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학업을 빙자한 덕질 여행, 런던② [여행]

영국 런던에서 돌아다니기
글 입력 2019.05.05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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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움이 넘치는 곳



본래 내가 다니던 한국에서의 대학 도서관 운영 규정과는 다르게, 현지 대학의 도서관은 주말에도 밤 9시까지 책을 마음껏 볼 수 있어서 시간이 날 때마다 도서관으로 달려가 책을 볼 수 있었던 점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예술과 디자인에 집중된 학교라, 도서관에서도 예술 관련 서적들을 다룬 층이 따로 있어 매우 편리하고, 다양한 종류의 예술 서적들을 한 번에 볼 수 있어서 좋았다. 퍼포먼스, 회화, 사진, 현대미술, 근대미술, 르네상스 고전미술, 일러스트레이션, 도자기 예술, 아르누보 특유의 패턴, 패션디자인, 디지털 아트, 설치미술 등의 서적들을 뒤적이며 평소에는 쉽게 접할 기회가 없던 작품들을 감상하며 현지 대학교의 학생들과 나란히 자리를 마주하며 오후의 느긋한 시간을 보냈던 것이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무엇보다도 학생들에게 끝없는 배움의 기회를 마음껏 제공한다는 점이 참 부러웠다. 더군다나 도서관 내부에서도 차가운 음식물에 한해 책을 읽으면서도 원하는 대로 음식물을 섭취할 수 있어 따로 매점이나 식당에 가지 않아도 되는 점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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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가장 좋았던 점은 바로 여유와 자유로움 이었다. 공강이거나 식사 시간쯤이면 근처 테이크아웃 전문 중국음식점이나 마트에서 간단한 음식을 사다가 탁 트인 잔디밭에서 먹었던 때가 벌써 그립다. 확실히 생각보다 주변 환경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이 컸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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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에서의 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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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와 함께 근처 빌리지에 있는 공원을 다녀온 것도 런던에서 만든 가장 멋진 기억들 중 하나가 되었다. 그곳에서 나는 여유로움과 평화, 느긋함, 자유로움을 느꼈다. 항상 바쁘게만 살아가는 한국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여유를 드넓은 공원에서 맛볼 수 있었다. 광활하게 펼쳐진 푸른 잔디밭과 여름인데도 춥기까지 한 시원한 그늘을 가진 커다란 나무들, 개들을 산책시키는 사람들, 신나게 뛰어다니며 건강한 여가시간을 보내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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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것들을 당연하게 누리는 영국인들이 내심 부럽기까지 했다. 그것은 지금까지 내가 보고 듣고 즐겼던 것들과는 또 다른 형태의 여가활동이었다. 무의미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컴퓨터 게임이나 텔레비전이 아닌 자연 속에서, 여유를 만끽하는 사람들 속에서 현명하게 시간을 쓰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한낮의 공원에서 잔디밭에 누워 바라본 하얀 구름과 푸른 하늘은 답답하던 마음을 탁 트이게 해주었다. 화려한 전광판도, 고막을 울리는 아름다운 음악소리도, 이목을 사로잡는 대단한 건축물 하나도 없었던, 정말로 '별것'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보고 느꼈던 것 들 중에서 가장 만족스러웠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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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오후가 되어 공원에서 기숙사로 돌아가던 길에 바라본, 공허함마저 깃들어 인적이 드문 한적한 주택가는 확연히 급작스러운 경제 발전의 결과물인 한국의 빽빽하게 들어선 아파트와는 달랐다. 약소하나마 아름답게 꾸밀 수 있는 자신만의 작은 공간(정원)을 가진 집들을 보니, 자신만의 공간도, 그것을 꾸밀 여유도 없는 한국인들의 협소한 주거공간을 다시 한 번 더 생각하게 되었다.




V&A 뮤지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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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큘럼의 프로젝트 중 하나로 V&A 뮤지엄을 방문하여 박물관을 찾은 사람들을 관찰하며 인터랙션과 동선을 드로잉 해야만 했다. 덕분에 시간이 그리 충분하지 않아 박물관 내부를 자세히 오랫동안 둘러보지는 못했지만, 거대하고 웅장한 타이페스트리들은 시각적으로나 공간적으로도 매우 압도적이었다. 책이나 인터넷 혹은 영화에서만 봤던 아름다운 예술 작품들이 갑자기 눈앞에 펼쳐지자 그저 '경이롭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았다.


만약 내가 V&A 뮤지엄에 오지 않고 책으로만 이것들을 보았더라면 평생 타이페스트리가 이렇게나 방대하고 섬세했을 줄은 몰랐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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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페스트리 옆 전시실은 뮤지컬 의상들과 함께 대중음악, 인쇄물 역시 전시 중이었다. 시간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빠르게 훑어보는 와중에도 역시 락 음악의 역사를 그린 각양각색의 아름다운 포스터들이 내 눈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비틀즈는 물론이고 섹스 피스톨즈, 루 리드, 보위 그리고 수많은 뮤지컬 홍보 포스터들이 벽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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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의 중앙에는 관람을 하다가 지친 사람들이 쉴 수 있는 정원이 마련되어 있어 더운 여름날을 잠깐이나마 시원하게 보낼 수 있었다. 고풍스럽고 역사가 깃든 아름다운 붉은 벽돌의 건축물은 말할 것도 없이, 사용자 경험을 고려한 내부 구조가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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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초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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