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랑이 끝난 뒤, 혼잣말처럼

만남 뒤의 아픈 혼잣말같은 가사들
글 입력 2019.06.20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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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생이 있으면 죽음이 따라오듯 만남이 있으면 이별이 있다.

그 당연한 사실을 알고 있다고 해서 끝을 정해두고 인연을 시작하는 이가 몇이나 될까. 몇 년 전 인기 드라마의 대사처럼 물거품이 되자고 예쁘고 행복하게 사랑을 키워나가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인생은 아름다운 동화가 아니듯 우리는 질척거리고 격렬하게 때로는 무미건조하고 차갑게 해피엔딩 따위는 없다는 선고를 주고받는다.

이유도 시기도 제 각각이지만 결국 찾아오고야 말았던 이별들 뒤에 들숨에 한번, 날숨에 한번 떠오르는 혼잣말 같은 가사를 담은 노래 몇 곡을 소개한다.



스탠딩 에그 - Nobody Knows



그렇게 쉽게 지울 수 있다면 
사랑했다고 말하지도 않아
지워질 순 있어도 내가 
지우진 않아


헤어져 본 사람이라면 한번쯤 의례적으로 들어봤을 ‘시간이 약’ 이란 말. 만약 이별의 아픔에 허덕이고 있다면 이 만큼 와 닿지 않을 말이 있을까 싶다. 나만이 느낄 수 있고 온전히 슬퍼할 수 있는 감정들을 쉽게 말하는 남들을 보면 정말 사랑해보긴 한 걸까 의심도 든다.

누군가는 유난 떤다고 말할지 몰라도 나 말고는 아무도 알 수 없는 이별의 깊이. 떠올릴수록 고통스럽지만 함께 했던 아름다운 추억들을 억지로라도 붙잡아 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공감할 수 있으리라.



정준일 - 그랬을까



이별이 없는 만남은 없는 걸까 
헤어짐 없는 사랑은 끝내 없는 걸까

 
달콤하던 사랑 뒤에는 쓰라린 이별이 기다리고 있다. 나의 행복을 질투하는 누군가가 있는 것처럼 행복 뒤에는 어김없는 시련이 찾아온다. 영원히 함께 행복할 수는 없는 걸까. 우리의 결말이 왜 이렇게 되야 했을까 계속 곱씹어 본다. 눈물의 결말이 어떻게 끝나던 모든 만남에 이별에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고 사랑 뒤에 남아있는 그 사람의 흔적 덕분에 나의 세계가 한 걸음 더 넓어졌다는 사실 또한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좋든 싫든 말이다.



이현 - 악담



사랑해 그래 난 너를 사랑해 
아니면 좋겠다 
하지만 아직 널 사랑한다


영화 ‘이터널 선샤인’에서 두 연인은 사랑의 기억이 헤어짐 뒤 견디기 힘든 고통으로 변하자 아예 그 기억들을 지워버린다. 현실에서도 종종 그런 생각을 하곤 한다. 함께 한 기억을 모두 도려낼 수 있다면, 차라리 만나기 전으로 돌아가서 다른 선택을 한다면 이 슬픔들이 사라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생각.

날 떠난 그 사람이 원망스럽고 아직도 떨쳐내지 못해 친구들에게 한탄을 반복하는 내 자신도 밉다. 그러나 그 중 가장 잔인한 사실은 아직도 그 사람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일지도 모른다.



몽니 - 언제까지 내 맘속에서



언제까지 내 맘속에서 
죽지 않고 살아갈래 
언제까지 내 곁에서 
죽지 않고 
널 기억하게 하는데


잊을 수 없는 사람이 있다는 건 축복일까 저주일까. 여느 로맨스 영화에서처럼 우수에 찬 눈빛과 아련한 회상의 순애보를 떠올린다면 글쎄, 현실은 생각보다 녹록치 않다. 기쁜 날도 우울한 날도 심지어 새로운 사랑을 시작해보려는 때도 한 사람이 계속 떠오른다는 건 잔인한 일이기도 하다. 이제는 그만 잊고 싶고 할 만큼 한 것도 같은데 내 마음인데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그 사람과 나 스스로에 대한 원망으로 뒤섞여 절규한다면 이 노래가 아닐까.




[김유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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