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멍청한 인간들과 공존하는 몇 가지 방법

글 입력 2019.05.31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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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청한 인간들과 공존하는
몇 가지 방법

- The Silent Miaow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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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청한 인간들과 공존하는 몇 가지 방법>. 도발적인 제목에 눈길이 갔다. 우아한 자태로 앉아 있는 고양이의 표지 사진부터 심상치 않다. 책을 열어보니 내용은 더 심상치 않았다. 서술자가 '고양이'인 것이다.

책의 내용은 이렇다. 저자 폴 갈리코는 우연히 암호로 가득한 한 원고를 얻게 되는데, 이를 살펴보던 작가는 이 원고가 고양이에 의해 쓰여졌다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한 고양이가 다른 고양이들에게 충고를 전하는 책이었던 것이다. 이 책은 고양이의 언어를 번역한 결과물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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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기발랄한 상상이다. 단순한 의인화가 아니라 고양이를 아예 서술자로 내세운 점이 특이하다. 인간의 감정을 대입한 고양이가 아니라, '우리와 다른 존재'로서 고양이를 본다.

이 고양이는 '인간 접수하기' 기술의 대가로서, 아직 경험이 없는 어린 고양이들을 위해 자신의 노하우를 전수한다. 인간의 집을 어떻게 접수할지, 또 어떻게 인간을 길들이고 편안한 묘생을 보낼 수 있을지 이야기한다. 접수하기, 재산 만들기, 식탁에서 음식 받기, 자녀 교육 등 18개의 주제로 상세하게 인간과 함께 사는 기술을 설명하고 있다.

주제만 봐도 재치가 넘친다. '식탁에서 음식 받기'라니, 인간이 하는 사소한 행동들이 모두 고양이의 처세술에 이용당한 결과라는 것이다. 생각지도 못했던 관점이다. 고양이를 '주인님', 인간을 '집사'라고 부르는 게 거의 고유명사가 되었다지만, 실제 고양이의 관점으로 '인간을 부리는 법'을 보고 있자니 느낌이 묘했다.

'집사'라는 말에는 사실 농담이 섞여 있는데, 책 속의 고양이가 말하는 기술과 우리집 고양이의 행동이 오버랩되면서 진짜 '집사'로 접수당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이 책의 묘함이 거기에 있는 것 같다. 인간이 쓴 책인데도 고양이의 시선에 설득당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서술자인 고양이는 시종일관 도도하고 직설적인 화법을 구사하는데, 이 시크한 말투가 꽤나 정곡을 찌른다. 고양이의 눈으로 묘사된 인간의 모습에는 비판의 뉘앙스가 섞여 있다. 그의 눈으로 보는 인간은 멍청하고, 어리석고, 모순적이지만 동시에 늘 외롭고, 사랑을 갈구한다. 단순하면서도 예리한 묘사다. 고양이의 시선을 빌렸기 때문에 할 수 있는 표현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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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따르면 고양이는 이러한 인간의 감정을 파악하고 이용하면서도, 진심으로 인간을 사랑하기도 한다. 함께 살아가는 동반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술자는 "인간의 사랑이 막대로 맞는 것보다 더 아플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고 말한다.

뼈를 때리는 문장이다. 인간은 고양이에게 이용당하기도 하지만, 큰 상처를 줄 수 있는 존재이기도 하다. 이 책은 그 관계에 대해 계속 생각하게 한다. 고양이를 지극정성으로 아끼면서도 한편으론 지극히 잔인하고 냉정하기도 한 인간의 양면성이 떠오른다.

한편, 또 흥미로운 것은 이 책이 1964년 출간되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에선 '애완동물'이 아닌 '반려동물', 돈으로 '사는' 게 아니라 '입양'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퍼진지 얼마 되지 않았다. 최근에야 동물권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고양이, 강아지 등 반려동물의 시선을 그린 문학이 등장하고 있다. 동물도 사람처럼 희로애락을 느끼는 존엄한 생명이라는 인식이 생긴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은 반 세기 전에 쓴 책이다. 반려동물을 장난감 정도로만 여기던 그 시절에 고양이라는 독립된 존재에 주목한 놀라운 책인 것이다. 그 당시 미국 사회에서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이 어느 수준이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현재 우리에게도 신선한 충격을 주는 걸 보면 분명 진보적인 책이다.

가볍고 재미있게 읽었지만 읽고난 후 생각할 거리가 많은 책이다. 제목은 '멍청한 인간들과 공존하는 방법'이지만, 역설적이게도 인간이 '고양이와 공존하는 방법'을 보여주는 것 같다. 그들이 존중받아 마땅할 존재임을 보여주면서 말이다.
 



[박진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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