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우리 하루의 경계 속으로_당신의 하루를 환영합니다 [문화공간]

글 입력 2019.05.25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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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매일을 살아간다. 하루는 아침에 눈을 뜨는 것에서 시작해, 밤에 눈을 감는 것에서 끝나며 이 과정이 매일 반복된다. 그런데 문득, 생각해보면 어느새 하루의 시작과 끝에는 자연스럽게 ‘스마트폰’이 차지하고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잠이 덜 깬 눈으로 스마트폰부터 더듬거리며 찾기 시작한다. 시간을 확인하고, 자고 있을 때 온 카톡을 읽고, SNS까지 한 번 확인하고 나서야 하루를 시작한다.

매일 손에 들린 채 나의 정신과 몸과 같이 움직이던 스마트폰은 잠에 들 때까지도 함께한다. 하루 내내 스마트폰과 함께했는데도 자기 전 침대에 누우면 스마트폰으로 할 게 무궁무진해진다. 친구들과의 카톡이 가장 활발해지는 건 물론이고, 밀렸던 웹툰, 유튜브, 인스타, 아트인사이트 등 엄지손가락을 바쁘게 움직이다보면 어느새 시간은 자기로 했던 시간을 훌쩍 넘겨있기 일쑤다.

이런 하루들이 연속되는 것은 익숙하다. 그러나 스마트폰이 없던 몇 년 전을 떠올려보면 사실상 우리의 하루는 완전히 바뀌어버린 것이나 다름없다. 현재의 자연스러운 일상이 과거에는 꿈에도 상상할 수 없었던 일상이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눈 깜박할 사이에 구축되어버린 디지털 세계에 이질감이 느껴진다. 심지어 현재는 스마트폰이 하루라도 없으면 은근한 불안감까지 느낄 정도이니.

전시 <당신의 하루를 환영합니다>는 바로 이러한 우리의 하루의 경계들을 보여주고, 디지털 네트워크에 종속되어버린 우리 사회의 모습들에 물음을 던진다. 전시는 융복합 전시로, 총 7명의 작가가 7개의 존에서 다양한 테크놀로지를 활용한 보다 더 새로운 작품들을 선보였다. 그 중 인상 깊었던 몇몇 작품들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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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안가영 - 헤르메스의 상자와 아바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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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로 반긴 작품은 다름 아닌 ‘아트게임’이었다. 거대한 스크린과 그 앞에 놓인 컨트롤러. 흥미롭게도 직접 게임에 참가하여 작가가 던져놓은 과제를 해결해 나가야했다. 전령의 신 헤르메스가 제우스로부터 받은 택배상자를 여신 해시(#)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빠진 복잡한 미로를 아이템을 수집하면서 빠져나와야 하는 것이 과제였다.

그 미로는 다름 아닌 ‘네트워크’였다. 흥미를 가지고 열심히 해봤지만 게임을 못해서 그런지 계속 죽어서 중간에 포기했다. 그러나 실제 네트워크 세계에서 느꼈던 것들을 게임을 통해서도 느낄 수 있었다. 게임은 즐거웠지만 죽을 때마다 인간과 정체를 알 수 없는 것들이 잔뜩 뒤섞여 공중에 떠도는 장면이 나왔는데, 이는 왠지 모르게 불쾌감을 주었다.

또한, 어느새 들고 있던 상자의 내용물이 바뀌었다는 것을 알 때는 실제 네트워크 세계에서 순식간에 정보들이 편집되고 왜곡되어 무엇도 진실이 아니게 되는 그 혼란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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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가영작가의 또 다른 흥미로운 작품은 바로 작가 본인의 얼굴을 아바타화 시킨 작품이었다. 스크린 속에 들어가 있는 안가영 작가의 아바타는 스크린 앞에 놓인 버튼을 누를 때마다 ‘좋아요’수가 올라가면서 리액션을 취한다. 현실의 자신보다 스크린 속의 아바타는 더욱 생기가 넘쳐 보이고 더 많은 사랑을 받는다. 그리고 보다 더 많은 사랑을 받기 위해서 아바타의 머리, 얼굴, 신체를 쇼핑하고 다른 아바타와 경쟁한다.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무너졌다. 그 경계에 서있는 사람은 유일하게 작품을 보는 전시회 안의 ‘나’였다. 경계에 서 있을 수 있는 기회를 얻음으로써 보이고 느껴지는 것들이 있었다.



2. 염지혜 - 포토샵핑적 삶의 매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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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염지혜 작가의 작품이었다. 약 12분짜리 영상으로, 존에 들어가면 관람객들이 편안하게 앉을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어있다. 그러나 자리는 편안해도 작품은 결코 편안하지 않았다. 처음 아무것도 없는 포토샵 레이어가 나오더니, 그 위로 과거부터 현재의 모습을 담은 듯한 수많은 영상들이 나온다. 그러다 그 영상들이 겹치고, 조각되며, 합성된다. 그러면 새로운 영상들이 또 다시 나오고 그 위로 겹치고, 조각되며 합성된다.

화면은 빠르게 흘러가면서도 갑자기 버퍼링이 걸린 듯 멈추기를 반복한다. 여기다 신비로운 음악과 나레이션이 중첩된 사운드까지. 마치 나의 머릿속이 파편화되고 복사되고 합쳐지고 재생산되고 그러다 완전히 뒤섞여버린 듯. 그런 어지러움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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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갑자기 고요해진다. 마치 우주와 같은 곳에서 한 명의 인간이 누워있고, 그 위에 올라가있는 돌에 박힌 수많은 눈만이 깜박거리며 존재하는 화면이 나온다. 공허한 우주 속 누워있는 인간은 이미 죽은 듯 보였다. 오로지 정체모를 눈만이 살아있었다. 그것은 마치 미래의 인간의 모습과 같아 보였다.

실체가 사라져버린 채, 수많은 인간들과 뒤섞여 하나의 형태로 탄생한 인지구조와 같은 모습. 나의 정신과 몸은 없고 우리의 정신과 몸만이 존재하는 세계. 그것이 미래라고 말하는 듯 보였다.



3. 임봉호 - 부ㄷㅎ다

‘부ㄷㅎ다’는 부당하다, 부단하다, 부딪히다 등 수많은 말로 해석이 된다. 임봉호 작가는 바로 이처럼 언어의 숨겨진 의미에 초점을 두고 이를 관객들이 생각해볼 수 있게 만드는 작품들을 만들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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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는 직접 관람객들이 참여할 수 있는 ‘카드게임’이었다. 우리가 아는 트럼프가 아닌 ‘열정’ ‘노오력’ ‘미래’ ‘해탈’ ‘현실’ 등 다양한 단어가 적혀있는 카드들이었다. 숫자와 문양이 아닌 언어가 적혀있었지만 흔히 알고 있는 카드게임 규칙으로 게임을 진행해도 전혀 무리가 없었다. 다만, 게임을 진행하면서 카드를 버리게 되면서 색다른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손에 쥔 ‘미래’ ‘현실’ ‘노력’ ‘낭만’ 등 중요하게 생각되는 가치들에 차등을 부여하는 것이 꽤 힘겹다. 자연스럽게, 그러면서도 어쩔 수 없이 중요하게 생각되었던 가치가 적힌 카드를 버리는 것도 꽤나 기분이 나쁘다. 그러다 결국 마지막까지 지키고 있던 가치 하나만이 남게 되는데, 그것이 기존에 생각해왔던 가치관과 맞지 않은 가치라서 뒤늦게 당황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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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는 수많은 박수갈채가 곳곳에서 스포트라이트가 곳곳에서 비추는 공간이었다. 한 가운데에 올라갈 수 있는 단상이 있는데, 신기하게도 단상 밑에서 박수소리를 듣는 것과 올라가서 듣는 것이 다르게 느껴졌다. 단상 위로 올라가니 박수갈채와 스포트라이트의 주인공이 된 듯 매우 생생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불편했다. 후에는 나를 비추는 수많은 스포트라이트와 나를 둘러싼 박수갈채소리가 공포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리고 그 공포의 원인이 바로 ‘익명’에 있다는 것을 알았다.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받는 박수소리는 정체를 알수가 없었다. 익명의 박수소리가 어떤 의미인지 알 수가 없으니 긍정적으로만 생각했던 박수소리가 공포로 다가올 수 있었던 것이다. 익명의 공포를 신선한 방법으로 느낄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4. 임영주 - 테스트 물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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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이미지의 손은 무척이나 편안해 보인다. 실제 전시관에서는 영상으로 보여주는데, 알코올에 불이 붙어 램프 위에 올려놓은 돌이 계속 달궈진다. 매우 뜨거울 텐데도 돌 위에 올려놓은 손은 움직임 없이 가만히 있는다. 그러나 아주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올려놓은 손이 매우 미세하게 움찔거리는 것을 볼 수 있다.

임영주 작가의 작품은 이렇듯 멀리서 대충 보면 우리를 현혹시키는 것들에 대한 것들을 다룬다. 그리고 이를 생각해보면 대표적으로는 ‘종교’가 떠오르고 그 다음으로는 ‘가짜뉴스’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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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작품과 같은 맥락으로,
무거운 물체를 매우 가볍다는 듯
드는 모습을 보여준다


디지털 세계에서는 정보가 보다 더 빠르게 생산된다. 이는 ‘가짜정보’를 접해서 현혹되는 것도 더 빠르게 이루어짐을 뜻하기도 한다. 무분별하게 생산되는 정보들 속에서 ‘진실’과 ‘거짓’을 가리는 것이 더욱 힘들어진 세상이다. 그러나 가까이서 매우 면밀하게 살펴본다면 ‘거짓’은 드러나기 마련이지 않을까? 작가가 미처 숨기지 못한 손의 움찔거림처럼 말이다.





<당신의 하루를 환영합니다>에서 보여준 우리의 ‘하루’의 모습은 차마 환영할 수 없는 모습들이었다. 주제와 정말 찰떡인 융복합 전시라서 더욱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던 거 같다. 결국 우리가 우리의 ‘하루’를 환영하기 위해서 현시대에 어떤 태도를 지니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어쩌면 모두가 답을 알아도 변화를 끌어내기는 힘들 것이다.

그러나 이번 전시를 통해서 받은 불편함은 일상의 순간순간 다시 나타날 것이며 그것은 조금이나마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


당신의 하루를 환영합니다

2019.04.02 ~ 2019.06.30
수원시립아이파크 미술관

작가 : 임봉호, 염지혜, 오택관, 임영주
윤향로, 안가영, 료이치 쿠로카와

주최 및 후원 : 수원시
관람료: 4,000원





[김량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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