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이방인'을 통해 본 '아이유' [영화]

<페르소나>를 보고
글 입력 2019.07.08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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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절대 죽을 때

입을 벌리지 않겠다고 생각했어.

죽을 땐 죽음으로 받아들이는 것으로

삶에 저항해야겠다고.


- 페르소나 ; 밤을 걷다 中



다른 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바라볼까? 살면서 적어도 한 번 쯤은 품는 생각일 테다. 경우는 많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거나, 중요한 일이 있거나, 여러 사람을 만나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친구나 가족을 만날 때에도 그런 생각을 할 수 있겠다. 누구나 다른 사람에겐 좋은 모습만을 보이고 싶어 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물론 살면서 완벽한 모습만을 보여준단 건 불가능에 가깝다. 우리는 전지전능한 신이 아니다. 그래서 스스로를 좋게 포장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문제는 다른 사람들이 나를 그렇게 봐 주지 않을 때 생긴다. 남이 생각하는 내 모습은 스스로 판단한 것과 다를 수 있다. 아예 아니 고운 시선으로 쳐다 볼지도 모른다. 그걸 알면서도 우리는 사람들과 어울리며 다양한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사람이 마냥 혼자서 살 수는 없기 때문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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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미, 임필성, 전고운, 김종관 감독들이 기획한 『페르소나(2019)』는 그런 의미에서 파격적이다. 총 4편의 옴니버스 형식 에피소드는 말하려는 게 뚜렷하다. 로리타 섹슈얼리즘, 얽매이지 않는 사랑, 청소년기의 반항심, 그리고 죽음. '날 것'이라 하면 적확할까. 영화는 가볍지 않은 주제를 꾸밈없는 그 자체로 보여준다. 민감할 수 있는 부분은 보는 사람이 알아서 판단하라는 인상을 줄 정도다.

페르소나는 '가면'을 의미한다. 맥락에 맞춰 쉽게 말하면, '다른 사람에게 보여지는 내 모습'정도가 되겠다. 영화계에선 '특정한 상징을 표현하는 배우'라는 전혀 다른 뜻을 갖기도 한다. 영화 페르소나에선 두 의미가 모두 쓰인다. 영화는 아이유가 우리에게 보여지는 모습에 집중한다. 이때, 앞서 말한 주제들은 평소 아이유에게서 볼 수 없는 민낯을 볼 수 있게끔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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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나오는 아이유의 모습은 모두 솔직하다. 특정한 틀에 얽매이려 하지 않는다. 그만큼 자유롭게 살고 싶기 때문일지 모른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도 연연해하지 않는다. 아이유는 영화에서 원하는 대로 말하고, 생각하고, 행동한다. 네 명의 다른 감독들이 아이유를 모티브로 옴니버스 형식의 에피소드를 구성했다는 이야기를 보면 이유를 알 법직도 하다.

어린 나이에 할머니 품에서 자라며 가수의 꿈을 키웠다. 그리 좋진 않았던 첫 데뷔곡 이후로, '좋은 날'을 시작으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그러다 인간관계나 노래의 소재, 앨범 디자인으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조롱에 가까운 비난을 가했다. 그래도 중간에 주저앉지 않았다. 오히려 성숙해졌다.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노래로 사람들과 소통하려 노력했다. 여러 일들을 잘 헤쳐나가면서 최고라고 불리는 아티스트가 됐다.

인기와 주목을 받을수록 사소한 행동거지도 신경써야했다. 스스로를 드러낼수록, 스스로를 감춰야 했을 테다. 이제껏 자신을 그리 사랑하지 않았던 것 같다는 인터뷰를 보면 더욱 그렇다. 어렸을 때부터 다른 사람의 시선을 받으며 자랐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가장 많은 논란이 있었던 'CHAT-SHIRE' 앨범은 그 흔적들을 잘 보여준다. 수록곡인 '스물셋'의 가사만큼 확실한 표현은 없겠다.


여우인 척, 하는 곰인 척, 하는 여우

아니면 아예 다른 거


어느 쪽이게?

뭐든 한 쪽을 골라

색안경 안에 비춰지는 거

뭐 이제 익숙하거든

Check it out


- 스물셋 中



사람들은 저마다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그래서 특정한 대상을 평가하는 기준이나 생각도 다를 수 밖에 없다. 이유없이 좋거나 싫을 수도 있다. 세상엔 마땅한 이유없이 일어나는 일도 많다. 알베르 까뮈(Aibert Camus)가 말한 대로, 세상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것들로 가득 찬 공간일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자기가 보고 싶은대로 보고, 듣고 싶은대로 듣는다'는 말이 괜히 생기진 않았을 것이다.

까뮈는 부조리에 저항하는 인간상으로 '이방인'을 그렸다. 이방인은 부조리한 세계에 저항하는 인물이다. 부조리는 우리가 확실한 이유를 모르는 채로 흘러가는 수많은 일들을 말한다. 인간의 한계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누구나 완벽한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오히려 그렇기에 스스로 삶에 의미를 찾고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까뮈는 그걸 알고 있을 때, 자신만의 삶을 제대로 사유할 수 있다고 봤다.

아이유는 페르소나를 통해 자신을 둘러싼 부조리를 당당하게 마주했다. 사람들이 '여우인 척, 하는 곰인 척, 하는 여우 아니면 아예 다른 거'라고 생각할 때, 아이유는 다른 무엇도 아닌 '아이유'로 남았다. 본인을 둘러싼 모든 걸 있는 그 자체로 받아들였다. 아마 'Palette' 앨범이 만들어질 즈음부터 조금씩 그럴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수록곡 '팔레트'의 가사를 보더라도 확실히 2년 전과는 많이 다르다.



I like it. I'm twenty five

날 미워하는 거 알아

I got this. I'm truly fine

이제 조금 알 것 같아 날


- 팔레트 中



그래서 페르소나는 아이유를 위한 영화다. 스스로에게 영감을 얻어 작사, 작곡한 노래가 영상으로 표현된 셈이니 말이다. 그래서 꾸준히 아이유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영화기도 하다. 아이유가 겪었을 일들을 직접 이해할 순 없지만, 적어도 함께 그 길을 걸어온 이방인이기 때문이다. 영화는 어쩌면 조금 더 자신과 서로를 알기 위한 시도였을지도 모르겠다.




영화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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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종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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