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애니메이션_디즈니 애니메이션 특별전 : 전시힐링 [시각예술]

디즈니는 우리 소년 곳곳에 스며들어있다.
글 입력 2019.06.09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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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는 우리 소년 곳곳에 스며들어있다. 미키마우스, 백설공주, 신데렐라를 모르는 사람을 찾기 어려울 것이다. 과장 조금 보태서 대다수 사람들의 어린 시절은 디즈니와 함께 했다고 볼 수 있다. 화려한 그림체와 애니메이션 뒤에 크고 작은 교훈들을 항상 존재해왔고, 어른들은 디즈니를 통해 우리에게 삶의 지혜를 들려주었다. 재미있는 이야기와 눈을 사로잡는 애니메이션 속에 녹아든 교훈을 아이들은 당연히 좇아들 수밖에 없다. 우리는 디즈니에 조금씩 젖어들어갔다. 알게 모르게 디즈니는 세계 어린이들의 인격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이번 디즈니 애니메이션 특별전은 전시라기보단 어린 시절의 회상이었다. 하나하나 살펴보고 웃고 귀여워하고 사랑하는 과정이었다. 전시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역사를 보여주기도 하지만 개개인의 어린 역사를 보여줬다. 귀여운 캐릭터와 함께 제 어린 시절을 다시 돌아볼 때면, 감상에 젖지 않기도 힘들 것이다. 어린 시절 마약 같던 디즈니는 내가 자람과 동시에 더욱 노련해져서 성인인 '나' 마저도 홀려먹으려고 한다. 우린 알면서도 마음을 내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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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애니메이션 특별전에서는 미키마우스부터 출발해 차례차례로 애니메이션이 어떻게 제작됐는지 알려준다. 하나하나가 디즈니가 얼마나 애니메이션에 공들여 만들었는지 보여주는 지표였다. 움직임의 자연스러운 묘사, 사운드, 뮤직, 페인팅, 다면 촬영 카메라, 감정, 철학. 온갖 것들의 집합체가 디즈니 애니메이션이다. 애니메이션 업계 최초, 최대의 타이틀 다수를 지니고 있는 회사며. 그 이름에 걸맞게 매번 훌륭한 퀄리티로 세상을 놀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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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는 정말 많이 노력했고 시도했으며, 모험했다. 피노키오'에서는 당시 애니메이션 업계에서 신기술의 집약이라고 불리는 작품이었다. 다면 촬영 카메라로 앞 나무와 건물 간격을 두어 캐릭터들의 원근감을 표현했고 계속 이어지는 장면은 실제로 캐릭터가 거리를 드나드는 것처럼 훌륭하게 표현해냈다.


<피노키오>의 어마어마한 스케일은 물 표현이 90년대에 제작된 <인어공주>의 바다 표현에 참고되었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었다. 게다가 세련됨과 스케일에 비해, 애니메이션 작업이 모두 수작업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이 놀람 포인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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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비>에서는 동물의 신체 해부학을 따로 공부해서 동물의 사실적인 움직임을 묘사했다. 특히 <밤비>에서 자연 경관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져, 이후 디즈니 영화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테마가 됐다. 디즈니 특유의 몽환적인 분위기는 <밤비>에서부터 출발해 죽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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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공주>에서는 백설 공주의 움직임을 아름답게 묘사하기 위해, 발레리나에게 백설공주 드레스를 입혀 애니메이터들이 그 동작을 본떠 그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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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공주>에서는 물속에서 자연스럽게 퍼지는 머릿결을 표현하지 못하다가, 가까스로 티브이에서 방영된 무중력 상태 둥둥 뜨는 머리카락을 보고 묘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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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푼젤>에서는 긴 머리카락을 표현하기 위해, '머리카락'만 10년 연구한 사람이 작품 제작에 착수했다. 제일 긴 건 20M였으며 한 올 한 올 다 그려서 우리 머리카락이 바람에 날리듯 만화 속 라푼젤도 표현하고자 했다. 총 14만 가닥이나 그렸다니, 말 다 한 셈이다. ([출처: 중앙일보] [소년중앙] 자유자재로 움직인 라푼젤 머리카락 한 올 한 올 14만 가닥 그린 덕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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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디즈니는 우리 눈에 어떻게 비칠까에 대한 고찰을 초창기 때부터 현재까지 지속하고 있다. 디즈니 회사 초기  <미키 마우스>에서부터 이차원 삽화를 실감 나게 표현한 수준인 기존의 애니메이션과 다르게, 캐릭터 하나하나에 생명을 불어넣어 사실적인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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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트 디즈니는 '미친 비행기(Plane Crazy)'의 시사회에서 오르간 반주를 깔아 상영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이 작품에 열광했고 군데군데에서는 소리를 지르며 즐거워했다. 월트 디즈니는 이 환호소리에 아이디어를 얻어 기존의 무성영화에 소리를 입힐 계획을 세웠다. 1928년, 월트 디즈니는 배경 음악을 깔고 미키 마우스에 목소리를 더빙해 [스팀보트 윌리(Steamboat Willie)]를 공개했다. 이 애니메이션은 예상을 뛰어넘는 빅히트작이 되었다. (월트 디즈니 [Walt Disney] - 애니메이션의 대명사 (인물세계사, 김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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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에서야 당연하지만 어떻게 당시 무성영화에 더빙할 시도를 했을까? 당연히 대단한 반향을 일으켰다. 애니메이션 '더빙'의 시초였으며, 시각 매체에 청각을 가미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비로소 '멀티미디어'로 거듭난 단계다. 일반 영화와는 다르다.


사람이 나오는 일반 영화에 소리가 들리지 않더라도 배우들은 사람이다. 살아있다고 당연히 느끼는 거다. 그러나 애니메이션은 2D, 2차원 캐릭터다. 아무리 역동적으로 움직여도,  살아있다고 느끼기 어렵다. 선과 면의 집합체 따위에 불과했던 캐릭터에게 숨결을 불어넣어 준 것과 같은 이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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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러운 움직임 묘사와 더빙이 캐릭터들에게 생명을 불러일으켜줬다면, 디즈니만의 세심한 감정 표현이 디즈니 캐릭터들을 하나의 인격체로 만들어줬다. 우리가 웃으며 보는 저 캐릭터 하나하나가, 단순 캐릭터 수준에서 현실하는 유사 인격체 수준으로 끌어올린 것이다. 감정을 섬세하고 애절하게 표현했기 때문이다.

특히 <덤보>, 진짜 어렴풋이 기억날 정도로 오래전에 봤음에도 특유 분위기가 기억날 만큼 인상 깊게 봤었다. 전시를 둘러보다가 멍하니 서서, 이별 장면에 절절하게 공감했다. 행동과 표정, 끽해야 눈물 따위로 감정을 표현하는데, 비언어적 표현으로 탁월하게 감정을 나타낸 걸 보면 오히려 더 극적으로 느껴진다.

그중 압권은, 덤보가 점 보와 떨어지는 장면이다. 덤보는 어미와 문을 사이에 두고 코로 서로를 만지며 웃다가, 이내  어미와 떨어져야 한다는 걸 깨닫고 눈물을 흘린다. 어미는 울지 말라고 덤보를 달랜다. 다른 동물들 부모와 자식의 모습을 연이어 보여주는데 아늑하고 평화로운 분위기를 조성하며 당장 부모를 생각나게 한다.


지켜보는 티모시도 연민의 눈물을 흘린다. 어미는 덤보를 그네 태워주는데, 덤보는 너무 평화롭고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서로 헤어질 때, 닿지 않는 코를 서로를 향해 뻗으면서 헤어진다. 장면 장면이 얼마나 애절한 지 느낄 수 있었다. 말 한마디 없는 감정은 배경음악과 함께 진한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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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보 존을 보면서 문득 깨달은 게 있다. 디즈니가 다른 회사와 구별되는 이유는 저런 많은 노력과 시도의 결과물이기도 하지만 디즈니에서 녹여낸 철학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어떤 이야기에도 기승전결과 작가의 철학 따위가 당연히 포함되어 있다. 없다면 이미 이야기가 아니라 사실관계 나열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디즈니 철학을 높이 산 이유는, 과하지 않지만 누구나 다 알게끔 자연스럽게 녹여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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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령, 덤보가 만들어진 시기는 1941년, 2차 세계대전이 한창 벌어지던 시기다. 많은 사람이 죽거나 생이별했다. 부모와 자식 간의 생이별은 빈번했고, 고아들은 계속해서 나타났다. 이 시대 상황을 <덤보>는 아주 잘 나타냈다. 어미와 헤어진 새끼 코끼리는 '고아'다. 암컷 코끼리들은 '덤보'를 따돌리며, 노동자들은 덤보를 학대한다. 모두 다 전쟁통을 겪을 당시에 나서서 고아를 살펴줄 사람은 희박할 것이다.

디즈니는 덤보와 점보의 이별로 전쟁의 실태를 은유적으로 얘기하고 있다. 대놓고 전쟁 이야기를 하지 않고 그저 떨어지게 된 덤보와 점보를 보여줄 뿐이다. 다만 헤어지는 장면을 아주 애절하게 만들며 사람들 속으로 그 아픔을 스며들게 만든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우리는 아이에게서 부모를 빼앗아간다는 것 자체에 거부감 들게 만들며, 아이에게 따돌림과 학대를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게 옳다고 이끈다.

덤보에는 이런 식으로 노동자 문제, 인권, 인종차별, 고아, 전쟁, 아동학대, 따돌림, 사회정의, 박애주의 등 생각해볼 만한 문제나 가치가 여럿 담겨있다. 디즈니만의 강점이다. 사회 문제와 가치에 공감하도록 유도하고 자연스럽게 옳은 쪽으로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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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는 뚜렷하게 옛날부터 우리들에게 이야기와 교훈을 들려줬다. 너무 과하지도 않고, 적절하게 담는다. 화려한 그래픽과 풍부한 사운드, 촘촘한 스토리와 교훈. 완벽한 애니메이션임을 부정할 수 없다. 동시에 디즈니의 파급력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세계적인 영향력을 지녔고, 이야기는 교훈을 담고 전 세계로 퍼져 흘렀다. 이야기는 흥밋거리기도 하지만 지성체로 발돋움하기 위한 이정표기도 했다. 애니메이션을 봄으로써 세상에 퍼져있는 보편 도덕을 함양하게 되는 것이다. 좋아하는 캐릭터가 지향하는 바를 같이 지향하고 꿈꾸고 금기를 거부하며 선한 마음을 닮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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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마지막 존에는 디즈니 애니메이터의 인터뷰를 보여준다. 화면에서 애니메이터들은 입사 동기, 좋아하는 만화, 마음가짐, 열정 등을 말했다. 애니메이터 인터뷰를 마지막에 배치함으로써 디즈니 애니메이션이라는 결과물이 결국 애니메이터들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라는 걸 알려준다.
그들이 열정과 순수 고이 간직하고 있음이 느껴진다. 영상을 지켜보면서 누구 하나 일에 지쳐버린 기색을 발견할 수 없었다. 저마다 눈을 반짝거리며 동심과 열정에 대해 말하는데, 어떻게 하나같이 다 반짝거리는 눈을 할 수 있었는지 멋있었고 부러웠다.
전시 관람을 마치고 나름 결론을 내리자면, 디즈니는 그저 한 업체가 아니라 하나의 문화체였다.


[오세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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