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무엇이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인가 3 [영화]

글 입력 2019.04.19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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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Opinion] 무엇이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인가 [영화]’ 1, 2편에서 영화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을 보고 오피니언을 작성하게 된 계기, 아일랜드인의 독립투쟁과 그들의 분열에 대해 다루었다. 이제 마지막 3편으로 그들의 내전, 그리고 무엇이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인가에 대한 대답을 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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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전; 무엇이 달라졌는가?



이 자유국 선언 이후로 아일랜드의 내전을 그린 영화를 보는 내내 나는 한국의 역사를 떠올리며 안타까움을 느꼈다. 자유국 찬성파였던 테디는 결국 장교가 되어 자신의 동료였던, 네드, 데미안을 감시한다. 조약 반대파는 자유국 정부군을 습격하고 그들의 무기를 훔치는데 이에 대한 대가를 치르기 위해 테디를 포함한 정부군들이 샅샅이 조약 반대파의 근거지를 파헤치고 그들의 가족을 찾아서 수색한다.


이 모습은 영국군이 주인공들의 집에 찾아가 수색하고 폭력을 가하며 테디와 데미안 등 IRA 단원들을 잡아간 모습과 비슷하다. 테디는 독립운동 중에 피신해있던 이웃들의 집을 자유국 정부군 장교로서 찾아가 냉정히 그들의 삶을 망가뜨려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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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신해 있을 공간을 제공해줬던 이웃들과 할머니는 너네와 영국군이 다른 게 무엇이냐며 그들을 비난한다. 감독은 이런 수색 과정과 민간인을 제어하려는 모습을 영국군과 자유국 정부군을 비슷하게 연출하면서 우리가 외국의 힘을 물리쳤지만 결국 우리끼리 갈등을 겪으며 죄 없는 민간인들도 계속해서 아파함을 보여주고 있다. 상황으로만 보면 영국이 아일랜드에서 발을 조금 빼고 자치령으로서 관리하기 때문에, 차도가 있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그들에게는 동족상잔의 비극의 역사가 시작된 모순적인 순간이다. 결과적으로 민간인들 입장에서도 달라진 것이 없고, IRA 단원들도 싸움의 대상만 바꿔서 계속해서 싸워나가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되었다. 같은 편이었던 사람들과 싸우는 것이기 때문에 더 정신적인 고통과 스트레스가 컸을 것이다.


결국 테디는 데미안을 감옥에 가두고 자유국 정부의 군대에서 훔친 무기가 어디 있는지 말을 하지 않으면 죽일 것이라 이야기한다. 여기서도 영국군들과 있었을 때와 유사하게 장면들이 이어진다. 독립운동을 하며 함께 갇혀있을 때, 테디는 손톱을 뽑히는 고문을 당하면서도 그들의 기밀을 말하지 않았다. 이처럼 데미안도 살인 협박을 해도 그들의 기밀을 말하지 않는다. 고문을 받는 공간도 같은 공간이었고 자유국 정부군이 조약 반대파를 가둔 공간도 영국군이 IRA를 가둔 공간이었다.


그렇기에 운명의 장난이라 느껴지고 전에도 말했던 ‘결국 무엇을 위해 끝까지 싸우는 것인가?’에 대해 돌아보며 깊은 회의감을 들었다. 데미안은 결국 테디의 총에 의해 죽는다. 데미안은 사형이 내려지기 전날 밤, 자신이 사랑하는 시네이드에게 마지막 편지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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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이 전쟁에 말려들지 않으려 했지만 말려들었어. 지금은 벗어나고 싶어도 그러질 못해. 우린 우리 자신에게마저도 참 이상한 존재야. 언젠가 너가 자식들에겐 자유를 맛보게 하고 싶다고 했지. 그날이 오기를 계속해서 기도했지만 그 날이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오래걸릴 것 같아 걱정이야. 사랑해..’



이 편지에는 데미안의 솔직한 마음이 모두 담겨 있었다. 전쟁에 말려들지 않으려 했지만 결국 자신의 꿈을 포기하고 독립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과거. 그리고 이 싸움의 본질을 잃어버린 것 같은 자신의 현재. 사랑하는 친형이 자신에게 총을 겨눌 미래. 자신이 이토록 열심히 싸웠지만, 자유를 맛 볼 수 있는 날이 올지에 대해서 막막한 마음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날이 올 것임을 기대하고 끝까지 독립운동을 위해 목숨을 바친다. 이는 데미안의 개인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독립운동을 했던 그들의 열정이 담긴 이야기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전 세계를 통틀어 억압의 역사를 지닌 사람들과, 무엇을 위해 투쟁하고 갈등하는 사람들의 마음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무엇이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인가



이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의 감독은 영국인 켄 로치이다. 아일랜드에 대한 영화를 영국인이 만들고 감독한다는 것은 굉장히 모험적인 일이다. 지배국 입장에서 그들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객관적으로 사건과 배경을 그려야 한다. 하지만 영국의 부당한 침략과 지배를 보여주면서 아일랜드 독립운동의 위대함을 강조하는 것은 영국인 입장에서 위험한 선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계급과 아일랜드 관련한 영화를 많이 만들었다고 한다. 그러한 면에서 켄 로치 감독은 영화를 잘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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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투쟁운동과 이를 억압하는 모습과 그들이 분열하는 장면을 그렸음에도 불구하고 잔인한 장면은 최대한 배제하며, 관객이 느끼기에 보리밭을 흔든 바람은 누구였는지 고민하게 만든다. 평화로웠던 보리밭을 흔든 것이 단순하게 영국이라고 단정 지어 그들의 지배에 대한 불합리성과 폭력성을 보여주고자 했다면 영국인에서 비난을 받았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하지만 아일랜드인 사이에서의 갈등과 분열이 영화의 절반을 차지하면서 보리밭을 흔든 바람은 그들 사이에서 일어난 갈등이라고 독자들이 생각하게끔 만들었다. 따라서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이 누구인지는 독자의 선택에 맡기면서, 동시에 우리가 현재에도 일어나고 있는 전쟁과 갈등의 의미를 돌아보게 한다.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형제가 형제를 죽일 만큼의 갈등이 과연 무엇때문에 일어난 것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켄 로치 감독에게 역사는 언제나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를 일깨워주는 중요한 테마라고 한다. 그렇기에 위험할 수도 있는 선택을 하면서 역사를 담은 영화를 만든 것이다. 이 영화를 통해 ‘우리가 싸우는 이유가 무엇일까? 갈등의 본질을 잃어버리고 갈등만을 겪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수 있었다. 항상 인물의 감정변화나 인물관계에만 집중해 영화를 봤었는데 이제 영화 속 역사적 사건에 집중해 영화를 보게 되었고 영화가 사회에게 던지는 의미를 찾는 시도를 하게 되었다.


이번 영화에서도 우리에게 주는 물음과 메시지가 무엇일까에 대해 나 스스로 답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역사적 사건 속, 일반인들이 어떻게 이런 사건을 받아들였는지, 변화했는지 그리고 적극적인 운동을 이어나가면서 그들이 과연 무엇을 위해 싸우는가에 대해서 깊게 분석해보게 되었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는 아일랜드 식민지 시절과 이후 내전까지 아일랜드의 중요한 역사를 다루어 아일랜드인들에게도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고 비슷한 역사를 지닌 스페인이나 한국인들에게도 큰 물음을 던지고 있다.



[이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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