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과연 그들에겐 사랑이 있었을까? - 오페라 나비부인

글 입력 2019.06.11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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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2019 제 10회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에 오페라 <나비부인>을 관람하고 왔다. 처음 관람하는 오페라라 긴장도 되고 낯설기도 했지만 그만큼 기대가 컸다. 난생처음 오페라 극장에 들어가 오페라가 시작되기를 기다리니 영화 속에 들어온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오후 7시 30분. 드디어 오페라 <나비부인>이 시작되었다.



 

고전 오페라의 현대화_무대장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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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뮤지컬 등 공연을 볼 때면 공연자체도 자체지만 무대연출에 관심을 많이 두는 편이다. 이번공연에서도 무대 연출에 관심을 두고 지켜봤는데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와 더불어 무대연출이 오페라를 관람하면서 가장 좋았다. 무대는 배경 이미지와 세트가 무대의 내용과 너무나 잘 맞아 떨어졌으며 무대를 효율적으로 사용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대의 가운데에는 커다란 사각형의 무대장치가 있었고, 그 주변으로는 계단 모양의 무대장치가 있었다. 이 무대장치들은 각 막의 분위기와 상황에 맞춰 변신을 하였다.


초반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저 무대장치 하나로만 연출을 이어가는 것일까라는 생각을 했지만 이 무대장치 하나만으로도 충분했다. 이 네모난 무대장치는 초초상과 핑거톤의 집이 되기도 했다가 초초상의 삼촌의 분노를 표출하는 장치로도 되기도 했다 또한 막의 분위기에 따라 색깔을 달리하여 배경 영상과 함께 극의 분위기를 잘 살려 나갔다. 네모난 장치 주변으로 설치된 계단 모양의 장치는 배우들이 오가는 계단이자 통로가 되었다가 핑거톤이 돌아오는 자면에서는 항구로 바뀌었다. 글솜씨가 부족하여 설명하기에 어려움이 있지만 그만큼 극을 잘 표현해내는 연출방식이자 장치였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직접 움직이는 세트와 배경영상이 고전 오페라의 현대화를 의미한다는 것을 말이다. 비단 오페라 뿐만이 아니라 다른 분야의 공연에서도 적용될 것이다. 과거에는 어떠한 방식으로 오페라가 진행되었는지 알지 못하지만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오페라의 연출도 달라지고, 그 만큼 관객들도 더욱 풍부하고 풍요로운 공연을 관람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된 시간이었다.



 

현대의 눈으로 바라본 고전 오페라 <나비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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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이 오페라는 그저 이별의 순간에 죽음을 선택한 여인의 비극적 사랑이야기를 담은 오페라일까?”


프리뷰에 적었던 글의 일부다. 오페라를 직접 보기 전에는 초초상의 사랑에 대한 부분을 생각했었다. 그러나 오페라를 관람하고 난 지금, 과연 오페라 속에는 사랑이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주변에서 모두 핑거톤이 떠났다고,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말함에도 초초상은 그 사람들을 나무라며 오로지 그를 기다렸다. 개인적으로 초초상은 어찌보면 결단력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비록 자기 인생에서 자신이 주체가 되지는 않았지만 주변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결심을 밀어붙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한 번 생각을 하게 된다. "그녀는 과연 핑거톤을 진심으로 사랑해서 그를 기다린 것일까?" 개인적으로 이는 사랑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녀는 자신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한때는 부유했던 가문 출신이랍니다. 가난한 집안 출신이라고 자랑하는 사람은 없지요. 거지라도 출생은 고귀하다고 말하게 마련이지만 저는 부유함이 어떤 것인지 알고 있답니다. 그러나 강한 나무도 바람에 쓰러지는 법, 저희는 살기 위해 게이샤가 되었지요.”라고 말이다. 그녀는 부유했지만 지금은 살기 위해 게이샤가 되었다. 그리고 중매를 통해 핑거톤을 만났고, 그와 결혼했다.


아마도 그녀는 결혼과 핑거톤이 새로운 자신의 살기위한 방법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을까? 또한 그녀가 결혼을 진행한 나이는 15살이었다. 한참 어리디 어린 나이였다. 그녀는 이 결혼을 통해 가족을 잃었다. 그녀가 결혼을 함과 동시에 가족들이 모두 그녀를 떠났다. 초초상이 의지할 사람은 핑거톤 뿐이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그녀는 더욱 더 그가 자신이 살아갈 길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가 돌아오면 그와 함께 미국으로 넘어가 살 것이라고, 그가 돌아오면 다시금 부유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런데 그가 돌아오지 않는다니. 이를 받아들이는 순간 그녀는 삶을 살아갈 이유를 잃게 되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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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거톤 또한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핑거톤은 결혼 당일 “이르는 항구마다 한 번씩의 사랑들”, “그리고 미국인 신부를 맞이할 그 날 제대로 된 미래의 결혼식을 위해”와 같은 말을 한다. 그가 얼마나 가벼운지, 그의 아내가 될 초초상에 대해 생각하는지에 대해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핑거톤을 연기한 배우도 '핑거톤'의 잘못을 아는지 커튼콜에서 무릎을 꿇는 퍼포먼스를 보이기도 했다.

 

이러한 점들을 보아 이 오페라 속에는 사랑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에는 이러한 방식들이 사랑을 여겨졌을지 모르지만 지금의 시각으로 보자면 “과연 이게 사랑일까?”라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는 다양한 방식과 모습으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내용을 담고 있는 오페라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


오페라 나비부인이 세상에 나온지 오랜 시간이 지났다. 프리뷰에서도 언급했듯 미성년자와의 사랑, 결혼에 모든 것을 건 여인, 그럼에도 홀로 비극적인 결말을 맞는 여주인공, 잘못된 오리엔탈리즘 등 현대의 시각으로 본 오페라 <나비부인>은 불편한 점이 많았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다. 이러한 불편함에 대해 이야기를 해도 고전 작품에 대한 변화를 불러일으키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배우들의 노래와 연기, 무대연출이 훌륭했음은 부정할 수 없다. 다음에도 그들의 멋진 공연을 다시 한 번 만날 수 있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김태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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