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절실했던 비극 [공연]

행복을 원했던 비극인 함익은 결국 햄릿이었을 뿐이다.
글 입력 2019.04.19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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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익_2019.jpg

 
줄리엣이 되고싶은 햄릿
'함익'


프리뷰를 작성하면서 기억해 두었던 위 문구는 이 공연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기 적격이었다는 것을 공연을 보고 난 후에 체감이 되었다.

줄리엣이 되고 싶었지만, 햄릿과 같이 끝난 함익, 그 극의 연출과 배우, 전개 모든 것이 완벽했기에 공연이 끝난 후 한참 사람들이 박수를 치게 하였다.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난 지금도 기억할 정도로 인상적이었던 연극이었고 리뷰를 쓰고 있는 지금 회상이 되고 있다.



궁금했던 익의 존재


처음 프리뷰를 쓸 때 익의 존재가 가장 궁금했다. 그리고 공연을 관람할 때 익은 함익의 누르고 있는 마음이자 또 다른 자아인 것을 알게 되었다. 함익은 많은 것에 압박을 받고 그 때문에 진짜 마음을 드러내지 못한다. 또한, 그 마음이 드러나지 않게 항상 차갑게, 무표정하게 행동한다.


[세종] 서울시극단_함익_1.jpg
 


그렇기에 또 다른 자아인 익을 만들어 역할극을 하듯이 자신의 마음을 들어낸다. 익은 여기서 함익의 마음을 꺼내고 전개해 생각을 표현하는 역할을 한다. 함익은 익에게 만큼 솔직하다. 그래서 익은 유일한 함익의 친구이다. 동시에 자신이지만 말이다.

이러한 익의 역할은 극의 내용을 인식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대외적으로 마음을 들어내지 않는 함익이 알고 보니 '그런 생각을 했다더라'던가 '사실은 기뻤거나 화났거나 슬펐거나 했다더라'같은 것이 말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결정적인 존재인 익은 엔딩까지 그 역할을 이어간다.



함익을 누르는 압박


함익은 부를 가졌지만, 인간관계에선 매우 가난했다. 새엄마와 아버지 그리고 새엄마의 아들,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는 남편, 인간관계에서 가진 게 없었다. 그랬기에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을 상대가 없었으며 더욱 스스로 압박되어, 스스로를 드러내지 않았다. 이러한 그녀에겐 자신의 분신인 익만이 유일한 친구였다.


MSY_7525.jpg
 

극 중에 함익이 연우를 좋아하는 감정으로 생기는 실수로 인해 학생들이 연기하더 햄릿이 압박을 비판하는 연극으로 바뀌게 된다. 햄릿 그 자체인 함익은 학생들이 반발하자 소리치며 실언를 하였고 결국 연극 당일에는 위 사진과 같이 학생들이 가면을 쓰고 갑질을 비판하는 연극을 한다.

이러한 연극은 보는 함익으로 하여금 더욱 절망감을 안겨주었고 그와 함께 연우와의 관계도 끝을 맺게 했다. 사실 갑작스러운 학생들의 힙한 연기 때문에 당황했었지만, 개그요소이자 함익의 압박을 비판하여 돌아서는 것을 연출 한 것이기에 금방 집중해서 봤던 것 같다.

그만큼 압박은 함익을 불안하게 만들었고 또 다른 압박을 낳아 학생들의 일어서게 했다. 그리고 그것을 본 함익의 이야기는 더욱 비극으로 다가갔다.



줄리엣..?


마지막에 함익과 익이 손을 잡고 연우에게 다가서는 장면으로 끝난다. 이때 정말 가슴속으로 소름이 돋았고 엔딩을 이렇게 맺는다는 것이 놀라웠다. 프리뷰를 쓸 당시 저게 뭔 장면이지? 라고 생각했는데 엔딩이었을 줄 꿈에도 몰랐다.

더불어 내용이 전반적으로 비극으로 달려가고 있기에 더욱 끝을 예상하지 못했다. 그렇기에 함익이 비극에 극에 닿고 나서 자신이 줄리엣이 되고 싶었다는 걸 나타내는 엔딩 연출이 더욱 이 공연을 잊지 않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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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배우들의 섬세한 움직임이 엔딩의 구성을 더욱 알차게 해주었다. 엔딩에 함익과 익이 손을 잡고 연우에게 가는데 양쪽 사이드에 그동안 등장했던 모든 인물이 길가의 신호등처럼 서있었다. 그리고 음악에 맞춰 함익과 익의 움직임에 맞춰 움직이고 눕고 굴러 퇴장한다.

연우 또한 마찬가지로 말이다. 이때 무대에는 배우들과 피어오르는 연기밖에 없었는데 배우들의 이런 몸짓 덕분에 공연장이 꽉 차 보였다.

*

이렇게 배우들이 퇴장하고 함익과 익은 연기 속으로 사라진다. 의미심장한 퇴장이었다. 현실은 비극일 뿐인 함익인데 줄리엣을 희망했던 것을 나타내는 거였지만 결국 모두가 퇴장해버리고 멀리 가버리는게 희망은 환상이었을 뿐이었다는 걸 나타내 주는 것만 같았다. 이러한 연출이 있었기에 보는 사람이 함익을 더욱 안쓰럽게 느껴지고 비극적이게 느껴지게 하는 것 같다.

'함익'. 같이 보러 간 지인도 여운이 깊게 남았다며 아직도 이야기를 한다. 이렇게나 계속 얘기할 정도로 좋은 연극을 보게 돼서 정말 즐거웠고 눈이 높아지는 기분이라 좋았지만 다른 연극들을 어떻게 봐야하지 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만큼 나에게 특별했던 시간을 줬던 연극이었고 이야기였다.





함익
- 서울시극단 정기공연 -


일자 : 2019.04.12 ~ 04.28

시간
평일 오후 8시
토 오후 3시, 오후 7시
일 오후 3시
(월 공연없음)

장소 :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티켓가격
R석 50,000원
S석 30,000원
A석 20,000원

주최
(재)세종문화회관

주관
서울시극단

관람연령
만 13세이상

공연시간
100분



 

[심호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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