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무질서한 비대칭 속 균형 잡힌 모더니즘 영화, ‘콜럼버스’

글 입력 2019.05.09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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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학교 시험이 끝나고 과제의 시기가 도래했다. 범람의 수준으로 물밀듯 들어오는 전공 과제들은 내 일상을 복잡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그로 인해 내 방은 내 마음 상태처럼 더 어지러워졌고 무질서하게 더러워졌다. 시험으로 인한 밤샘이 끝나자마자 과제를 위한 밤샘이 계속된다는 사실이 너무 괴로웠다. 전공과 적성은 잘 맞았지만 좋지 않은 체력으로 하루에 2-3시간씩 자면서 일상생활을 한다는 게 쉽지 않았다.


정리가 필요했다. 어질러진 방 청소도 중요하지만 그전에 나의 일상과 나의 마음에 대한 정리가 필요했다. 과제가 어느 정도 방향성을 잡고 마무리되어 갈 때 즈음, 여느 때와 다름없이 영화를 통해 마음을 재정비하기로 했다. 그래서 새벽에 고르고 골라 정한 영화가 바로 ‘콜럼버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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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선택은 옳았다. 정말 뿌듯할 정도로 이 영화는 복잡하게 어질러진 내 머릿속을 정리시켜주기에 안성맞춤인 매체였다. 영화 ‘콜럼버스’는 처음부터 끝까지 ‘무질서함 혹은 비대칭 속의 균형’이라는 개념을 관통하는 서사를 지녔다. 그 영화 전체를 아우르는 관념이 연출과 대사를 통해 내 마음까지 정리시켜주었던 것이다.


나는 이 영화 ‘콜럼버스’를 무질서함 속 균형을 보여주는 연출과 스토리로 보는 이의 마음을 치유해주는 영상물이라 이야기하고 싶다. 영화는 미국 내 건축의 메카인 ‘콜럼버스’에서 일어나는 사람과 사람의 이야기이다. 다시 말해, 건축 괴짜 ‘케이시’와 건축에 대해 알고 싶지 않은 아웃사이더 ‘진’ 두 주인공의 아름다운 연대와 사랑에 관한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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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했던 과거를 지나 온 불안정한 엄마를 두고 다른 곳으로 갈 수 없다고 생각하는 ‘케이시’는 건축의 매력에 미쳐있다. 건축의 메카 ‘콜럼버스’에 사는 주민이자 건축 괴짜답게 건축의 미학적, 예술적, 철학적 측면 모든 것을 꿰고 있다.


그리고 건축학의 대가로 불리는 교수를 아버지를 둔 한국계 미국인 ‘진’은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번역 업무를 한다. 아버지의 위독한 건강 증세로 인해 ‘콜럼버스’에 당분간 머물게 되고 그때 ‘케이시’와 만나게 된다.


건축과 책에 빠져있는 소녀 ‘케이시’는 도시 ‘콜럼버스’를 매우 사랑한다. 도시에 있는 각 건축물과 건축가들의 이야기를 읊으며 가이드를 해 줄 수 있을 정도이다. 불안정했던 가정사, 다시 말해 불안정한 엄마를 두고 케이 시가 마음 편히 사랑하고 좋아할 수 있었던 존재들은 친구도, 애인도 아니고 바로 건축물들과 책 들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그것들은 ‘케이시’의 마음에 안정과 균형감을 가져다주었다.


반면에 ‘진’은 건축에만 빠져있는 아버지 밑에서 자라며 애정을 갈구하던 유년기의 자신에게 슬픔을 느끼는 인물이다. 그래서 아버지 곁에서 떠나있으려 노력한다. 한국에서 번역 업무를 맡아 지내다 아버지의 증세가 위독하다는 말을 듣고 미국으로 입국한다. 그 와중에도 아버지가 누워계신 병상에는 잘 찾아가지 않는다. 그 주위를 맴돌며, 아버지가 누워 계신 도시 ‘콜럼버스’를 맴돌며 그 옆을 지킨다. 그리고 아버지만큼이나 건축의 곁을 떠나고 싶어 한다.


그렇지만 ‘진’의 아버지는 건축학 교수이자 건축학의 거장으로 불리는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아들을 향한 애정도 건축이라는 것을 통해 전달했다. 그리고 그 애정을 인지하지 못하고 받아들인 어린 ‘진’은 어른이 된 후, 건축과 아버지를 외면했다고 생각하는 와중에도 건축에 대한 남다른 지식과 통찰력을 뿜어낸다.


그와 우연히 만난 ‘케이시’는 그에게 도시 내에 있는 건축물에 대해 애정 어린 설명을 늘어놓는 데 조용히 듣던 ‘진’은 허를 찌르는 말을 건넨다.



"(건축물에 대한 애정의 이유를) 가이드처럼 말을 하네요. 저 건축물이 정말 왜 좋은 거예요?"


"마음이 끌려요."


"바로 그거예요. 왜 그 건축에 마음이 끌렸어요?"


(케이 시가 그 이유를 ‘진’ 말하는 부분은 무음 처리되며 연출된다)

"가이드의 문제점은 새로움이 없다는 거예요. 주어진 정보대로 앵무새처럼 반복하기만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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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부터 그들은 서로를 보듬어주고 응원해 주는 연대를 시작한다. 인지하고 있었던 몰랐든 간에 그들은 ‘건축’의 메카 ‘콜럼버스’에서 ‘건축물’에 대한 대화를 시작으로 서로의 인생에 있어지지를 보내는, 연대적이고 애정 어린 관계를 맺기 시작한다.


케이시는 몇 번이나 자신이 애정 하는 건축물의 문을 쓰다듬으며 반복해서 읊조린다.



무질서함 속의 균형.



그것이 케이 시가 매료되었던 건축의 메카, 콜럼버스라는 도시의 매력이고 그녀가 건축에게서 받고자 했던 안정감, 위로 그 어떤 것들에 대한 설명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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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얼마 전 현대 미술과 관련한 교양 과목에서 배웠던 화가 ‘몬드리안’과 그의 작품이 생각났다. 그가 추구했던 ‘신 조형주의’는 대칭이 아닌 비대칭 속에서 균형감과 안정감을 추구하는 작품을 그리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 1차 세계 대전의 비극을 겪은 후 몬드리안은 정신적인 유토피아를 꿈꾸며 서로 다른 차이, 비대칭에도 불구하고 얼마든지 평화롭게 공존하는 자연적인 균형의 미를 꿈꾸었다고 배웠다.


영화 ‘콜럼버스’를 보며 자꾸 그 시기의 몬드리안 작품들이 생각나기도 했다. 물론 영화 내에서 몬드리안의 작품들이 따로 나오지는 않았지만. 스토리를 떠나 영화의 전반적인 연출 또한 균형감과 안정감이 있는 연출을 보여준다. 인물이 사는 공간, 도시 속 건축물들과 자연들을 보여주는 장면에서 애정 어린 연출이 묻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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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종종 대칭성을 활용한 연출 장면도 나오긴 하지만 그와 관련된 예술가들과 예술 작품들이 나올 때마다 이 영화가 얼마나 ‘무질서함 속 안정감, 균형감, 대칭성, 평화로움’을 사랑하는지 알 수 있어서 좋았다. 덕분에 시각적인 평화로움도 느낄 수 있었다.


불안정하고 무질서한 자신의 유년기, 불행들 속에서 오히려 균형감과 안정감을 찾고 성장하는 ‘진’과 ‘케이시’ 그들의 치유와 성장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는 이 영화 덕분에 나 또한 마음의 안정감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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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과제와 시험이라는 –어찌 보면 인생 전반을 통틀어서 보았을 때- 사소한 것들로 안정감을 찾겠다고 영화를 튼 것이 살짝 부끄럽기도 했지만. 어쨌거나 평화로운 마음의 안정을 얻었고 동시에 인생 영화도 얻게 되어 행복했다. 영화 ‘콜럼버스’를 내적인 정리와 안정감이 필요한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이아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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