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안녕, 윤하 [음악]

윤하의 노래, 마음결을 쓰다듬는 다정한 위로
글 입력 2019.07.06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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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간 노래를 잘 듣지 않았다. 음악이 소음이라고 느껴질 때가 종종 있었다. 복잡한 머릿속은 늘 고요한 상태를 갈구했고, 친구들의 추천곡을 들어봐도 별 감흥이 없었다.


가끔 듣는 음악 목록에도 신곡은 쉽게 발을 들이지 못했다. 나이가 들어가는 걸까, 심심한 생각을 해보았다.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노래, 나만 알고 있기 아까운 노래를 찾으려 여기저기 뒤적거리는 일도 어느 순간부터 더는 재미가 없었다.


요즘 무슨 노래를 듣느냐는 질문에 답을 했는데, 친구가 이렇게 말해줬다. “너 작년에도 똑-같이 답했었어!” 취향이 소나무 같다는 친구의 말에 동의할 수밖에. 취미란에 음악 듣기가 사라진 지금까지도 내가 계속 듣는 앨범은, 2017년 연말에 발매된 윤하의 정규 5집 [RescuE]다.


사실 윤하는 내게 오랫동안 발랄하고 씩씩한 이미지로만 기억되었다. 한창 사춘기 초입에 듣던 ‘비밀번호 486’과 ‘혜성’의 목소리와 분위기가 각인되어있어 가끔 추억 삼아 들어볼 뿐 신곡이 나와도 크게 애정을 갖지는 못했다. 더군다나 발라드는 내가 좋아하는 장르가 아니라 더더욱 들을 일이 없었다.




윤하의 정규 5집 Resc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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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정말 우연히, 앨범 표지가 마음에 들어 윤하의 정규 5집을 듣게 되었다. 5년 5개월 만의 정규. 5년여의 시간 동안 그녀의 음악은 많이 변해있었다. 내가 교복을 벗고, 자퇴와 재수를 하며 많은 사람과 헤어짐을 거치고 또 다른 이들을 맞이할 동안 윤하의 음악도 새로운 곳을 가리키고 있었다.


시간의 흐름을 실감하며 듣게 된 곡들은 하나하나 모두 소중하고 아름다웠다. 개인적으로 5집 수록곡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곡은 8번째 수록곡 Drive- 찬 바람이 불면 몸도 마음도 웅크리게 되는 내게 긴 겨울 동안 큰 위안이 되어줬다.





제법 비어있는 도로 위에서

꽤나 보호받는 차체 안에서

붉게 변해버린 신호등 앞에

멈춰 있어 I’m the driver


어디로든 멀리 갈 수 있다고

기대를 걸었던 도로 위에선

긴장을 놓지 않는 것 밖에는

할 수 없어 Who’s the driver



한창 내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알 수 없어 괴로운 날들이 있었다. 나는 정체되어있고 다른 모든 이들은 어디론가 바삐 걸음을 옮기는 듯했다. 나는 아래로 깊이 침체되어가는데 모두들 위를 향하고 있다는 착각은 나를 좀먹었다.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먹고 마음에 드는 옷을 산다고 나아질 기분이 아니라는 걸 직감적으로 알아차렸다. 나에게는 시간과 믿음이 필요했다. 가라앉은 채로 머무를 시간과 괜찮아질 거라는 믿음. 윤하의 5집은 절망과 희망, 모순된 두 가지 생각 사이에서 헤매는 내게 다정하고 잔잔한 동행이 되어줬다.


윤하의 5집 RescuE 소개글에는 이런 글이 적혀있다.


‘많은 이들의 도움을 받아 구조된 I - 연약한 I도 할 수 있었던 빛,봄, 그 빛을 다시 당신에게’




윤하의 새 미니 앨범 [STABLE MINDS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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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윤하의 4번째 미니앨범 [STABLE MINDSET]이 발매되었다. 발매 당일, 오랜만에 이어폰을 꽂고 침대에 누워 새로운 음악을 귀에 담았다. ‘본연의 윤하’로 다가와 하나같이 마음에 스며드는 곡들이었다. 나는 그 중에서도 2번째 수록곡, ‘Lonely’를 끊임없이 반복재생했다.





너를 원망했고

네게 고마웠고

미련 없을 꺼란 너의 괜한 말들까지도

많이 사랑했고

많이 아파했어


저 작은 서랍 안에 맘을 숨겨놓고

나는 원래 눈물이 참 많아서

음 낮이든 밤이든 또 슬퍼와요

그래도 걱정하진 말아요

나도 맘을 다잡을 시간이 필요하니까

Lonely



이 곡에는 ‘누군가를 많이 사랑했었던, 그리고 외롭고 아팠던 추억들까지 간직하고 싶은 순수한 마음을 표현한 곡’이라는 설명이 붙어있다. 나는 연인 사이의 이별보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조금씩 어긋난 관계들'을 떠올렸다.


여전히 ‘혼자’보다 ‘우리’라는 단어를 더 좋아하는 나지만, 이제는 사람 사이에 거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잘 안다. 그렇지만 가끔 내가 원하는 거리와 상대방이 원하는 거리가 굉장히 다를 때- 친한 사이 안에서 부는 바람은 더 쓸쓸하다는 시 구절처럼 ‘우리’ 사이의 벽을 발견하는 일은 아무리 겪어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마음을 열고 진심을 다한 사람에게서 종종 돌아오는 무신경한 태도와 언뜻언뜻 보이는 이기심은 나를 친밀함으로부터 뒷걸음질 치게 했다. 물론 내게도 언제나 책임은 있다. 구겨진 마음을 숨기고 나타내지 않았다는 점.


앙금을 털어놓고 싶었지만 어디서부터 풀어내야 할 지 감도 안 오는 지경에 이르면 자포자기하는 심정이 되어버린다. 다만 다시 만나게 된다면-내가 마음을 다잡고 미련을 털어낸 사이라면-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너를 원망했고, 네게 고마웠다. 네 괜한 말들까지도 많이 사랑했고 많이 아파했다. 윤하의 ‘Lonely’ 그대로다.


내 감정을 대변하는 듯한, 마음결을 쓰다듬는 윤하의 노래와는 언제나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다. 오늘도 간만에 업데이트된 재생목록 덕분에 신선한 마음으로 노래를 듣는다.


아무래도 나, 윤하 팬이 된 것 같아. 어쩌면 이미 오래전부터 팬이었을지도 몰라.


안녕, 윤하. 앞으로도 잘 부탁해요.





[정선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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