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부천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

2019. 6. 27 – 7. 7
글 입력 2019.07.13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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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여름의 끝자락. 부천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BIFAN)가 열렸다. 문화도시 부천에서는 매년 만화영화제, 애니메이션영화제 등과 같은 다양한 콘텐츠 관련 행사가 개최된다. 올해 23살을 맞이한 부천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는 어느덧 아시아를 대표하는 판타스틱 장르 영화제로 자리매김했다.

영화제 소개에 앞서, 조금은 생소할 수 있는 ‘판타스틱 장르’에 대해 먼저 언급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판타스틱 장르란 호러, 판타지, SF 등과 같이 현실을 초월한 배경을 가진 장르들을 포괄하는 명칭이다. 해서 좀비, 오컬트, 괴수 영화, 해리포터, 매트릭스, 스타워즈 시리즈 등은 모두 판타스틱 장르에 속한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판타스틱 장르가 ‘비현실적인’ 장르가 아니라는 점이다. 비현실과 초현실은 엄연히 다르다. 비현실은 현실을 부정하는 개념이고, 초현실은 현실의 존재를 인정하되 현실의 차원을 넘어선 또 다른 차원을 제시하는 것이다. 영화 ‘인터스텔라’나 넷플릭스의 ‘기묘한 이야기’ 시리즈, 런던에서 마법사 세계로 넘어가는 ‘해리포터’ 시리즈가 바로 초현실 개념을 제시하는 콘텐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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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알고 나면 23회 BIFAN의 포스터에서 보다 많은 것이 보인다. 너무도 평범한 부천의 한 상가 위.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UFO와 트로이의 목마는 평화로운 부천의 한가운데서 진짜로 무슨 일이 일어날 듯한 긴장감을 준다. 흥미를 불러 일으키는 이 포스터와 함께, 영화제에 대한 이야기로 들어가보자.



가장 대중적인 영화제, BIF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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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영화제’ 하면 가장 먼저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 레드카펫을 걷는 유명 배우들이 생각날 것이다. 얼마 전 ‘기생충’ 제작진이 칸에서 받았던 기립박수도 생각날 것이고, 유명 감독들의 작품성 높은 영화들도 떠오를 것이다.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영화인들의 축제’, 그것이 바로 영화제의 보편적인 이미지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영화인’들의 축제인 만큼 영화제 상영작 중에는 일반 관객의 시선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작품들이 많다. 필자 역시 즐거운 마음으로 영화를 보러 갔다가 저게 뭔 소리지, 싶어 넋 놓고 돌아온 경험이 종종 있다.

필자가 BIFAN에서 가장 특이하게, 그리고 좋게 봤던 점은 바로 대중성이다. 장르영화제라는 축제의 특성 상 BIFAN의 상영작들은 한 마디로, 그렇게 어렵지 않다. 상당히 대중적인 감성으로 웃기고, 무섭고, 슬프고, 통쾌하다. 하지만 그 안에 사회를 향한 비판의식이나 나약한 인간 내면에 대한 통찰이 담겨 있어 그 깊이가 마냥 얕지도 않다.

필자가 가장 인상 깊었던 영화는 ‘코리아 판타스틱: 단편 1’이었다. 이 하나의 섹션 안에 묶인 4개의 단편영화는 각각 다른 장르와 분위기,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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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열두번째 인턴’은 잘 살린 스릴러의 틀 안에서 ‘진짜로’ 벼랑 끝에 내몰린 청년의 절박함을 그려냈다. 뒷걸음질조차 칠 수 없도록 청춘들을 내몰고 있는 사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따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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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안드로이드입니까’ 역시 서비스직 노동자를 함부로 대하는 이들에 대한 비판을, SF라는 장르를 입혀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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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립스틱 레볼루션’은 4개의 영화 중 가장 현실반영을 잘 한 작품이라고 느꼈다. 쉽게 얘기하자면 립스틱을 바르면 바른대로, 안 바르면 안 바른대로 여성의 외양에 대해 지나치게 관심을 표현하는 남성들에게 복수하는 이야기다. 해당 주제에 깊이 공감하는 여성으로서 매우 통쾌했고, 이런 영화가 각광받는 사회를 만들어준 선배 여성들에게 감사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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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찔리는 이야기’는, 필자가 본 여러 콘텐츠 중 가장 ‘특이하다’고 말할 수 있을 듯하다. 고어와 코미디를 섞은 블랙 코미디인데 이 같은 조합을 필자는 지금껏 한 번도 보지 못했다. 독특한 장르 영역 안에서 이기적인 인간 내면에 대해 재밌게, 그리고 설득력 있게 표현한 점이 인상 깊었다.

이처럼 BIFAN의 상영작들은 장르적 재미에 충실하면서도 각자만의 단단한 메시지를 갖고 있다는점에서 부담스럽지 않은 사유의 기회를 마련해준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BIFAN은 수도권에서 개최된다. 많은 영화제들은 지방에서 개최되기에 필연적으로 이동의 불편함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 7호선의 ‘부천시청’ 역에서 내리면 바로 현장에 도착한다는 점이 분명 영화제와의 심리적 거리를 좁히는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다.

수도권의 특성 상, 영화제의 주요 공간이었던 부천 시청 근처에는 아파트가 많았다. 그래서인지 필자 눈에도 가족단위의 관객들이 많이 보였다. 영화제가 한창인 부천시청 앞의 푸른 잔디밭에서 아이와 아빠가 뛰놀고 있는 모습이 참 훈훈해 보였다.

*

영화제의 존재 이유가 무엇일까, 문득 생각해본다. 각 영화제마다 그 존재 이유는 모두 다르겠지만 부천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와 같이 대중적이고 친숙한 브랜드는 꼭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결국 영화는 보는 이가 있어야 완성되는 매체이기 때문이다.

너무나 감사했던 BIFAN 나들이. BIFAN이 그 고유한 정체성을 잃지 않고 오래도록 지속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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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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