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일어나지도 않은 일들에 대한 두려움에 대해서 [사람]

글 입력 2019.07.16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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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이란 건 무엇일까?


내가 두려워하는 것들은 대부분 실재가 없는 것들이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미래 일들에 대한 두려움이다. 현재 아직 일어나지 않았지만 그 일들이 일어날까봐 두려워 한다는 것이 어리석은 줄 알면서도 어리석음이 반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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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자면 이런 거다. 여행지 낯선 길을 잘 못 찾으면 어떡하지? 두렵다. 아니면 많은 사람들 앞에서 가끔 발표해야 하는 전날부터 제대로 다 할 수 있을까? 실수는 하지 않을까 싶은 두려움도 크다. 먼 미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도 있다.


최근의 가장 컸던 두려움 중에 하나는 아직 만나지도 않은 새로운 팀장님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이었다. 굉장히 깐깐하고, 성격은 급하며 직설적이며 무섭기까지 하다는 새로운 팀장님 대한 소문은 만나기도 전부터 앞으로 한 동안 어쩌지 라는 생각으로 나를 두려움으로 몰고 갔다.

 

강신주의 감정수업이라는 책에서는 두려움에 대해서 이렇게 이야기한다.

 


미래에 대한 두려움, 그것은 과거 불행에 대한 기억과 짝을 이루는 감정일 수밖에 없다.


과거의 불행이 집요하게도 미래에 다시 반복될 것 같은 불긴함 예감에서 생기는 슬픔, 즉 두려움은 바로 이렇게 우리 내면에서 탄생하여 우리의 비전을 지배하게 된다. 그렇게 불행한 과거는 과거지사로 그치지 않는다. 사실 인간은 과거를 통해 미래를 꿈꾸는 동물이다. 그러니 과거가 행복한 사람은 미래를 장밋빛으로, 과거가 불행한 사람은 미래를 잿빛으로 꿈꾸게 된다.



과거의 아픈 기억과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한 염려로 지금도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기는 하지만 그나마 예전보다 나아진 점이 있다면 불안하고 초조한 감정 또한 결국 지나간다는 것을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서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설마 예상했던 불행한 일이 일어났다 해도 그것 역시 시간이 지나면서 해결되는 경우가 많았다.

 

타이탄의 도구들이라는 책에서는 캐롤라인 폴이라는 여성 소방관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녀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겁쟁이라고 했다. 아직 자신의 미래를 결정하지 못했을 시절에 자신이 가진 두려움을 극복하지 못하면 앞으로 무슨 일을 하던 간에 어떠한 일도 이루지 못하겠다는 생각을 했고, 두려움을 마주보기 위해서 샌프란시스코 230미터 높이의 금문교 케이블 선을 걷기로 도전했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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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발자국을 떼는 건 정말 기적과도 같은 용기가 필요했다. 하지만 두 걸음, 세 걸음쯤 걷고 나자 그냥 보통 평지를 걷는 것과 똑같다는 느낌이 문득 들었다. 그러니까 두려움에서 용기까지는 두세 걸음이면 충분했던 것이다.



나에게도 그녀와 비슷한 감정이 쏟았었다. 두려움 속에서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면, 지금 이 상태의 고인 물에 머문다면 나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채 더 많고 무거운 두려움만 얹고 지내겠지 하는 또 다른 두려움 말이다. 두려움의 무게라는 것이 피한다고 줄어드는 게 아니라는 것을 천천히 어른이 되어가며 더 많이 느끼게 되었다. 학생 때는 두려우면 피할 수 있었다. 대부분의 일에 나의 선택권이 있는 것들이었으므로.


그러나 사회생활을 하면서 가장 큰 두려움은 늘 하고 싶지 않고 불편한 일들을 해야 한다는 사실에 있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수동적인 일의 태도에서 벗어나지 않고 현실에 안주한다면 나의 미래가 무기력으로 가라앉아 버릴 것이라는 것에 대해서 무언가를 시도하는 것도 시도하지 않는 것에도 양방향으로 두려움이 생겼다. 결국 두려움은 평생을 짊어지고 가야하는 감정인 것이었다.

 

나는 차마 저런 위험한 도전을 하고 싶지는 않다. 그저 첫 발자국을 떼기 위해서 두려움을 가라앉히기 위한 명상을 한다. 글을 쓰는 것도 나에게는 명상의 다른 형태다. 가만히 나의 감정들을 글로 써 내려가며 차분하게 가라앉히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두려움을 가득 안고 작게나마 이전에 해보지 않았던 일들에 도전해 보기도 한다. 무계획으로 여행을 가보거나, 일부러 발표를 맡아서 해본다던가, 돈을 걸어보기도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을 때의 막연한 두려움 보다야 작은 시도를 막상 하고 나면 훨씬 편안해짐을 느낀다. 이왕이면 이 감정이 영원히 사라져버렸으면 좋겠지만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두려움을 안고 살아가는 다양한 삶의 지혜들을 체득하여 언제나 편안함이 감도는 삶을 살고 싶다.





[최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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