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안봐도 사는데 지장은 없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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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봐도 사는데 지장은 없다니까요
그래도 한번쯤은 봐도 괜찮을걸요
Preview 민현
#1 예술의 생활화
매일 같이 지나는 부암동의 서울 미술관을 보며 아트인사이트에서도 꼭 이 전시를 관람할 수 있는 기회가 올 것이라 생각했다. 현대 문화와 예술의 가장 큰 장점이 있다면 생활 속에서 언제든 예술을 찾아볼 수 있다는 점이 아닐까. 우리는 쉽게 생활에서 예술 작품을 찾아보고 그들과 같이 생활한다. 당신이 언젠가 보았고 엄청난 영감을 안겨준 옛날 사람들의 건축물이나 몇백년이 지나도 색이 바래지기 않으려 끊임없이 애쓰는 거장의 미술작품이 아니더라도 말이다. ‘안봐도 사는데 지장없는전시’는 이처럼 생활 속에 자리잡은 수많은 예술품들을 자랑스럽게 내놓았다.
생활 속의 '무엇'은 우리 시대의 트렌드를 넘어서 시대 정신이 된 것 같은 느낌이다. 우리는 더이상 예술을 하기 위해 삶을 포기할 필요도, 엄청난 전시를 위해 미술관을 통째로 빌릴 필요도 없다. 우리가 가진 생각들을 표현하면 관람해줄 사람들은 인터넷이라는 전시장을 통해 찾으러 올테니. 이번 '안봐도 사는데 지장없는전시'는 생활 속의 예술과 이를 가능하게 해준 컨텐츠라는 시대의 정신을 반영한 '트렌디'한 전시라는 첫 느낌을 받았다.
#2 요즘 전시
'요즘 전시 근황'으로 올라오는 사진위 사진은 본 전시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지만 아무튼 생활 속 예술이라는 건 아직 우리가 예술로 받아들이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뒤샹이 처음 R.Mutt라고 서명한 소변기를 출품했을 때도 당시 사람들은 경악스러운 반응을 했지만, 지금은 그 소변기를 모셔오기 위해서는 갖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그때와 마찬가지로 요즘 전시를 분명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이런 전시를 돈 주고 보러 와야 해?’라고 묻는 사람들에게 이 전시는 제목으로 대답한다. 그러니까 “안봐도 사는데 지장없는 전시”라니깐요.Vision안봐도 지장 없겠지만 분명 사람들에게 제시하는 무언가 특별한 그들만의 생각을 나는 느끼고싶어졌다. Vision이라고 이름 붙은 저 작품처럼, 어디서나 볼 수 있는 2구 콘센트에 당당하게 꽂혀있는 충전기를 보라. 이들은 전시장에 있는 저 콘센트를 전혀 부끄럽게 느끼지 않는다. 생활 속의 예술이란 뭐 거창한 게 아니라 이런 편안함 아닐까, 이전에 에바 알머슨의 전시를 보고 왔을 때도 그런 편안함이 들었다. 머릿속에 나타나는 강렬한 이미지와 영감이 아니더라도 그때와 같은 편안함만 느끼고 올 수 있더라도 정말 좋을 것 같았다.
그리고 이런 편안함을 위해 요즘 전시는 전시/관람의 형태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에세이 형식의 친근한 설명문’을 통해 전시와 관람의 벽을 부수고, 관람객의 실질적인 이해와 공감을 불러일으키고자 한다. 사실 전시장 문 앞에 있는 안내문 혹은 설명문을 가져와도 보지 않았던 기억이 너무 많아 이런 설명문이 더없이 반가웠다!
더하여 전시를 관람한 관객들의 실시간 관람평까지 전시되어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고 또다른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준다. 저 포스트잇을 보자마자 저곳에 꼭 내 댓글을 남기고 온다는 목표가 생겼다.
#3 Florence
이번 전시에서 가장 눈여겨 볼 점은 컨텐츠들의 등장이다. 컨텐츠의 정의는 지금은 많이 다양해졌지만, 원래는 간단히 컴퓨터와 인터넷으로 전송되는 정보 혹은 내용물을 뜻했다. 하지만 요즘이 어떤 시대인가, 바야흐로 컨텐츠의 시대가 도래했다.
어떤 양식으로든 의미를 담아 존재하는 수많은 컨텐츠들은 그자체로 예술이 되었다.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존재해 온 예술과 별 다를 것 없어 보이긴 한다. 확대해보면 물감을 겹겹이 쌓은 그림들처럼 이 컨텐츠들도 코드를 수도 없이 쌓아놓은 양식이다. 우리는 캔버스가 아닌 픽셀 화면으로 이 코드를 보고, 감동을 받는다.
‘플로렌스’라는 게임도 한 여성의 인생을 게임으로 표현한 컨텐츠이다. 나도 이 게임을 우연히 해 볼 기회가 있었는데, 지금 이런 전시에서 다시 보니 너무 반가웠다.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으며 스마트폰 터치를 할 수 있는 누구나 완결을 낼 수 있다. 사실 게임이라기 보다는 작은 단편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스포일러를 조금만 해보자면 주인공 플로레스의 첫사랑과 낭만, 슬픔, 꿈, 인생을 다룬다. 눈물이 찔끔 날 수도 있다. 아마 전시장에서 태블릿을 붙잡고 심각하게 게임을 하는 사람들을 여럿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4 안보나 보나 사는데 지장이 있을리가
에이미프렌드(Amy Friend)_I dream of that day어느 전시회나 박물관이나 우리 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는 없다. 우리같은 일반인들, 심지어 문화예술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에게 조차도 어떤 큰 의미가 다가오기는 정말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안보나 보나 우리의 생활을 이어나가는 데에는 그어떤 지장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생각을 한번쯤 구경하고, 플로렌스를 직접 플레이해보고 난 다음날 버스를 타고 출근하다가, 혹은 등교하다가 뭐 어떤 일을 하다가 문득 그 전시가 떠오를 것이다. 그리고 그 때 봤던 작품 하나라도 떠오른다면 당신의 마음 속에 따뜻함 하나가 피어오를 것이라고 확신한다.
안봐도사는데 지장없는전시- Unnecessary Exhibition In Life -일자 : 2019.04.03 ~ 2019.09.15시간10:00 ~ 18:00(1시간 전 입장마감)*월요일 휴관장소서울미술관 본관 M1 1층티켓가격성인 11,000원학생(초/중/고) 7,000원어린이(36개월이상) 5,000원티켓 구입 당월 한 달간 무제한 입장주최/주관서울미술관관람연령전체관람가[손민현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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