 너무나 완벽했던 영화 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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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미, OST, 연기, 풍경, 대사 하나까지 놓칠 것이 없는 가히 내게 완벽한 영화였다. 매년 여름 떠오를 한 편의 인생 영화가 내게 또 생긴 것이다. 거장 류이치 사카모토의 음악뿐만 아니라 예술적인 감각을 지닌 여러 OST는 그들의 사랑을 더욱 신비롭고 아름답게 만든다.


또한 퀴어 영화라는 장르에서 벗어나 그저 ‘인간의 삶과 사랑’ 자체를 느끼게 했다는 점에서 박수를 치고 싶었다. 예전에 관람했었던 <캐롤>과 마찬가지로 퀴어 영화 장르가 익숙하지 않았던 내게 그저 사랑의 아름다움을 보여줌으로써 마음에 남아있던 편견마저 깨트린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성소수자의 사랑은 사실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없다. 그들은 아직 우리 사회에서 음지에 있다. 그렇기에 내게 이 영화와 같은 동성애를 다룬 주제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다가오기는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영화를 보고 있으면 엘리오의 사랑과 그들을 담은 풍경이 그저 아름답다는 말밖에 할 수 없기에 <call me by your name>를 바라보는 시선은 따뜻해진다. 그래서 <call me by your name>의 작품성과 제작 그 자체는 세상을 향해 일으킬 수 있는 변화와 파급력이 크다고 생각한다. 나와 같이 엘리오와 올리버의 사랑을 아름답게 지켜보았던 이들이라면 똑같은 감정을 얻지 않았을까.

 

한 여름의 아름다움을 내 마음에 흠뻑 적셔줄 영화를 만났다. 그저 행복한 여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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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경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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