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이 노래만 들으면 열아홉살의 나로 돌아가곤 해 [도서]

<음악이 흐르는 동안, 당신은 음악이다> 도서 리뷰
글 입력 2019.04.15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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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을 깨달았을 중학교 2학년 무렵, 흔히 그것을 쉬운 말로 '사춘기'라고 하더라. 충분히 사랑받고 자랐을 가정환경인데도 이상하게 갑자기 모든 게 원망스러워지고, 무릎보다 아래로 내려온 교복 치마가 부끄러워 몇 번을 접어 무릎 위로 올라다니던 그때였다. 친구들보다 동생과 더 많이 놀던 나였지만, 여느 순간 친구들과 같이 있는 순간도 모자라서 손편지를 하루에 두세 번씩 주고받아 비밀 이야기를 하던 그런 나이였다.


엄마가 사준 영어단어 외우는 기계 '워드홀릭'에 이어폰을 꽂고, 그 줄을 타고 내 귀에 꽂히는 'Because of you'를 처음 들었던 그때의 충격이란. 머릿속에서 음악이 울리는 것 같은 그 느낌에 굉장히 놀라고, 또 감동적이어서 나는 몇 번이고 이어폰을 뗐다 꽂았다, 나에게만 들리는 게 맞는지 수도 없이 확인했다. 언니가 공부밖에 모르던 나를 위해 받아준 그 영어 노래를 몇백 번은 들으면서, 밤에 잠을 자면서도 수십 시간을 함께했을 그 노래.


아무도 원망하지 않는데, 어쩐지 켈리 클락슨의 because of you를 듣다 보면 괜히 누군가 때문에 비참해지는 기분이었고, 세상을 긍정적으로 살면 안 될 것 같았다. 우리들의 편지에는 각자의 우울함이 담겨있었고, 누가 더 우울한 사람인지 내기하려는 듯이 각자의 비밀스럽고, 더욱더 비밀스러운 이야기가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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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친구가 그랬다. 자기는 힘이 들 때 이 노래를 듣는다며, 김동률의 출발이라는 노래를 추천해주었다. 왼손잡이이기도 하고, 오른손잡이이기도 했던 그 친구는 글씨를 아주 신기한 방식으로 썼다.

여중을 나온 사람이라면 한 번쯤 해봤을지도 모르는 글씨쓰기 방식인데, 글자를 끝나는 곳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다'라는 글자가 있으면 ㄷ이 끝나는 곳에서부터 위로 쓰고, 'ㅏ' 도 마찬가지의 방식으로 한다. 그렇게 글자가 거꾸로 완성된다. 그렇게 쓰는 글자는 읽을 때도 티가 나서 굉장히 매력적으로 보였다.

아주 다정다감한 노래인, 김동률 씨의 출발은 노래방에서 부르기에 적절하지 않아 보이지만, 나는 혼자 노래방을 갈 때면 요즘도 김동률의 출발을 부른다. 가끔은 가슴 벅차 눈물을 흘리면서, 가끔은 기분 좋게 마무리를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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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3학년이 되어갈 때는 곽진언 씨의 노래를 가장 많이 들었다. '지친 하루'라는 노래를 들으면서 수험생 생활에 아주 큰 위로를 받았다. 그 뒤로 대학에 가서도, 술을 거하게 마시고 다음 날 엄청난 현타가 올 때쯤엔 그의 노래를 들었다.


후회, 자랑, 그는 자기만의 이야기를 음악에 담아내는 사람이라서 그의 노래를 들을 때마다 일반적인 노래와는 다른 자극을 받았다. 그랬더니 어느 순간 그 사람이 내 이상형이 되어있었다. 곽진언과 닮은 사람을 보면 나도 모르게 잘생겼다, 고 생각하게 될 정도였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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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흐르는 동안, 당신은 음악이다> 이 책은 당신이 왜 음악에 빠지게 되었는지를 설명하는 책이다.  어머니의 뱃속에 들어있을 때부터 시작해서, 유년기, 청소년기를 지나 어른이 되었을 때까지 시간 순서에 따라 우리가 왜 음악을 좋아하고, 음악이 우리를 어떻게 바꾸는지를 논리적으로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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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청소년과 관련된 음악 부분이었다. 청소년들이 음악을 부정적인 감정을 승화시키거나,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사회와의 정체성에 동화되기 위해 사용한다는 등 여러 가지 의견을 제시하는데, 아주 흥미롭게 읽었다.


자신의 정체성이 곧 사회의 정체성과 무리의 정체성과 비슷해진다는 것을 정말 당연하다. 그 시대에 유행하는 음악에 빠진 경우라면, 그 음악을 떠올렸을 때 무의식을 공유하는 집단이란 게 생겨난다. 자신의 인생을 돌아봤을 때, 그 음악을 들었던 시기라면, 다른 사람들도 아마 유사할 것이다. 비슷한 음악을 듣는 사람들끼리 조금 더 쉽게 친해지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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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청소년기에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이라면, 자신이 왜 그렇게 느꼈는지 해석할 수 있을 것이고, 당시의 불안하고 좌절스럽고 답답했던 감정이 승화되었던 이유를 제대로 알게 될 것이다.

또, 한때 그랬던 경험을 떠올리며 다시 그 그립고도 두려운 시절로 돌아가는 경험도 함께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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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도 음악만이 당신에게 위로를 주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아마 저자가 음악 대신 문학을 사랑했다면 <문학을 읽는 순간, 당신은 문학이다>같은 글을 쓰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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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도, 길거리든 카페에서든 갑자기 귀에 익숙한 노래가 들려오면 옆에 누가있든 상관없이 갑자기 그리운 기억들이 닥쳐올 때가 있다. 그러다보면 알 수 있다. 나는 그 시절을 마냥 벗어나버리고만 싶었던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적어도 그때는 그랬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그 시절이 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는 사실을. '나'라는 사람은 그 시절을 겪은 '나'라는 사실. 그래서 더욱 더 삶에 애착을 갖게 된다는 것.

당신에게는 19살, 15살, 또는 스무살, 어떤 그리운 시절이라던가, 절대 돌아가고 싶지 않을 시절을 떠오르게 하는 음악이 있는가.



 

음악이 흐르는 동안,
당신은 음악이다
- 음악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


지은이 : 빅토리아 윌리엄슨

옮긴이 : 노승림

출판사 : 바다출판사

분야
예술/대중문화 > 음악 > 음악이야기

규격
138*213mm

쪽 수 : 336쪽

발행일
2019년 2월 28일

정가 : 17,800원

ISBN
979-11-89932-00-8 (036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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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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