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위인전이 놓치고 있는 가장 중요한 것 [문화전반]

글 입력 2019.04.30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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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필독서’라고 하면 빠지지 않은 책이 있었다. 바로 ‘위인전’이다. 위인전이라 하면 위인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의 일대기를 다룬 작품을 말하며, 보통 위인에게 닥쳐온 큰 시련과 그를 극복해가는 과정에 초점을 맞춰 서술된다. 위인들의 업적을 알면 좋기야 하겠지만 굳이 그들의 일대기를 필수로 알아야 할 필요가 있을까? 어른들의 강요로 위인전을 읽다보면 이러한 의문이 들 수 있다.


위인전은 이러한 의문에 대해 비교적 명확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 바로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전해주겠다는 것이다. 위인전에 등장하는 위인들은 처음부터 위인이 아니라, 닥쳐온 시련을 용기와 열정으로 극복함으로써 위인이 된다. 이는 누구나 그런 열정과 용기가 있으면 세상을 빛낼 위인이 될 수 있다는 꿈과 희망의 메시지를 내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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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위인전의 순기능 때문에 필자 역시 헬렌 켈러, 나폴레옹, 이순신장군, 에디슨 등 수많은 위인들의 이야기를 읽어나갔다. 그러나 세상을 살아보니, 현실은 열정과 노력만으로는 안 되는 문제들이 너무 많았다. 위인전의 위인들을 멘토로 삼아도 그들의 문제해결방식이 현실의 문제해결방식에 적용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결국 삶은 평범한 ‘개인’으로서 살아간다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허무함을 느낄 수도 있다.


또한, 위인들이 마냥 아름다운 것은 아니었다. 발명와 토마스 에디슨이 사실 최초로 전구를 발명한 사람은 아니었다는 것과, 라이벌을 견제하기 위해 사람을 죽이는 ‘전기의자’를 발명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의 그 충격은 지금까지도 생생하다. 이처럼 위인전은 위인들에 대해 수많은 역사적 왜곡과 과장이 뒤섞여 오히려 픽션에 가깝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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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인전의 통념에서 벗어나,

위인들의 민낯을 다룬 책이 나오기도 했다



그렇다고 위인전은 잘못된 것이니 아이들의 필독도서 목록에서 사라져야 함을 주장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역사적 왜곡과 과장은 수정을 거치면 되고, 위인전은 아이들의 독해력과 일단은 자아존중감을 향상시킨다는 점에서 교육적 효과가 확실하게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다만, 이 글에서 다룰 위인전의 문제는 위인들의 문제해결방식에 있다. 위에서 말했듯이, 위인전은 모든 문제가 용기, 열정, 노력으로 해결이 된다는 식의 메시지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현실에는 사칙연산처럼 명확한 답을 가지고 있는 문제들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위인전의 메시지는 당장 아이들에게 희망과 꿈을 전해 줄지는 몰라도 노력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에 부딪치면 쉽게 좌절시킬 수 있다.


위인전이 놓치고 있는 것인 동시에 아이들에게 전해주어야 할 것은 바로 여기에 있다. 위인들이 실제로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 바로 ‘통찰력’이다.




세상에는 두 가지 문제해결방식이 있다



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수많은 문제들에 직면하지만 문제의 유형은 둘로 나눌 수 있다. 이전의 지식을 바탕으로 풀리는 문제와 아무리 머리를 싸매고 끙끙 거려도 풀리지 않는 문제. 전자는 사칙연산과 같은 뚜렷한 답이 있는 문제들이고, 후자는 인간관계 문제, 딜레마 문제, 창의력을 발휘해야 하는 아이디어 문제 등 이다. 그리고 인간은 후자의 문제에 훨씬 고통스러워한다.


두 번째 문제는 아르키메데스가 외친 ‘유레카(알아냈다)!’와 같은 어느 순간 문제해결방법이 번쩍 떠오르는 ‘통찰’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게스탈트 심리학은 이러한 문제를 설명할 수 있는 문제 vs 설명할 수 없는 문제로 나누기도 한다. 지식을 활용한 문제해결은 그 과정을 단계별로 설명할 수 있지만, 통찰이 필요한 문제는 어느 순간 ‘아!’하며 떠오른 것이므로 과정을 설명하기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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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위인들의 위대한 업적이 세상에 기록되는 순간들 역시, 의외로 뜬금없는 곳에서 ‘아!’하며 시작이 되는 경우가 많다. 잠깐 언급한 아르키메데스 역시 평소와 다름없이 목욕을 하다가 자신이 물에 들어가면 수위가 높아진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인식하게 된다. 그 순간 왕관을 물속에 넣어 무게를 달아보면 황금의 밀도를 측정할 수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깨달아 ‘유레카!’를 외칠 수 있었던 것이다.


13척으로 130여척에 달하는 일본수군과의 전투에서 승리를 얻어낸 ‘이순신 장군’의 ‘명량해전 전술’ 핵심 역시 단순히 명량해협이 조류 속도와 지형을 파악하는 등 정보의 취합에 있지 않다. 바다를 보고 하루에 네 번 뒤바뀌는 조류의 특성, 시간대별 유속의 변화 등을 깨달아 작전지침에 활용하는 데까지 나아간 이순신장군의 ‘통찰력’이 핵심이었다.




은유와 유추로 세상을 바꾸다



그렇다면 도대체 이러한 ‘통찰’은 어디서 나오는가? 위인들처럼 ‘아!’하는 깨달음의 순간이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 위인들의 업적이 단순한 노력, 열정을 넘어 통찰, 영감, 직관으로 이루어져있다는 사실은 오히려 아이들로 하여금 더욱 좌절시킬 수도 있다. 그러나 인지심리학에서는 이러한 ‘통찰력’이 ‘은유와 유추’를 통해 분명하게 키울 수 있는 능력이라고 본다.


유추는 현재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존의 지식 중에 가장 관련 있어 보이는 것을 찾아 그 문제에 활용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하는 모든 종류의 정신 과정이며, 은유는 전혀 무관해 보이는 대상들에게서 관련성을 찾아내는 능력이기 때문이다. 실제, 세계 최초 디지털 카메라도 은유를 통해 개발이 됐다. 코닥 직원인 스티븐 사손은 ‘필름도 결국 무엇인가를 담는 그릇’이라며 필름을 필름과 전혀 무관해 보이는 그릇과 엮은 은유적 발상이 담긴 새로운 정의를 제시함으로써 엔지니어들이 카세트테이프를 필름 대용으로 사용하여 디지털 카메라를 만들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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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디지털 카메라



이런 은유와 유추는 다름 아닌 ‘다양한 경험’ ‘문화예술’을 통해서 키울 수 있다. 다양한 경험은 유추능력의 토대가 될 것이며, 문학이나 예술에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알고 있었던 수많은 대상들이 은유와 유추를 통해 새롭게 정의되거나 재구성되고 있다. ‘호수 같은 내 마음’이 대표적인 예시일 것이다.


실제, 수많은 위인들도 이를 놓치고 있지 않았다. 이순신장군은 매일 새벽에 일어나 책을 읽고 일기를 쓰는 습관을 가지고 있었다. <사기> <자치통감> <논장> <여사> 등을 읽으며 국방의 중요성을 실감하고 다양한 병법들을 습득, 전쟁에 대한 마음가짐을 새겼다고 한다. 위인전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스티브 잡스’도 철학과를 나와 수많은 책들을 읽으며 인문학적 소양을 키워나갔으며, 실제 인문학과 과학의 결합을 주장하며 인문학 열풍을 불러온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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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회에서도 위인들과 같이 위대한 업적을 세울 사람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는 ‘창의적, 유추적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춘 사람이 인재로 여겨지고 있다. 따라서 위인전이 초점을 맞춰야 하는 것은 바로 위인들의 문제해결의 핵심이 ‘통찰’이라는 것과 그 ‘통찰’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가에 있을 것이다. 아이들에게 위인전을 통해 '통찰력'과 '문제해결'의 다양한 연결고리들을 전해주는 것은 무척이나 값진 정보들일테며 아이들은 이를 바탕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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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도서

김경일, 「지혜의 심리학」



[김량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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