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에 관해서는 이토록 문외한이었던 나의 첫 오페라는 밴쿠버 오페라 페스티벌에서 만난 ‘La Cenerentola’다. ‘La Cenerentola’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신데렐라를 원작으로 한 로시니의 오페라로, 평소 가지고 있던 오페라에 관한 선입견을 깔끔하게 없애 준 작품이다.
지루할 것이라는 예상과 다르게 작품은 위트가 넘쳤고, 자막을 굳이 읽지 않아도 배우들의 노래와 표정 연기를 통해 작품의 흐름이 깔끔하게 전달되었다. 또한, 신데렐라라는 소재에서 오는 진부함을 느낄 새도 없이, 나는 이 생기 넘치고 아름다운 145분가량의 공연에 완전히 매료되었다.
생기 넘치는 유머 감각

그들은 동화에 하나쯤 있는 진부한 악역이면서도 극에 생기를 돌게 하는 활력소다. 왕자가 하인의 옷을 벗고 자신의 정체를 밝혔을 때 느껴지는 일종의 카타르시스도, 어찌 보면 그들의 부산스러운 어리석음 덕이다. 왕자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충실한 시종들과 왕자 행세가 익숙하지 않은 단디니의 어색한 모습도 볼만 하다. 오페라라면 괜히 심각하고 어려운 것이라고만 생각했던 내게 위트와 생기가 넘치는 이 모든 장면은 꽤나 신선하고 즐거운 충격이었다.
신데렐라 아닌 La Cenerentola

하지만 훗날 ‘신데렐라 스토리’가 진부하다는 오명을 쓸 것을 예견이라도 한 듯, 이 작품의 신데렐라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유리 구두를 흘리는 것이 아니라 왕자에게 직접 팔찌를 주며 자신을 정말 사랑한다면 날 찾아내라고 이야기한다. 또한 왕자로 변장한 시종의 춤 제안을, 이미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며 거절하기도 한다. 이 작품에서 신데렐라는 스스로 사랑을 선택하고 시험한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신데렐라보다 당차고 능동적인 모습으로 사랑을 이루어내는 모습이다.
또한 ‘La Cenerentola’에는 악랄한 계모도, 마법을 부리는 요정 대모도, 반짝이는 유리 구두도 없다. 원작 ‘샹드리옹’을 충실하게 재현한 이 작품에서는 요정을 철학자로, 유리 구두를 팔찌로 변형하여 마법적 요소를 배제했으며, 신데렐라와 왕자의 감정적 교류와 선택에 집중하며 신선하고 위트 있는 신데렐라 로맨스를 그려내고 있다.

상황에 따라 시시각각 변화하는 음정과 박자, 그리고 배우들의 감정이 더해져 텍스트에 대한 이해 없이도 등장인물들의 기쁨과 슬픔, 감동, 환희와 같은 감정에 공감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인간이 낼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소리로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것. 이런 것들이 오페라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다. 앞으로는 오페라와 더 자주 만나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