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도쿄 여행을 추억하고 계획하다 - 맛과 멋이 있는 도쿄 건축 산책

글 입력 2019.04.30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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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는 내가 많은 애정을 품고 있는 도시다. 나의 인생에서 처음으로 홀로 간 해외여행지이기도 하고, 짧게 배웠지만, 일본어를 좋아하기도 하고, 일본 영화에서 느껴지는 조용하고 따뜻한 감성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시절, 그저 일본어를 배웠다는 이유만으로 스무 살이 되면 꼭 혼자서 일본 여행을 가리라 다짐했고, 겁도 없이 홀로 여행길에 올랐다. 그전에도 수학여행이며 홈스테이며 일본에 가 본 적이 있었기에 나름대로 자신 있게 떠났던 것 같다.

그러나 혼자서 하는 여행은 엄청난 단점이 있었다. 1인 식사 문화나 싱글라이더 문화가 발달해 있어 이런저런 체험을 하기에는 전혀 무리가 없었지만, 그저 혼자라는 사실이 나를 너무 외롭게 했다. 온종일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며 카카오톡으로 친구들과 연락을 했고, 입 밖으로는 필요한 말만 했기 때문에 입에 거미줄을 치고 있었다.

그런데도 도쿄 여행이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는 이유는 다양한 건축물과 도시 중간에 있는 공원이 너무나도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언젠가는 꼭 다시 도쿄를 방문하리라 다짐을 했고, 이제는 이 책을 들고 도쿄로 여행을 떠나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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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여행을 준비한다는 것

나는 도쿄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으로 여행을 다니면서도 SNS나 각종 커뮤니티를 활용했다. 여행서적을 따로 사기에는 인터넷에 너무나 많은 정보가 있고, 여행을 갈 때 챙겨가기에는 무겁기도 하다. 그러나 인터넷 검색에도 한계가 있다. 유명 관광지를 다 돌아본 후에는 자신의 취향에 맞는 여행지를 발견하기 어렵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장소들은 흔히 한국인들에게 도쿄의 유명한 여행지라고 꼽히는 곳들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가 현재 알고 있는 화려하고 현대적인 모습뿐만 아니라, 전통적이고 고전적인 건축의 요소들이 잘 살아 있는, 다시 말해 도쿄의 진짜 얼굴을 볼 수 있는 장소들이다. 우리도 서울의 모든 건축물을 구석구석 잘 알고 있는 것이 아니기에 서울에 관한 책을 읽고 검색을 해보듯이, 저자 역시 일본인들도 미처 알지 못했던, 미학적으로 뛰어난 가치가 있는 다양한 건물들을 소개한다.

3박 4일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혼자서 구석구석을 여행하며 도쿄를 나름대로 잘 알게 되었다고 느꼈는데, 사진을 통해 본 건물들은 그때 일본에서 본 것들과는 또 달랐다. 서양의 건축 양식이 있는가 하면,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태자가 머물던 건물도 있고, 옛 일본의 정취가 물씬 느껴지는 공간도 있다. ‘한옥 마을’처럼 전통적 건축과 현대적 건축이 다소 분리된 우리나라와는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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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과 예술


건축은 예술이다. 분명히 알고 있는 사실임에도 우리는 예술이라고 하면 전시회나 영화관, 극장에 가야만 볼 수 있는 것들을 떠올린다. 어쩌면 우리가 일상에서 가장 많이 접하는 예술이 건축일지도 모른다.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내가 속한 공간이 누군가의 상상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잠시 잊고 살고 있었다.

예술이 점점 개인의 창의력의 산물이 아닌 대규모의 프로젝트가 되어가면서 예술 작업은 익명화된다. 영화를 볼 때나 드라마를 볼 때, 여러 작품으로 인기를 얻지 않은 ‘스타 감독’, ‘스타 작가’가 아닌 이상 감독이나 대본 작가와 프로듀서의 이름조차 알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건축도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이 책에서는 각 건물의 건축가를 언급하며, 이들의 스타일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중요한 특징을 짚는다.

특히 기억에 남는 건축가는 ‘계단의 마술사’ 무라노 도고다. 이 책에는 그가 지은 300채 이상의 건물 중 니혼바시 다카시마야 백화점, 메구로구종합청사, 그랜드 프린스 호텔 신타카나와 세 작품이 소개되어 있다. 이 중 메구로구 종합청사를 간단히 소개해보려 한다.

관공서가 관광 명소인 것은 우리에게는 좀 낯설다. 오사카로 수학 여행을 갔을 때도 청사의 전망대를 방문했는데, 당시에도 공무원들이 일하고 있는 건물에 단체 관광을 가도 되는지 궁금했던 기억이 있다. 본래는 지요다생명 본사 빌딩으로 디자인되었다가 2003년부터 종합청사로 사용되었던지라, 따뜻하고 안전한 느낌을 주는 관공서는 아니다. 무채색의 차갑고 깨끗한 회사에 더 가깝다. 그러나 내부의 연못, 정원, 옥상정원의 모습은 또 다른 색으로 건물의 매력을 더해준다. 메구로구 미술관에서 매년 건축 가이드 투어도 개최하고 있다고 하니, 예술적 가치를 충분히 인정받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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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감성이란



최근 일본에서 제작된 영화와 드라마를 봤다. <아사코>와 <리락쿠마와 가오루 씨>이다. 어느 영화에서나 등장하는 장면이 아닌, 일본 특유의 문화와 감성이 녹아 있는 작품들이라 두 편 다 매우 좋았다. <리락쿠마와 가오루씨>가 넷플릭스 애니메이션이라는 플랫폼 특성상 외국인들에게 알려진 일본 문화의 전형을 보여준다면, <아사코>는 현재 일본을 살아가고 있을 법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더욱 현재의 일본 감성을 반영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영화를 보며 느낀 일본의 감성을 책을 통해 되새길 수 있었다.

슬쩍 ‘일본 감성’이라는 말을 했는데, 여기서 말하는 '감성'은 과연 무엇일까. 출처도 모르고, 말로 설명할 수도 없지만, 사진을 보면 우리는 ‘인스타그램 감성’, ‘이태원 감성’, ‘일본 감성’을 판별할 수 있다. 그런데도 이해를 돕기 위해 내가 머릿속에 그리는 일본 감성을 설명하자면, 먹기 아까울 정도로 예쁘지만 화려하지는 않은 디저트, 다다미처럼 정갈하고 각이 잡힌 모습이나, 좁은 공간에 작고 귀여운 것들이 꽉 들어찬 모습이라고 할 수 있겠다.

사진들을 보고 당장에라도 도쿄행 항공권을 사고 싶어지는, 일본 감성이 가득 담긴 몇몇 건물들이 있었다. 작업 중이던 아틀리에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 폭발적인 에너지를 가진 ‘오카모토 다로 기념관’, 아기자기하고 이국적인 서양식 건축물 ‘뮤지엄 1999 로 아 라 부쉬’, 일본 하면 빼놓을 수 없는 동화 같은 낭만을 가진 ‘푸크 인형극장’이 그것이다. 이 건축물들은 그 자체로도 매력적이지만, 건물마다 가진 사연들과 책에서 함께 소개하고 있는 카페나 음식점도 방문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일본에서 길을 찾을 때 주의할 점



직접 일본을 여행했을 때도 느낀 점이지만, 같은 한자문화권임에도 발음하는 방법이 비슷하면서 다르므로, 일본어 발음 그대로 한글을 표기한 것을 볼 수 있다. 이를테면 ‘메이지진구마에’ 나 ‘히가시니혼바시’ 와 같은 식이다. 그렇지만 한자 자체를 한국에서 읽는 방법으로 읽으면 ‘메이지신궁 앞’, ‘동일본교’ 로, 훨씬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또 한자를 알면 히라가나를 읽을 줄 몰라도 지명을 찾을 수 있게 된다.


사실 이 책에서는 지명이 한자로 나와 있지 않기 때문에 바로 찾아볼 수는 없겠지만, 길을 찾을 때 이 부분을 염두에 두면 도움이 될 것이다.

도쿄는 일본에서 가장 더운 도시로, 여름에 여행하기에는 쉽지 않은 도시다. 그런데도 이 책은 여름의 도쿄 여행을 계획하게 할 정도로, 누구나 취향에 맞게 고를 수 있는 일본 구석구석의 건축과 미식을 매력적으로 소개한다. 조만간 다시 도쿄를 찾을 것 같다.



*

맛과 멋이 있는 도쿄 건축 산책
- 미식과 건축이 있는 도쿄 여행 -


지은이 : 가이 미노리

옮긴이 : 강태욱

출판사 : 시그마북스

분야
일본여행
건축교양/건축이야기

규격
148*210*17(무선)

쪽 수 : 214쪽

발행일
2019년 04월 15일

정가 : 14,000원

ISBN
979-11-89199-83-8 (13980)




[김채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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