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예술과 윤리를 말하는 두 여성의 2인극 - 연극 "단편소설집"

연극 <단편소설집> 프리뷰
글 입력 2019.04.28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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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놉시스

문예창작과 교수 루스 스타이너는 존경받는 단편소설 작가다. 루스를 숭배하던 대학원생 리사 모리슨은 6년 동안 루스의 지도를 받으며 인정받는 작가로 성장한다. 단편소설집 출간 후 호평을 받은 리사는 ‘루스와 시인 델모어 슈워츠의 사적인 관계’를 담은 장편 소설을 발표한다. 자신의 인생이 제자의 소설 소재로 쓰이자 루스는 분노한다. 예술가가 했어야 하는 선택을 했다고 주장하는 리사를 용서할 수 없는 루스. 가까운 스승 제자 사이였던 루스와 리사의 갈등의 골은 점점 깊어 간다.





예술과 윤리는 분리될 수 있는가?


아주 오래 전부터 있던 물음이자, 아직까지도 풀리지 않은 문제다. 예술과 윤리의 관계에 대한 논의는 고대 플라톤의 철학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최근 우리사회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예술계의 윤리 문제가 제기되면서 우리는 예술가의 인격이나 예술 작품의 윤리성에 정면으로 질문을 던질 수 있게 되었다. 예술, 혹은 예술가에게 어느 정도까지 윤리적 잣대를 적용할 수 있을까. 아니 애초에 그것이 정도의 문제이기는 한 것일까?

이 질문에는 두 가지 서로 다른 영역으로 답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나는 예술가의 윤리이고, 다른 하나는 예술 작품의 윤리이다. 예술가와 예술 작품은 서로 밀접한 연관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나는 윤리적 문제에서만큼은 이 둘을 분리해 서로 다른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예술가의 예술성이 그 사람의 인성에 의해 평가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정말 훌륭한 작품이라고 칭송받던 작품인데 나중에 그 작가의 윤리적 문제가 밝혀졌다는 것만으로 작품에 대한 평가가 뒤집히는 것은 정당하지 못하다.

개인적인 삶에 문제가 있는 예술가는 인간적인 혹은 도덕적인 비난과 법적 처벌을 받을지언정 그로 인해 그의 예술까지 폄하되어서는 안 된다. 예컨대 재즈 트럼펫 연주자이자 보컬리스트였던 쳇 베이커는 심각한 마약 중독에 심지어 애인까지 강제로 마약을 하게 해 죽음 직전에 이르게 한 소위 ‘인성 쓰레기’이자 범죄자였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의 독보적인 목소리와 노래의 가치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때 미묘하고도 중요한 지점은, 예술 작품이 예술가의 인격과 분리되기 위해서는 그 작품만은 자신의 창조주를 닮지 않고, 윤리적인 관점에서 깨끗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리적으로 문제가 없는 작품만이 그 예술가의 인성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 예술가들의 작품에는 그 사람의 삶과 윤리가 투영되기 마련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예술가의 윤리와 예술 작품의 윤리는 분명 구분되지만 동시에 뗄 수 없는 관계를 갖는 경우가 많다.

나는 예술가와 달리 예술 작품의 예술성은 윤리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생각한다. 예컨대 법적 폭력에 해당하는 행동을 정당화하고 미화하는 영화들, 고정된 성 역할을 재생산하는 노래 가사나 방송 프로그램 등은 윤리적 잣대로 평가받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즉 예술 작품이 윤리적 문제로 비판 받는 것은 정당하며, 윤리적 문제가 있는 작품일 경우 그것을 만든 예술가가 비판 받는 것까지도 정당하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아무리 개인사가 깨끗하고 인격적으로 훌륭한 예술가라 할지라도 그 사람이, 설령 무지에 의해서라도, 윤리적 문제가 있는 작품을 만든다면 그 작품뿐만 아니라 작가도 비난 받아 마땅할 것이다.

예술과 예술가와 윤리의 문제를 다룬 이 극 <단편소설집>은 예술가인 스승과 제자 사이의 윤리를 묻는다. 예술이라는 이유로 다른 사람의 삶을 침해할 수 있는지, 예술가는 어디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지 등을 질문한다. 이 극을 통해 예술이 과연 작품만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지, 예술이 창조되는 과정에도 윤리를 물어야 하는 것은 아닌지를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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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2인극


여성 2인극, 아직은 우리 사회에서 흔치 않은 극 형식이다. 작년 하반기에 공연됐던 연극 <비평가>를 빼면 처음 보는 여성 2인극 같다. 굳이 페미니즘적 관점이 아니더라도 여성 2인극이라는 형식은 그 자체로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모든 인간관계는 결국 두 사람이 만들어간다. … 
나와 너의 다른 입장이 부딪치고 
섞이고 이해하고 받아들이면서 
관계는 발전해간다. 
그런 의미에서 2인극은 
관계 맺기의 가장 본질적인 질문을 탐구하는 형식이기도 하다. 

<단편소설집>은 그 중에서도
스승과 제자인 두 여성이 어떻게 만나고 관계를 맺고
갈등하는지를 섬세하게 그린다.

- 작품 소개 中


특히 보통의 여성 2인의 관계가 모녀 관계로 설정되는 많은 작품들과 달리 이번 극은 스승과 제자로서 두 여성이 만난다. 더군다나 스승의 삶과 가르침을 빼내어 자신의 예술로 만들려는 제자와 그런 제자를 둔 스승 사이의 갈등이다. 이것만으로 나는 이 극을 볼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제자에게 모든 것을 가르칠 의무가 있는 스승과 그렇게 모든 것을 빼내어 스승을 추월하는 제자의 이야기는 인생에서 스승 혹은 제자를 가져 본 사람이라면 충분히 흥미롭게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다만 이것이 기존의 수많은 서사들처럼 스승-제자의 진부한 경쟁 관계에 그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서로의 삶과 예술을 놓고 대립하고 긴장하는 두 사람, 그 속에서 던지는 예술과 윤리의 딜레마에 대한 철학적인 물음들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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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랑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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