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교환 생활을 통해 ‘나’를 찾다 [사람]

미국 교환 학생을 마치며, 교환학생을 망설이는 분들께 쓰는 글
글 입력 2019.07.08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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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기가 시작한다. 각 수업의 교실이 어디에 있는지도 아직 다 못 외웠는데 중간고사 기간. ‘별로 배운 것도 없는데, 벌써?’라고 항상 생각하는데, 중간고사 시험 범위는 항상 방대하다. 힘겹게 중간고사를 끝내면 과제의 시즌이 돌아온다.


하루살이처럼 과제, 그 다음 과제, 또 그 다음 과제를 하나하나 해결하다보면 종강이 다가온다. 중간고사보다 더 정신없는 기말고사 기간이 끝나면 드디어 종강! 하지만 종강의 기쁨도 잠시. 학기 중에 바빠서 못했던 대외활동, 자격증 준비, 제 2외국어 공부가 시작된다. 그리고 바쁘게 지내다보면 방학 두 달도 순식간에 끝. 그 다음 학기가 시작한다.


쳇바퀴를 도는 다람쥐처럼 반복되는 바쁜 일상. 그 일상이 너무 버거워 ‘이번 방학은 꼭 쉬어야지’ 다짐을 하곤 했다. 그런데 항상 실패했다. 일주일 정도 아무것도 안하면서 쉬고 있다 보면 주변에서 바쁘게 살아가는 친구들과 스스로를 비교하게 되고, 이렇게 쉬고만 있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계속 들어서 무언가를 다시 시작했기 때문이다.

 

결국 나는 제대로 된 휴식을 찾아 현실로부터 도망을 가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현실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선택한 것이 교환 학생이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휴식이 필요해서 교환 학생을 간다고 말을 했을 때 휴식이 필요하면 휴학을 하고 여행을 가지 왜 굳이 교환 학생을 가냐는 질문을 정말 많이 받았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휴식을 위해서 교환 학생을 택한 것은 아주 탁월한 선택이었다.


교환 학생 신분으로 수업을 듣는 만큼 수업과 학점에 대한 부담이 굉장히 적어서 정말 듣고 싶은 수업만 골라서 들을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과제와 시험에 대한 부담도 아주 적었는데, 어찌되었든 ‘수업을 듣고 있다’는 사실 덕분에 수업 외의 시간에 죄책감 없이 쉬고 놀러 다닐 수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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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의 미국 뉴저지 주립대학교


미국 뉴저지 주립 대학교에서 5개월 동안 교환 생활을 하면서, 전에는 해보지 못했던 경험들을 여럿 했다. 시험 이틀 전에 보고 싶은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보러 뉴욕에 가기도 했고, 나이아가라 폭포에서 돌아오는 버스에서 황급하게 마감 전날에 과제를 쓰기도 했다. 단순하게 가고 싶지 않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수업에 안 가고 학교 서점에서 재미있어 보이는 책 하나 골라 오전 내내 읽기도 했다.


생각해보면 한국에 있었어도 과제 제출 전에 놀러 다니고 수업 몇 번 빠지는 등의 소소한 일탈은 마음만 먹는다면 어려운 일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이런 소소한 일탈들이 가져다 주는 즐거움이 더욱 크게 느껴졌던 것 같다. 이 경험들을 통해 내가 생각보다 거창하지 않는 일들 속에서도 행복을 쉽게 느낀다는 것을 깨닫기도 했다.

 

수업을 통해서는 내가 생각보다 발표와 토론을 즐기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미국 수업에서 가장 놀랐던 점은 학생들이 교수님의 질문에 바로 손을 들고 생각나는대로 대답을 하고, 수업에서 이루어지는 토론에는 구성원 모두가 참여한다는 점이었다. 틀릴 것을 걱정하지 않고 자신이 생각하는 것을 바로바로 제시하는 상황이 교실에서는 당연한 상황으로 여겨질 수도 있겠지만, 이 모습은 한국 대학의 강의실에서 봐왔던 상황과는 분명 차이가 있었다.


40명 정도 되는 소형 강의에서조차 자발적으로 손을 들고 자신의 생각을 제시하는 학생들이 흔하지 않은 곳이 한국이기 때문이다. 교수님께서 학생들에게 토론에 참여하길 장려하시지만 발언 횟수를 성적에 반영한다고 하시거나 발언자를 지목하시기 전까지는 토론 참여율이 아주 낮은 교실에서 공부를 하던 내게 150명이나 수강하는 대형 강의임에도 불구하고 손을 번쩍 들고 토론에 참여하는 학생들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미국의 강의실은 큰 충격을 안겨 주었다.


수업시간에 조용히 앉아서 교수님의 강의만 받아 적고 있는 사람이 이상하게 보일 정도로 학생들의 참여율이 높아서, 나도 용기내서 손을 들고 수업의 대화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굉장히 떨리고 힘들었는데, 한 번 하고 나니 두 번째 세 번째부터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심지어 내가 제시한 의견에 대해 누군가의 즉각적인 생각을 듣고 내 의견을 발전시켜나가는 과정이 생각보다 재미있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 돌아가서는 그렇게 손을 들고 토론에 참여를 하고 질문을 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용기가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한국에서는 같이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선배, 동기, 후배들인 만큼 강의실에서 내뱉게 되는 한 마디 한마디에 더 신경을 쓰게 되고 그만큼 소심해지기 때문이다. 그래도 교환 학생의 경험을 통해 조금이라도 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해볼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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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미국 뉴저지 주립대학교



휴식을 찾아 현실로부터 도망을 간 교환 학생. 자유 속에서 마음껏 휴식을 누리는 것 외에는 무언가를 얻어가야겠다는 기대를 전혀 하지 않았다. 하지만 놀랍게도, 교환 학생은 내게 충분한 휴식과 더불어 나 스스로에 대해 알아갈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었다.


일상에서 벗어나 타지에서 생활을 하는 경험은 주변 환경에 의해 만들어진 내가 아닌, 자연스럽고 객관적인 모습의 ‘나’를 볼 수 있게 도와주었던 것이다. 그러기에, 교환 학생을 갈지 말지 고민하시는 분들에게 꼭 말해주고 싶다. 교환 학생의 경험은 기대했던 것보다 더 많은 것들을 보고 느끼고 깨달을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기에 주저하지 말고 꼭 가셨으면 좋겠다고.



[김태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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