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때리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나의 화살표는 요런 모양

#오늘의 멍때림 #화살표
글 입력 2019.06.06 16:40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멍때리면-썸네일.jpg

 

#오늘의 멍때림 #화살표



꿈이 많은 편이다. 어릴 때부터 꿈이 유독 자주 바뀌었다. 첫 번째 꿈은 간호사였다. 피를 못 봐서 관뒀다. 화가를 꿈꿨다. 쫄라맨만 그려서 관뒀다. 승무원을 꿈꿨다. 그대로 성장이 멈춰서 관뒀다. 아나운서를 꿈꿨다. 그대로 성장이 멈춰서 관뒀다. 내 키는 160도 안된다. 호텔경영을 꿈꿨다. 경영 공부가 싫어서 관뒀다. 그런데 어쩌다 보니 경영학과에 갔다. 당황했다. 아, 아니다. 이전에 광고쟁이도 꿈꿨다. 이 꿈은 나름 오래갔다. 새로운 걸 만들어내는 게 재밌었다. 그러다가 영화 ‘소원’을 봤다. 이야기의 힘을 알았다. 미디어학과에 가기로 결심했다. 그런데 경영학과에 갔다. 인생이 쉽지 않았다.

성인이 되어서도 꿈은 자주 바뀌었다. 큰 틀은 변하지 않았다. 계속 콘텐츠 안에서 이모저모 바뀌었다. 영화마케팅, 영화연출, 애니메이션, 콘텐츠기획. 지금은 웹콘텐츠 기획을 꿈꾸고 있고 최근에는 IP활용방법에 흥미가 생겼다.

혹자는 좋다고 할 수도 있겠다. 꿈이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낫지 않느냐고, 그것도 너무 많아서 문제라면 뭐가 걱정이냐고. 하지만 이렇게 꿈이 많아져 버리면 두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첫째, 주변 사람들이 헷갈려 한다. 최근에는 지인으로부터 ‘넌 꿈이 너무 자주 바뀌어서 뭐가 진짠지 모르겠다’는 말을 들었다. 하루 종일 기분이 안 좋았다. 두 번째 문제는, 내 결심에 나 스스로 확신을 갖기가 힘들어진다.



#백래쉬



사회/경제적 변화로 인한 반발의 목소리와 행동을 ‘백래쉬’라고 한단다. 페미니즘의 대두로 인한 성별 갈등 심화, 카풀 서비스에 대한 택시업계의 반발 등을 생각하시면 되겠다.

개개인의 인생에서도 마찬가지다. 내 안에는 진보와 보수가 공존하고 있다. 내 성격 상 많은 경우 진보가 이긴다. 해서 좋게 말하면 변화가 빠르지만, 나쁘게 말하면 끈기가 없다. 어릴 때 발레를 다니게 해 달라고 찡찡댔다가 일주일만에 관뒀다고 한다. 새로운 것을 시작하는 용기와 쿨하게 그만두는 용기를 동시에 겸비한 나는 정말 대단한 용기쟁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 보수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이유는 아마도 취업 준비생이라는 나의 신분에 있을 것이다. 방향을 명확하게 정해 차근차근 준비를 해 나가도 모자랄 판에 화살표가 계속해서 바뀌고 있으니 스스로도 혼란이 온다. 이게 정말 내가 원하는 게 맞나? 이래 놓고 나중에 또 바뀌면 어떡하지?



#One Direction



[크기변환]KakaoTalk_Photo_20190606_1620_28911.jpg
 

얄밉다. 지가 뭔데 저리로 가라 마라야. 일직선으로 똑바로 그어진 화살표가 정갈하면서도 왠지 모를 위압감이 든다. 너 저기로 안 가면 큰일난다,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면서도 그 대쪽 같은 방향성이 부럽기도 하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치열한 게 미덕이라고 생각했다. 청소년 때도 그러했고 성인이 된 지금도 치열하게 사는 편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해서 솔직히 고백하자면, 내가 봤을 때 치열하지 ‘않게’ 살고 있는 이들보다는 내가 좀 더 ‘잘’ 살 거라고 생각했다. 돈도, 명예도 내가 더 많이 누릴 것이라 생각했다. 본인이 세운 목표를 의심하지 않고 그저 나아가는 이들은 내 기준에서 치열하지 않게 살고 있는, 공부와 생각이 부족한 이들이었다.

하지만 난 몰랐다. 즐기면서도 열심히 할 수 있다는 것을. 고통스러워야만 열심히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던 나는 ‘단순한’ 이들이 나만큼, 혹은 나보다 더 세상을 ‘잘’ 살고 있음에 놀랐고 억울했다. 나에게 저 화살표는 그들을 생각나게 한다. 어렵게 생각하지 않고, 그저 나아가는 이들. 지금 생각해보면 그들과의 만남이 나에겐 정말 신이 내린 선물이었다. 만약 그들과의 만남이 없었다면, 오직 나처럼 치열함을 최고의 미덕으로 여기는 이들과 어울렸다면 편협하고 뾰족한 채로 평생을 살다 갔을 것이다. 여유의 중요함을 알게 된 지금이 너무나 다행스럽게 여겨진다.


[크기변환]pexels-photo-1545728.jpeg
 

지금은 여유를 알았다 해도 어쨌든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기에, 이성적으로 여유를 찾으려 하긴 해도 본능적으로는 욕심부리는 것이 사실이다. 계속해서 바뀌는 나의 꿈은 어쩌면 이런 특성에서 기인한 것이 아닐까. 보다 여유로울 줄 아는 내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도 한 가지 중요한 점은, 계속해서 바뀌었던 꿈들의 시작점은 모두 진심이었다는 것이다. 진심으로 무언가를 시작했고, 하지만 아쉬운 점을 발견했고, 해서 그 아쉬운 점을 충족시킬 수 있는 또 다른 기회를 찾아 진심의 첫 발짝을 내딛은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니 내가 밟아왔던 모든 걸음들이 산발적인 걸음이 아니라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는 부단한 걸음이었음을 알겠다.

그리고 돌이켜보면 이 모든 걸음들을 꿰뚫는 하나의 줄기 역시 존재했다. 나는 꾸준히 ‘무언가’에 가치를 부여해 ‘누군가’에게 가치를 주기를 희망해왔다. 그 ‘무언가’와 ‘누군가’가 무엇인지는 보다 생각을 해봐야 할 테이지만 결국 중요한 건, 세상과 사람들과 나에게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에는 항상 변함이 없었던 것 같다.


[크기변환]pexels-photo-783738.jpeg
 

사람들은 모두 가슴 속에 화살표를 하나씩 품고 산다. 그것이 가리키는 방향과 그것이 효과를 발휘하는 시간은 사람마다 다르다. 해서 10명의 사람이 있다면 10개의 화살표가 존재한다.

나의 화살표는 분명 다른 이들보다 길이는 짧은 것 같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화살표의 길이가 아니라 시작이고, 방향이다. 그 시작과 방향이 매 순간 진심에 닿아 있었기에 이제 나는 이 불안한 마음을 멈추려고 한다.






박민재.jpg
 

[박민재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15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