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필로 FILO : 영화잡지는 왜 만들고, 왜 읽는가 [도서]

글 입력 2019.06.26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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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를 만드는 이유

얼마 전, 서점에서 김도훈 작가의 에세이 <우리 이제 낭만을 이야기합시다>의 일부를 잠깐 읽었다. 그는 자칭 ‘잡지중독자’였고, 매달 잡지를 만들어내는 그 작업을 고통스러워하면서도, 결국 다시 잡지를 만들게 되었다는 대목이었다. 거기에는 영화제에서 만나게 된, 자신과 비슷한 ‘잡지중독자’인 일본인 기자의 이야기도 있었다. 춤을 추지 않으면, 무대에 서지 않으면 미쳐버릴 것 같았다는 이야기를 하는 연예인들은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잡지를 만들지 않으면 안 된다는 그의 이야기를 듣고는 기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FILO를 만드는 사람들도 비슷할 것 같다. 종이로 된 뭔가를 읽는다는 것이 모범생 같고, ‘힙’한 것으로 느껴지는 이 시대에 왜 잡지를 만들기로 했는지, 직접 잡지를 읽어보고 결정하기로 했다. 나의 추측에 의하면, 인터넷과는 달리, 영화를 보지 않은 이들을 일일이 신경 쓰며 ‘여기 스포일러가 있습니다’라는 말을 할 필요 없이, 사람들이 언급한 다른 영화를 알고 있을지, 영화감독의 작품세계를 알고 있을지 신경 쓸 필요 없이, 무엇보다도 조회 수에 대한 걱정 없이(아마 판매 부수에 대한 부담은 있을 것이다) 마음껏 영화 이야기를 펼칠 수 있는 장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 글을 쓴 이들을 알지 못하지만, 글을 읽는 것만으로 그들이 얼마나 신이 나서 이야기하는지 느껴졌다.

독자로서 이런 글을 읽는 것은 단순히 영화에 대한 평가를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영화를 소유하는 또 다른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종이 표를 인쇄하지 않기에, 나의 삶의 어디쯤 그 영화가 위치했는가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물성을 가진 다른 무언가가 필요하다. 내가 왜 그 영화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지, 혹은 타인이 그 영화를 보며 좋다고 느낀 이유는 무엇인지를 영원히 간직하기에 영화 잡지만큼 좋은 매체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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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영화제 이야기

전주 영화제에 방문한 이야기로 벌써 3편의 기사를 썼지만, 사실 본 영화보다 보지 않은 영화가 훨씬 많았고, 보지 않은 그 영화들이 어떤지 정말 궁금했다. 또 재미있게 본 영화에 대한 평론가들의 평은 어떨지도 궁금했다. FILO 8호를 통해 영화 몇 편에 대한 그런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었다. 우선 내가 관람했던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라는 영화에 대해서는 조금 후에 다루기로 하고, 내가 보지 않은 영화들에 관해 이야기해보겠다.

전주 영화제에서 상영하는 영화들은 독립적인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아마도 극장에서 보게 될 확률이 낮다. 그래서 되도록 영화를 보기 전에 평론을 읽지 않는 나도 가벼운 마음으로 보지 않은 영화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부작용은 영화가 너무 보고 싶어지나 도저히 볼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전주에 있으면서 현장 예매를 할까 망설였던 <제네시스>를 평론에서 만나게 되어 반가웠다. 그리고 보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시기가 시기인지라, 자꾸만 불안한 청춘, 위태로운 청춘을 위로하는 주제에 이끌리게 되는데, 평론을 통해 그 주제를 매력적으로 다뤘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잘 몰랐지만, 평론을 읽고 궁금해진 작품으로는 중국 개인방송 화면을 편집해서 만들어진 <프레젠트. 퍼펙트.>가 있다. 평가 자체는 그다지 좋지 않았지만, 이 영화의 단점을 보완해 우리나라에서 리메이크해봐도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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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편의 일본영화

평소 일본 영화의 감성을 좋아한다고 잘 말하고 다닌다. 그 감성의 실체가 무엇인지 형언할 수는 없으나, 올해 가장 재미있게 본 일본 영화 두 편이 그 감성을 설명하는 데 가장 적절할 것 같다. 그런데 정확히 그 두 편이 엮여서 서술되고 있었고, 심지어 한 편은 따로 한 편의 평론이 있었기 때문에 이 잡지를 읽지 않을 수 없었다. <아사코>는 SNS 피드를 읽던 중, 두 가지 역할을 맡았던 배우 히가시데 마사히로의 사진을 보고 완전히 반해버렸기 때문이다. 시작은 속물적(?)이었으나, 오랜만에 벅차오르는 강렬한 감정에 휩싸여 영화관을 나왔다. 전주영화제에서 관람했던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 역시도 나에게 비슷한 느낌을 주었다.

<아사코>와 같은 글에서 다뤄진 <도쿄의 밤하늘은 항상 가장 짙은 블루(이하 도쿄)>를 VOD로 관람하고 나서 평론을 읽었다. 두 영화가 모두 인물들이 뭔가를 바라보는 장면으로 끝이 난다는 점에 주목한 독특한 평론이었다. 전주영화제 평론에서도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와 <아사코>를 함께 언급하고 있었는데, 공교롭게도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도 <도쿄>, <아사코>처럼 인물의 얼굴을 비추며 끝이 나기 때문에, 비슷한 관점으로 이야기해보고 싶다.

세 영화는 모두 통념상의 사랑에는 부합하지 않는 인간관계가 그려진다. 그리고 모두 무언가, 누군가를 바라보는 것으로 끝난다.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 속 여주인공 사치코도 관계를 유지하려 안간힘을 쓴다는 점에서 <아사코>의 엔딩과 비슷한 느낌을 주지만, 두 인물 모두가 아니라 그녀의 선택에 좀더 무게를 둔다. 이렇게 비슷한 장면을 중심으로 영화를 모아 비교하는 방법을 자주 사용해보고 싶다.

앞서 밝혔듯이 나는 내가 보지 않은 영화나 영화인에 대한 글은 잘 읽지 않는다. 처음으로 접하는 것은 우선 다른 사람의 영향을 받지 않고 나만의 시선으로 평가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래서 FILO 8호에 실린 모든 글을 읽지는 않았다. 그런데도 이 잡지를 이루는 사람들의 영화에 대한 애정이나 나와는 다른 전문적인 시선만으로 정기구독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벌써 다음 호가 기대된다.




[김채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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