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참신하게 재탄생한 햄릿, 연극 함익을 만나다.

글 입력 2019.04.18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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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익_2019.jpg
 
  

    

1. <함익> 인물소개



함익은 대기업 총수의 딸로 영국에서 셰익스피어의 비극을 전공하고 돌아온 인물이다. 어둠이 쫙 깔린 그녀의 표정엔 새엄마가 자신의 엄마를 죽이고 아버지와 결혼을 했다는 믿음이 깃들여있다. 가족들에게 인정받지 못하고 복수심과 패배감에 절어서 감정을 억누르며 살아가고 있는 여성, 그녀가 바로 함익이다.


안타깝게도 속마음은 복수심으로 불타오르지만 단호하고 주관적으로 판단하거나 행동하지는 못하는 수동적인 인물이다. 개인적으로 그 억눌린 답답함을 배우 최나라씨가 정말 잘 연기한다고 느꼈다.



[세종] 서울시극단_함익_1.jpg

 


그리고 그녀의 속마음을 대변하는 익이라는 인물도 등장한다. 이 둘은 거울을 매개로 마주하는데 함익은 현실의 억눌린 감정에 익숙해서 미처 알지 못한 자신의 진실을 익을 통해 깨닫게 된다. 그 만남을 무대 위에서 서로간의 격렬한 퍼포먼스로 굉장히 독특하게 표현해냈다.

 

그리고 또 다른 인물, 연우가 있다. 연우는 함익이 지도하는 극단의 학생으로 연극 속 주인공 햄릿을 연기한다. 솔직하고 감수성이 풍부한 청년으로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고집하는 순수한 학생역할이다. 함익은 솔직하고 꾸밈없는 연우에게 끌리면서도 겁을 낸다.


연우의 관심을 끌고 싶으면서도 자신의 의견에 동조하지 않는 연우에게 화를 내는 찌질한 인물이기도 했다.



 

2. 독특한 연출구성과 연극 <함익>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들


 

각 씬 마다 이야기하고자 하는 부분은 분명하게 들어왔다. 햄릿에 대해 학생들이 다양한 의견을 교류하는 장면도 좋았다. 연극 안에서 또 다른 연극을 다양한 각도로 해석하면서도 연극 전체와 연관이 되는 디테일한 설정을 두다니 재밌고 참신한 부분이었다.

 

이 연극은 말하고 싶은 바가 굉장히 많았다. 우선 햄릿 자체를 여러 각도로 보여주려고 많은 이야기를 담았다. 그리고 모든 걸 갖췄지만 불행한 햄릿의 삶과 같은 함익의 삶을 통해 패배, 무력감, 복수심, 사랑, 질투, 연민 등의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고자 했다.


햄릿으로 태어나 줄리엣으로 살기를 바라는 이라는 설정에 딱 맞는 감정연기를 펼쳤다. 다양한 내면의 갈등을 분신과의 갈등으로 좀 더 이해하기 쉽게 표현해냈다. 거기에 주변 사람들의 욕망과 사회의 부조리한 모습까지도 주제 의식으로 담아냈다.

 

이와 같이 많은 주제의식을 담아 낼 수 있었던 것은 서울시극단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과 탄탄한 연출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대체적으로 어두운 분위기였으나 웃음을 주는 장면도 빼놓지 않았다.



     

3. 아쉬운 점 그래도 추천


 

개인적으로 아쉽다고 느껴졌던 부분은 햄릿의 무대를 꾸미던 학생들이 정말 쌩뚱맞은 무대를 연출한데 있었다. 함익은 자신은 인지하지 못했겠지만 자신이 부정하고 싶었던 아버지의 모습과 비슷하게 학생들에게 자신의 생각만을 강요하는 인물이었다. 이에 대한 학생들의 반발은 진지한 햄릿 무대가 아니라 사회를 비판하는 목소리였다.


그런데 이 전까지 너무 진지한 햄릿을 보다가 갑자기 확 바뀐 분위기와 맥락이 다소 어색하게 다가왔다. 그리고 그 뒤 그래서 갑작스럽게 결론으로 가는 전개는 쉽게 공감이 되지는 않았다. 햄릿과 같은 최악의 막장도 아니고, 제대로 복수를 하는 것도 아닌 다소 아쉬운 결말이란 생각이 들었다. 100분 동안 너무 많은 내용을 담으려 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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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함익과 익이 손을 잡고 슬로우 모션으로 무대 뒤로 빨려 들어가는 결말의 클라이맥스 장면 자체는 그 자체로 너무나 참신하고 매력적이었다. 함익은 21세기, 현재 감정적으로 억눌려 살지만 사랑받고 싶어 하는 모두를 대변한다. 실제로 이런 삶이 얼마나 많을까 라는 생각이 스친다. 기회가 되면 4월이 가기 전에 한 번 보는 것을 추천한다.



[최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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