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영감을 주고 받은 베르나르 뷔페와 그의 아내 아나벨 뷔페의 이야기, 그리고 전시

글 입력 2019.07.06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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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전당에서 베르나르 뷔페의 전시가 한창일 때 그에 대한 기사를 읽고 어느 정도 예상하는 이미지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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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뇌하고, 우울하고, 끝없이 괴로워하는 전형적인 예술가의 이미지. 프랑스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아티스트 중 하나이며, 추상회화를 지향하는 시대에 홀로 구상회화를 마지막으로 지향했던 예술가.


게다가 전쟁통을 겪어 고단하기까지 했던 예술가. 그러한 배경을 알게 되자 자연스레 나는 전형적인 이미지를 베르나르 뷔페라는 한 천재적 예술가의 모습에 덧입혔고 그렇게 예술의전당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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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사람은 입체적이라고 했던가. 내가 생각했던 모습보다는 다소 인간적이고, 따뜻한 면모가 돋보이는 전시였다. 바로 그의 아내, 아나벨 뷔페가 그에게 전하고자 했던 말들이 전시장의 벽면에 적혀있었고 그 이야기들을 읽으며 작품을 감상하게 되었다.


전시내부는 촬영이 불가능해 사진으로 기록하지 못한 것이 다소 아쉽지만 기억을 더듬어 보자면 아나벨 뷔페가 그의 남편 베르나르 뷔페에게 전하고자 했던 말들, 시선들은 따뜻했고 그 따뜻함의 기원도 베르나르 뷔페와의 관계에서 온 것이리라 직감할 수 있게 했다.



“당신은 화가로 태어난 것 같다. 당신은 우리에게 당신의 외로움, 믿음, 사랑, 살아있는 모든 것들과 자연에 대해 그리고 인간의 물질적, 도덕적 참담함에 마주했을 때의 비탄을 이야기하기 위해 아주 자연스럽게 이미지를 선택했다."



이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전시 작품들은 시대별로 배치되어 감상할 수 있었는데 모든 시기에서 따뜻함과 우울함, 모순된 말이지만 따뜻한 슬픔 같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슬픈 와중에 희망을 놓지 않는 분위기가 작품의 군데군데에서 새어져 나왔다고 해야 하나. 그 작품이 초기 작품이었던, 후기 작품이었던 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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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의 시대 중반부로 가게 되면 본격적으로 그의 평생 뮤즈이자 아내였던 아나벨 뷔페와의 이야기가 시작되면서 그녀를 그린 작품들을 볼 수 있었다. 전체적인 작품들 중에서도 중반부에 더욱이 집중할 수 밖에 없었고 발걸음을 오래 두게 된 이유였다. 부럽기도 했다.


한 사람이 평생 살면서 인생의 동반자이자, 동시에 영감을 주고 받을 수 있었던 소울메이트를 만난다는 게 얼마나 큰 기적일지 가늠할 수 없었기에 더 부러웠다. 구체적인 예시로, 베르나르 뷔페가 전시를 열때면 그의 아내 아나벨 뷔페가 매번 전시에 대한 서평을 써주었다고 한다. 글쓰기에 천부적인 소질이 있었던 아나벨 뷔페가 따로 책을 출판할 때면 베르나르 뷔페가 해당 책의 그림을 그려주곤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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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들 각자의 재능과 업을 서로의 세계를 확장시키는데 활용하며 의지해 나가는 것. 그것이 어쩌면 예술가들이 바라는 이상적인 뮤즈와 예술가의 관계 아닐까 생각했다.


아니, 예술가란 거창한 타이틀을 떼고서라도 모든 사람의 이상적 바람 아닐까. 자신이 업으로 하는, 혹은 주로 활용하는 재능을 상대방과 주고받으며 각자의 세계를 한층 더 풍부하게 만드는 삶. 누구든 부러워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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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런지, 베르나르 뷔페가 그린 아나벨 뷔페의 작품을 한번 보고 그녀가 쓴 편지 형식의 말들을 읽으며 전시장에서 한참을 머물러 있었다. 당시 영감을 주고 받았던 예술가들의 현장이 생생하게 느껴졌기에 따뜻함과 비슷한 무언가의 온기가 느껴졌다. 내가 전시에 오기 전 생각했던 이미지들과는 상반되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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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그렇다고 뷔페가 전혀 외롭지 않았고 우울하지 않았던 예술가라는 것은 아니다. 그의 작품 후반기를 살펴보면 죽음과 광대에 대해 연관 짓고 끊임없이 활동을 해 나가는데 다소 처절한 우울이 느껴지는 작품들이 곳곳에 보였다.


그렇지만 내가 중요하게 말하고 싶은 것은, 그는 남다른 예술가임이 분명하지만 평생을 우울감만을 동반한 작품활동을 한 것은 아니며 중반부에서 아나벨 뷔페와의 교류로 확장되는 작품 세계가 흥미로웠다는 것이다. 정말로 묘한 흡입력과 집중력을 유발하도록 하는 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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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주고받은 영감, 그들의 관계성이 생생하게 전달되는 전시장을 추억하며 굿즈샵에서 사온 뷔페 부부의 흑백 사진 엽서를 내 방 벽면에 붙여 놓으려 한다.



[이아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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