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명불허전, 시대를 뛰어넘는 고전 '오페라 나비부인'

글 입력 2019.06.08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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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불허전, 시대를 뛰어넘는 고전 '오페라 나비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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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분 동안 오직 음악에 의해 대사가 이루어진다. 새삼 놀랍고 대단하다. 단 3~4분의 노래를 불러도 열창을 하면 에너지가 새어나가는 느낌이 있건만, 음악으로 대사를 하며 연기를 한다.

프로들의 세계에서 오페라라는 장르가 어떤 위치에 있을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오페라 자체가 갖는 고유의 문화적 특성과 긴 시간, 음악의 성격들만을 고려해 보더라도, 높게 평가되는 어딘가에 위치하고 있으리라는 생각은 쉽게 해볼 수 있다. 게다가 아주 오랜 시간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아 온 고전을 연기하고, 노래한다는 것은 더욱 검증된 실력이 바탕에 있어야 하리라.

오페라에 대한 지식이 깊지 않아도, 한국에서는 가장 좋은 무대라 할 수 있는 예술의전당에서, 누구나 알 법한 고전인 '나비부인'이 공연된다는 것은 최고의 무대와 최고의 연출진, 출연진이 함께할 것이며, 매니아 관객들의 열기 또한 뜨거울 것임을 어렵지 않게 예상해 볼 수 있다. 그 예상 그대로, 아니 그 이상을 실현시킨 '나비부인'의 무대가 지난달 31일 부터 6월 2일까지 3일간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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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관람한 시기는 6월 1일로, 토요일 저녁인 만큼 관람 열기 또한 유독 더 뜨겁게 느껴졌다. 공연 포스터가 크게 설치되어 있는 포토존 앞에는 기념사진을 찍으려는 이들이 길게 줄을 늘어섰고, 총 4개층에 이르는 공연장은 1층부터 4층까지 관객들로 빼곡히 들어찼다.
 
이날의 공연은 한마디로 명불허전이었다. 관람 전 나비부인에 대한 여러 글들을 읽고 갔던 터라, 몇 가지 비난받는 지점에 대해서도 염두에 두고 감상하리라 마음먹었건만, 굳게 먹은 마음이 무색하리만큼, 공연 자체에 온전하게 빠져들었다. 예전에는 해외의 공연 무대와 한국의 무대 구성이 그 다양성이나 수준에서 많이 차이가 났었는데, 이번에 살핀 나비부인의 무대는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는, 딱 적절한 구성이었다.

극을 받쳐줄 수 있는 요소들을 모두 다 갖추면서도, 무대의 사이즈나 환경이 십분 고려된 유용한 구성이었다랄까. 물론, 이탈리아 본토에서의 오페라를 보지 못한 터라 정확한 비교는 어렵지만, 굳이 비교의 잣대 위에 올리지 않고 공연 자체만을 보았을 때도 상당히 훌륭했고, 재미있었다. 가사의 전달력이 정확하고, 훌륭한 음색과 가창이 뒷받침된 것은 물론이고, 각 역할의 연기력 또한 뛰어나서 충분히 몰입할 수 있었다.

동양인 여성 비하에 대한 논란이 있다고는 하나, 필자가 직접 보고 느낀 바로는 지극히 바라보기 나름의 관점일 뿐, 제작의도에 비하 의도가 느껴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보는 시각에 따라서는 핑커톤을 향한 초초상의 순정, 한 사람만을 위한 그 순정에 대한 찬사를 느낄 수 있을 것 같을 정도이니. 유명하고 위대한 것들에는 언제나 양쪽의 평가가 존재하듯, 나비부인 또한 그런 경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무엇이든 직접 보고 판단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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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분이라는 적지 않은 시간이었음에도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커튼콜 부분에서 쏟아진 기립박수만 들어보아도 대다수의 관객들이 크게 감동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배우들 한 명씩 인사를 하던 와중, 핑커톤 차례가 되어 무대에 올랐을 때, 나비부인을 버리고 다른 부인과 새롭게 시작한 그를 향해 관중석에서 야유가 쏟아져 나왔다.

여기저기서 우- 하는 소리에 핑커톤 배역의 배우는 무릎을 꿇고 사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극중 역할에 몰입한 관객과 배우의 흥미진진한 이런 모습들, 공연이 주는 또 다른 흥밋거리가 아닐까 한다. 걸작의 감동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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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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