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모든 인생을 그리면서 살았던, 베르나르 뷔페

글 입력 2019.07.03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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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그림에서는 예술가의 모습이 더욱 확실하게 보이는 것 같다. 한 작품을 만들 때의 심정이 어떠했는지, 어떤 상황이었는지, 만들면서 행복했는지 불행했는지. 예술가가 작품을 통해 이야기 하는 것은 어떠한 말이나 행동보다 강한 메시지를 전달해준다. 그래서 나는 전시가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베르나르 뷔페>의 작품은 예전 한 전시의 마지막에서 우연히 보고 강한 인상을 받았으며, 그래서 개인전이 열린다고 했을 때 단순히 ‘반가움’이 앞섰다. 그의 인생, 화가로서 어떠한 삶을 살았는지 자세히 몰랐으며 단순히 독특한 그림을 그리는 화가로 알고 전시를 보러 갔다.


평일 오전임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마침, 도슨트를 시작하는 시간이라 운이 좋게도 더 생생한 전시를 볼 수 있었다.



 

베르나르 뷔페



전시는 ‘탄생’부터 ‘죽음’까지, 뷔페의 긴 인생을 모두 담았다. 시대에 따라, 상황에 따라 변하는 그의 작품들을 보며 나 또한 매순간 다양한 감정들을 느낄 수 있었다.


전시의 시작인 ‘스타의 탄생’은 뷔페의 초기 작품들이 놓여있다. 그림을 그리기 시작할 때부터 주목을 받았던 ‘천재’화가, 어머니를 사랑했던 아들, 2차대전으로 죽음을 목격했던 어린 소년으로. 40년대의 혼란과 삭막함이 그대로 전해지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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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rnard Buffet, Interieurs - Homme assis, 1953, huile sur toile, 218x195cm, ⓒ Bernard Buffet / ADAGP, Paris - SACK, Seoul, 2019


뷔페의 작품은 날카로운 것으로 긁은 표현이 많았는데,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사람을 그리는 모습이었다. 하나같이 전부 앙상하고 긴 모습, 그때 “혹자는 뷔페와 자코메티의 다른 점을 찾을 수 없었다”라는 말을 듣는 순간, ‘아차’ 싶었다.

자코메티 작품을 봤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앙상한 사람들의 모습들이, 시간이 흐르면 <에코르세>처럼 아예 사람 피부를 벗겨서 표현하거나, 뼈만 그리는 등 점점 더 사라져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또한 전시의 제목이기도 한 ‘광대’시리즈, ‘미친 사람들’을 통해 뷔페가 사람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관객으로서 본 나는 어쩌면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본성, 욕망같은 것들이 느껴졌다. 뷔페의 작품에 담긴 사람의 모습은(아나벨을 제외하고)그닥 즐겁거나 행복하게 그려지고 있지는 않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의 감정도 변화했는지 전혀 다른 느낌의 그림을 보는 것도 무척 새로웠다. 특히 사랑하는 사람, 아나벨을 만났을 때부터 전혀 다른 사람인 듯한 작품들을 보며 행복했던 시절의 뷔페가 그려졌다.


<유언장>(실제 유언의 내용을 그림으로 담았다)에 “모든 것을 아나벨에게 준다”라고 남기고, 아나벨의 수 많은 초상화가 둘의 사랑을 증명해 주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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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rnard Buffet, La mort 10, 1999, huile sur toile, 195x114cm, ⓒ Bernard Buffet / ADAGP, Paris - SACK, Seoul, 2019


대중으로부터 비판을 받을 때에도, 세상이 뷔페를 더 이상 찾지 않아도 그는 계속해서 그림을 그렸다. 백 마디 말보다 하나의 그림으로, 그는 50년 동안 죽기 직전까지 본인을 표현했다.


파킨슨 병으로 더 이상 작품을 하지 못하게 된 뷔페가 스스로 죽음을 마음먹었을 때의 심정, 죽기 직전 그의 떨림이 그대로 그림에 담겨 있었다. 수십년이 지난 지금, 머나먼 타국에서 뷔페의 그림을 보는 나조차 그 죽음의 순간들이 두렵고 무서우며, 그의 마지막 순간에 다다를 때는 울컥했다.

 

평생 그림을 그렸고, 그림을 그리며 죽음을 맞이했던 베르나르 뷔페. 나에게 뷔페는 모든 인생을 그리면서 살아갔던 예술가로 남을 것 같다.



***



베르나르 뷔페 展


2019년 6월 8일 ~ 2019년 9월 15일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1층


오전11시~오후8시까지


오후7시 입장마감 / 매월 마지막 월요일 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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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정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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