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부는 모두 사진 촬영이 가능했다.
소위 인스타그래머블한 사진으로, 또 포토존으로 넘처나는 전시인만큼 달팽이가 기어가는 속도로 줄어드는 대기 줄의 원인이 또 그런 점에 있지 않나 싶었다. 시각을 압도하는 이미지 앞에서 사람들은 재차 카메라 셔터를 눌러 댔다.


그의 일은 단순히 순간의 장면을 캡쳐하는 것이 아닌 '아이디어를 캡쳐하는 것'으로 설명된다. 풍선을 들고 공중을 걷거나, 하늘과 땅이 전복된 세계를 바라보는 등 우리가 상상하기 쉬운 풍경 너머에 기묘하기 이질적인 상상을 심어넣는 작품들. 엄격한 사실감으로 재현된 사진들은 탄탄한 논리력을 지녀 관람객을 설득한다. 이 장면은 상상이 아니라 현실이라고.
무언가에 홀린 듯 작품 하나하나를 감상하다 보면 시간이 가는 줄 모른다. 시각적으로 압도적인 표현력을 자랑하기에 이를 바라보고 있는 것 만으로 풍족한 감각이 치밀어오르지만, 단순히 단편적인 아름다움만을 전하는 것은 아니다. 언뜻 보면 의미 없이 나열된 듯한 상상의 요소들은 이따금 삶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기반으로 한 강력한 메세지를 자아내기도 한다.


포토샵을 실제로 어떤 식으로 활용하는지도 볼 수 있었는데, 수없이 길게 나열된 레이어를 보고 놀랐다. 사진의 완성도를 보면 짐작되긴 했지만, 저렇게 많은 밑작업이 필요한 일이구나. 그리고 작업이 어느 정도 완료된 초안을 홈페이지에 공개해 작품에 대한 다른 이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바탕으로 최종본을 만든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정말 이 새로운 세대에 걸맞는 사고방식과 능력을 갖춘 사진 작가가 아닌가.



막상 누군가와 전시를 보게 되면 작품 하나하나를 두고 굉장히 시덥잖은 얘기를 주고받게 된다. 격식 있는 얘기를 나눠보고 싶지만, 지금껏 살아온 나의 시선으로만 이미지를 읽게 되니 별 수 없다. 특히 이 전시는 전시를 보러 간 동행인과 이미지를 하나 하나 곱씹으며 보는 재미가 컸다.
대체 이 사진은 어떤 식으로 준비해서 연출하게 됐을지, 이 기묘한 풍경에 담긴 메세지는 무엇일지, 물고기 위에 대륙이 있는거면 흙만 구워먹어도 맛있는게 아닌지, 같은 소소한 잡담까지. 그리고 워낙 세밀하게 연출된 사진들이라 사진에 숨겨진 텍스트, 조그마한 디테일을 뜯어보는 게 참 즐거웠다. 코난이 된 것 마냥.


그리고 단순히 사진을 전시해둔 것이 아닌, 프레임 밖으로 상상력을 유도하듯 벽 전체에 이미지 패널과 부가적인 장식을 활용해 입체적으로 연출한 점이 인상깊었다. 관람자가 사진 속에 직접 들어간 것 같은 효과를 낸 것이다.


전시의 마지막에 이르러 핀셋을 들고 별을 딸 수 있는 재미있는 컨셉의 포토존이 있었다. 어쩐지 웅성이는 줄이 줄어들 틈을 보이지 않더라니.


단지 오 힙하다, 싶은 단순한 동기에 관람하게 됐지만 텁텁하고 말라비틀어진 일상에 촉촉한 상상의 단비를 내려준, 어딘가로 여행을 다녀온 것처럼 만족스러운 전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