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을 깨달았을 중학교 2학년 무렵, 흔히 그것을 쉬운 말로 '사춘기'라고 하더라. 충분히 사랑받고 자랐을 가정환경인데도 이상하게 갑자기 모든 게 원망스러워지고, 무릎보다 아래로 내려온 교복 치마가 부끄러워 몇 번을 접어 무릎 위로 올라다니던 그때였다. 친구들보다 동생과 더 많이 놀던 나였지만, 여느 순간 친구들과 같이 있는 순간도 모자라서 손편지를 하루에 두세 번씩 주고받아 비밀 이야기를 하던 그런 나이였다.
엄마가 사준 영어단어 외우는 기계 '워드홀릭'에 이어폰을 꽂고, 그 줄을 타고 내 귀에 꽂히는 'Because of you'를 처음 들었던 그때의 충격이란. 머릿속에서 음악이 울리는 것 같은 그 느낌에 굉장히 놀라고, 또 감동적이어서 나는 몇 번이고 이어폰을 뗐다 꽂았다, 나에게만 들리는 게 맞는지 수도 없이 확인했다. 언니가 공부밖에 모르던 나를 위해 받아준 그 영어 노래를 몇백 번은 들으면서, 밤에 잠을 자면서도 수십 시간을 함께했을 그 노래.
아무도 원망하지 않는데, 어쩐지 켈리 클락슨의 because of you를 듣다 보면 괜히 누군가 때문에 비참해지는 기분이었고, 세상을 긍정적으로 살면 안 될 것 같았다. 우리들의 편지에는 각자의 우울함이 담겨있었고, 누가 더 우울한 사람인지 내기하려는 듯이 각자의 비밀스럽고, 더욱더 비밀스러운 이야기가 담겼다.


고등학교 3학년이 되어갈 때는 곽진언 씨의 노래를 가장 많이 들었다. '지친 하루'라는 노래를 들으면서 수험생 생활에 아주 큰 위로를 받았다. 그 뒤로 대학에 가서도, 술을 거하게 마시고 다음 날 엄청난 현타가 올 때쯤엔 그의 노래를 들었다.
후회, 자랑, 그는 자기만의 이야기를 음악에 담아내는 사람이라서 그의 노래를 들을 때마다 일반적인 노래와는 다른 자극을 받았다. 그랬더니 어느 순간 그 사람이 내 이상형이 되어있었다. 곽진언과 닮은 사람을 보면 나도 모르게 잘생겼다, 고 생각하게 될 정도였다고 할까.

<음악이 흐르는 동안, 당신은 음악이다> 이 책은 당신이 왜 음악에 빠지게 되었는지를 설명하는 책이다. 어머니의 뱃속에 들어있을 때부터 시작해서, 유년기, 청소년기를 지나 어른이 되었을 때까지 시간 순서에 따라 우리가 왜 음악을 좋아하고, 음악이 우리를 어떻게 바꾸는지를 논리적으로 설명한다.

물론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청소년과 관련된 음악 부분이었다. 청소년들이 음악을 부정적인 감정을 승화시키거나,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사회와의 정체성에 동화되기 위해 사용한다는 등 여러 가지 의견을 제시하는데, 아주 흥미롭게 읽었다.
자신의 정체성이 곧 사회의 정체성과 무리의 정체성과 비슷해진다는 것을 정말 당연하다. 그 시대에 유행하는 음악에 빠진 경우라면, 그 음악을 떠올렸을 때 무의식을 공유하는 집단이란 게 생겨난다. 자신의 인생을 돌아봤을 때, 그 음악을 들었던 시기라면, 다른 사람들도 아마 유사할 것이다. 비슷한 음악을 듣는 사람들끼리 조금 더 쉽게 친해지기도 하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