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무너질 때까지,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영화]

무너뜨림의 미학
글 입력 2019.07.15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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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일상이 지겹고 익숙한 관계가 나를 좀먹는 것 같을 때마다 항상 낯선 곳으로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유지해야 할 일상과 여러 가지 현실적인 제약 때문에 대개는 생각에 그치기 마련이다. 익숙하지만 편안한 일상을 바꾼다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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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의 주인공 리즈는 뉴욕 맨해튼에 사는 성공한 저널리스트다. 모든 게 완벽해 보이는 그녀도 이와 비슷한 고민을 한다. 다른 점이 있다면 리즈는 생각을 실행에 옮겼다는 것이다. 지금의 일상이 진정 자신이 원하던 것이 맞는지 고민하던 리즈는 익숙함에서 벗어나 나 자신의 모습을 찾아보기로 결심하고, 일상을 구성하던 모든 것들을 정리한 채로 낯선 여행길에 오른다. 로마에서 아쉬람, 발리로 이어지는 리즈의 ‘균형 찾기’ 여행은 과연 어떤 결말을 맞게 될까?


*


누구나 한 번쯤은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실제로 떠나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은 그만큼 일상을 내려놓는 일이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더는 삶의 의미를 찾기 어렵고, 편안한 관계가 나 자신을 갉아먹는 것을 느끼면서도 견고하게 쌓아 온 일상을 무너뜨리기란 쉽지 않다. 익숙함은 곧 편안함이지만 변화에는 큰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린 변화를 두려워해.

현상유지 한답시고

끔찍하게 망가지지.



삶과 관계를 만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지속하는 삶과 관계에 자신을 맞추다 보면 어느새 나 자신은 사라지고 없다. 모든 게 완벽해 보이던 리즈가 갑자기 모든 걸 내려놓고 떠나기로 결심한 것도 아마 이런 이유에서였을 것이다. 리즈는 익숙함이 자신을 좀먹게 두고 간신히 일상을 버티는 것보다, 용기를 내어 모든 것을 무너뜨리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후 그것을 거침없이 실행에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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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체 파 니엔테.

달콤한 게으름,

이탈리아인 생활신조.



리즈의 첫 번째 행선지는 미식과 낭만의 도시, 로마다. 리즈는 이곳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좋은 사람들과 어울리며 풍요롭고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리즈의 로마 생활은 그동안 소홀히 대했던 나 자신을 사랑하기 위한 시간이다.


나 자신을 돌보고 사랑해준다는 것은 그리 거창한 것이 아니다. 식사 한 끼를 먹더라도 맛있게 먹고 소중한 사람들과 즐겁게 시간을 보내며, 내가 어떤 성취를 이루어내지 못했더라도 가끔은 이유 없는 ‘달콤한 게으름’을 즐길 줄 안다면 그것이 곧 나 자신을 소중히 대하는 태도다.


리즈는 로마 생활에서 ‘돌체 파 니엔테’를 즐길 줄 아는 이탈리아 사람들과 어울리며 자신에게 조금 더 애정을 가지게 되고, 관계와 풍요에서 오는 기쁨을 만끽한다. 하지만 리즈에게는 아직 해결하지 못한 숙제가 있다. 관계와 일상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생긴 상처와 책임, 자기혐오, 두려움, 불안함 같은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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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즈는 전 남편과 애인과의 관계에서 그들과 스스로 입혔던 상처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그래서 리즈의 두 번째 행선지는 인도 아쉬람이다. 뜨겁게 기도하고, 명상하고, 참회하고, 용서할 수 있는 곳. 리즈는 그곳에서 생활하며 쉽게 무너지지 않을 마음속의 굳은 심지를 세우려고 한다.


하지만 자신을 용서할 때까지 이곳 아쉬람에 머무르기로 했다는 리처드에게서 중요한 깨달음을 얻는다. 어떤 것에도 흔들리지 않을 굳은 심지란 없으며, 사랑하면 흔들리기 마련이고, 거기서 균형을 찾으려면 넘어지는 수밖에 없다는 것.


누군가가 그립다면 그리움이 소진될 때까지 아파해야 하고,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사랑이 고갈될 때까지 끊임없이 흔들려야 한다. 리즈는 아쉬람에서 마음껏 그 흔들림과 그리움을 겪고 끝내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나온 자신을 용서한다. 리즈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균형을 마침내 이루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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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리즈의 여행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그녀의 마지막 행선지는 이 여행의 시작이 된 발리다. 리즈는 그곳에서 스승 케투와 재회하고, 새로운 연인 펠리프를 만난다. 하지만 리즈는 그를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한다. 이전의 사랑에 흔들리고 아파하며 힘들게 찾은 균형을 또다시 사랑으로 잃어버리게 될까 두려웠던 것이다.



때로는 사랑하다가 균형을 잃지만,

그래야 더 큰 균형을 찾아가는 거야.



케투는 두려움에 떠는 리즈에게 이런 말을 한다. 어쩌면 이 여행의 시작과도 같은 말이다. 이제껏 유지해 온 일상의 균형이 무너질 것이 두려워 여행을 시작조차 하지 않았더라면, 리즈는 수많은 깨달음과 인연, 그리고 지금의 더 크고 의미 있는 균형을 얻지 못했을 것이다.


사랑도 여행과 같다. 그 끝에 무엇이 있을지 모르지만, 온 힘을 다해 사랑하고 아파해본 사람은 더 큰 균형을 유지하는 사람으로 한 걸음 성장한다. ‘다 버리고 떠날 용기만 있다면, 안락함도 집착도 뒤로 한 채 몸과 마음이 원하는 진실을 찾아 나선다면, 여행의 순간마다 새로운 걸 배우고 어깨를 부딪친 모두가 삶의 스승임을 안다면, 힘들겠지만 아픔도 외면하지 않고 마주할 수 있다면,’ 진실은 당신을 피해 갈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황혜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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