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답은, 연대 - 페미니즘 연극제 中 '마음의 범죄' [공연]

페미니즘 연극제가 돌아왔습니다
글 입력 2019.06.21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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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 제2회 페미니즘 연극제.jpg
 

문화예술계를 이끌던 거장들이 우후죽순 고발당했던 순간으로부터 1년이 지났다. ‘저 사람이?’라는 충격에서 ‘저 사람도?’라는 환멸로 이어지기까지 채 몇 달이 걸리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 개중에는 한때 내가 좋아했던 배우도 있었고, 내가 사랑하는 연극에 출연했던 배우도 있었다. #Me_Too, 이 짧은 해시태그에 담긴 감정은 무어라 설명할 수 없을 크기의 실망, 환멸, 무기력, 분노, 뭐 이런 것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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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해시태그가 겨냥했던 가해자를 기억한다. 여전히 구치소에 수감된 인물도 있고, 모든 죄를 인정하고 스스로 세상을 뜬 인물도 있고, 처음부터 모르쇠로 일관하다가 등 떠밀려 잘못을 시인한 인물도 있다. 벌써 복귀를 염두하고 이곳저곳 추파를 던지는 인물도 있으며, 도리어 피해자에게 맞고소를 한 인물도 있다. 우리는 이들을 기억한다.

메갈리아 사태와 82년생 김지영, 그리고 강남역 살인사건과 미투 운동, 2010년대 한국 페미니즘 물결을 설명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묵직한 요소들이다. '과격한 페미니즘'이라는 꼬리표까지 달아가며 여성들이 외치고자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커리어를 포기하면서까지 해시태그를 게재해야 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그 외침을 물결로 확장시킨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답은, 연대


같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미투 운동을 지지하고, 82년생 김지영에 공감하며 강남역에 포스트잇을 남긴다. 그 연대의 기반에는 단순히 '선함', '도덕심' 이런 휴머니즘적 감정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나도 언젠가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위기감, 지금껏 나도 차별 받아왔다는 억울함, 그리고 이런 감정을 증폭시킬 만한 사회적 사건들, 등등 참 많은 정서와 배경이 잠재해있다. 그러니 이 연대가 쉽게 무너질 리가.


삶의 조건이라는 것은 생각보다 유동적이다. 우리가 서 있는 자리는 단단해 보이지만 사실은 무엇보다도 깨지기 쉽다. 발 딛고 서있는 바닥이 꺼지는 경험은 모두에게 발생하는 것은 아니지만 누구에게라도 발생할 수 있다. 누군가를 포함하고 누군가를 배제하는 선긋기를 끊임없이 하고 있는 것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라면, 어떤 순간 선 밖으로 밀려나는 경험을 하게 되기도 한다. 그런 일은 미리 예상할 수가 없다. 사회의 지배적 서클에 포함되어 있을 때 그 밖에 있는 사람들의 삶에 대해 상상하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누군가가 ‘밖에’ 있을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든다면, 그 ‘밖에’ 있는 것이 내가 아니라는 장담은 불가능하다.

- 장지영(페미니즘 연극제 드라마터그)


그렇다. 우리는 '안'을 장담하지 못한다. 공중화장실에 뚫려 있던 수많은 구멍들을 메운 건 바로 우리 자신이었다. 불법촬영물이 이렇게나 큰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것도 얼마 되지 않은 일이다. 휴지로, 점토로 구멍을 하나하나 메우며 우리는 무슨 생각을 해야 했을까. 이 연대는 그저 자기만족을 위한 선행이 아니다. 나의 삶과 너의 삶을 위한 손잡음이다.


페미니즘이 하고 있는 일도 다름 아니다. ‘남성’으로 상정되는 지배적 위치 ‘밖’의 사람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한 것이 페미니즘이라면, 페미니즘과 가장 잘 어울리는 말은 ‘연대’일 수밖에 없다. 배제하는 선이 늘상 저 앞에 있었고, 그 밖에 밀려나 혼자 서 있는 것 같았던 사람들을 위한 것이 페미니즘이니까. 그러니까 우리는 페미니즘이라는 도구로 우리 사이의 선 긋기를 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안에서 밖으로, 밖에서 밖으로, 더 이상 안도 밖도 없도록 연결하는 일. 배척하는 선긋기가 아닌 연결하는 선긋기를 상상해보는 일이 연대의 진짜 의미가 아닐까. 혼자서 싸울 수 없는 거대한 무엇과 직면해 있을 때,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을 때 내가 점이 아니라 선위에 있다는 것을 안다면 함께 어디로든 움직일 수 있으니까. 선을 따라서 우리는 어느 방향으로든 나아갈 수 있으니까.


- 장지영(페미니즘 연극제 드라마터그)



2018년에 시작된 페미니즘 연극제가 올해로 2회를 맞이했다. 제1회 페미니즘 연극제에서는 세상에 질문을 던지고 서로를 응원하는 시간을 가졌다면, 제2회 페미니즘 연극제는 모두 함께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가진다. 6월 20일부터 7월 21일까지 프로덕션IDA의 '마음의 범죄'를 비롯한 5편의 공연과 4개의 부대프로그램을 기획하였으며,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과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 등 대학로 일대에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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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범죄>

인간의 욕구니까. 자기 삶에 관해 얘기 하는 거, 그건 아주 중요한 인간의 욕구야.

1981년 퓰리처 상 수상작인 베스 헨리의 <마음의 범죄>가 1974년 미국 남부에서 현재 대한민국 제주로 옮겨온다! 가부장의 폐해 속에서 결핍된 세 자매는 막내 동생이 남편에게 총을 쏜 사건으로 집에 모이게 된다. 세 자매는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의 정체성에 접근한다. 이 과정에서 서로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지만 상호 이해의 수단이 되고 치유하는 역할이 되기도 한다. 세상을 향해 확장된 여성들의 연대와 진정한 의미의 페미니즘의 방향이 어디인지를 제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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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놉시스

내 사랑스러운 막내 동생이 남편에게 총을 쐈다!

제주시 노형동의 오래되고 큰 양옥집. 세 자매 중 첫째인 순진은 할아버지 병간호를 하며 일상을 보내고 있다. 둘째 가진은 가수가 되려고 서울로 떠나 연락이 두절되었고, 막내 아진은 유망한 시의원과 결혼해 살고 있다.

그러던 어느날, 막내 동생 아진이 남편을 총으로 쐈다는 소식이 들린다. 이 소식을 듣고 가진이 집으로 돌아오고, 아진은 구치소에서 보석으로 풀려난다. 오랜만에 모인 세 자매는 아빠의 가출, 엄마의 자살, 할아버지에 대한 애증, 불행한 결혼 생활 등 잊고 싶었던 과거와 대면하게 된다.

누구도 기억하지 못하는 순진의 생일,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아진의 사건. 이 혼란 속에 늦게라도 순진의 생일 파티를 계획하지만 모든 상황은 꼬여만 간다. 과연 이들은 무사히 생일파티를 할 수 있을까?


공연 정보

공연일: 6/27(목) - 6/30(일) 평일 8시 / 토 3시, 8시 / 일 3시 
공연 장소: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작: 베스 헨리
각색, 번안: 진주
연출: 황세원
출연: 이도연, 곽정화, 이승현, 백지선, 양어진
조명: 도상민
분장: 임영희
무대감독: 이범석
조연출: 배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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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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