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매일매일, 와비사비 WABI-SABI

"채우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글 입력 2019.04.15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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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비사비란



일본인들의 삶 속 깊숙이 자리 한 "와비사비"의 개념은 사실 정확히 정의하기 어렵다. "와비사비"의 정신을 완전히 이해하고 있는 일본인이라도 그것을 설명해달라고 한다면, 아마 고개를 갸웃하거나 쉽게 설명하지 못할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것은 물체나 물건이 아니다. 삶의 방식이자 마음의 자세이다.



와비 ; 단순함의 미학, 검소한 공간과 고요한 정취

사비 ; 오래됨의 미학, 느린 시간과 받아들이는 여유


와비사비 ; 부족함에서 만족을 느끼는, 겉치레보다 본질에 집중하는, 서두르기보다 유유자적 느긋한


 

16세기 후반, 당시 차의 아버지라고 불리던 일본의 센리큐는 차를 마시는 공간 즉, 다실의 불필요한 모든 것을 걷어내고 자연과 도구, 시간만 남겨두는 근본적 변화를 만들어낸다. 그것은 사치스럽고 과시의 수단이던 지금까지의 다도 문화에 완전히 대조되는 행위였다. 사람들은 그것을 옳다고 받아들였고, 오늘날 일본 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센리큐는 차 마시는 의식을 시작할 때 모든 차 도구들을 꺼냈다가, 마시고 난 뒤에는 모두 넣어두는 관습도 만들었다. 그래서 늘 다실은 청결하고 단순했으며, 손님들은 차를 만드는 행위에 집중할 수 있었다. 신중하게 골라서 둔 그 계절 꽃의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오롯이 감상할 수 있었고, 방에 붙은 서예 문구를 음미할 수 있었다. 이 모든 것은 경험, 특히 바로 그 순간을 공유하기 위한 것이었다.


센리큐는 단번에 차 문화를 부가 아닌 단순함을 숭배하는 문화로 바꾸어놓았다.


 

이처럼 불필요한 것을 걷어내고 오로지 그 순간에 감사할 수 있는 것, 지금의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마음의 상태가 바로 "와비사비"이다. 이 또한 "와비사비"의 정의에 100% 접근했다고 볼 수 없다. 말로는 쉽게 표현할 수 없는 마음가짐의 자세가 와비사비라는 단어 하나하나를 이룬다.




불완전함을 인정하다



불완전함을 인정한다는 말 자체에 무게감이 느껴진다. 자신의 불완전함을 인정할 수 있는 용기와 그럼에도 나를 사랑해줄 수 있는 여유가 담긴 이 문장은 내가 요즘 가장 관심있는 삶의 자세이다. 더불어 와비사비의 방식이다. 자신의 불완전함을 인정하는 것... 나는 그동안 너무 완벽한 삶을 꿈꾸며 짧은 팔과 다리로 아둥바둥거렸다.


한동안 내 자신을 정의하려고 애쓰던 때가 있었다. 어딘가 내 자신이 낯설게 느껴져서. 우연히 본 사진 속 내 모습이 다른 사람 같아서. 내가 생각하고 꿈꾸던 것들이 허무하게 느껴져서. 그래서 나라는 사람이 도대체 어떤 사람인지가 궁금해서. 스스로를 계속해서 파고들었다. 흥미를 잃은 것인지 정답을 잃은 것인지 결국 해답을 찾지는 못했지만, 지금도 나는 내 모습을 보면 낯설 때가 있다. 내가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한 나지만, 어쩔 때는 남보다 더 모를 때가 있다. 사실 남이 바라보는 내 모습을 진정한 나라고 단정지을 수도 없다. 그래서 나는 도대체 무엇인가? 계속해서 해답을 찾고 싶었는데.


결론적으로 살펴보면, 나는 나를 정의할 수 없었다. 나는 그냥 나였다. 조금은 허무할지도 모르지만, 그냥 생각 많고 멍청하고 걱정 많고 정도 많고 길도 잘 못 찾고 잠도 많은 그런 나. 결코 대단할 것 없는 그냥 그런 사람. 여자. 누구와도 다르지 않고, 그리고 틀리지도 않은 그런 사람. 이런 충동적인 면과 오래된 생각들, 나의 가치관. 나를 이루고 있는 모든 것들이 결국 나였다.


나는 왜 그토록 나를 정의하고 싶었을까? 어쩌면 나라는 사람을 압축하듯이 눈에 띄게 정리해놓을 수 있다면, 그것이 더 쉬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열쇠가 될 거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나를 알아야 앞으로의 삶이 평탄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을 거라고 믿었는지도 모른다. 조금은 건방졌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복잡한 세상 속에서 이렇게 복잡한 나를 정의하려고 했다니. 아니면 단지 낯설게 느껴지는 내 자신이 싫었을지도.


그런 건 애초에 불가능한 거였다. 불가능할 뿐더러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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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온오프라는 아티스트의 정말 좋은 노래들 사이에서도 "Good2me"라는 노래가 있다. 그 곡에서 펀치넬로라는 랩퍼가 쓴 가사가 기억에 남는다.


"넌 완벽과는 가깝지 않아서

흥미와 사랑을 갖게 해."


그때 그 노래를 들으며 얼마나 상대를 사랑하기에 완벽하지 못한 모습에서 흥미로움과 사랑을 느끼는지 내심 감탄했는데, 그것은 상대 없는 나 자신과의 사랑에서도 적용되는 가사였다. 나의 불완전함을 개성이라고 부를 수 있고, 완벽하지 않음을 독창적이라고 바라볼 수 있었다.


사실 완벽하기도 어렵지만 완벽하지 않으려는 것 또한 어렵다. 저자는 그것을 표현하기 위해 "미니멀리즘"을 이야기한다. 미니멀리즘은 계속해서 각광받고 있는 라이프스타일의 하나이다. 많고 많은 물건들과 집착에서 벗어나 오직 필요한 것으로만 나를 채우고, 그 속에서 힐링을 얻고 여유를 얻는다. 그런데 미니멀리즘 또한 하나의 완벽함이 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스스로의 생각과 행동이 미니멀리즘이라는 기준에 갇히기 때문에 완벽함이라는 기준은 곧 자책을 동반하게 된다. 그리고는 이렇게 표현한다. "황량한 미니멀리즘은 또 다른 완벽주의다."


완벽함을 자책의 원인으로 표현하는 방식이 흥미롭다. 맞다. 사실 생각해보면 내가 내 자신을 미워하고 실망하게 되는 모든 사건에는 내가 입력한 기대치가 존재했다. 나는 언제나 그 수치를 완벽함으로 두었고, 완벽에 가까운 것을 성취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했다. 완벽하다는 생각이 들어도 다음 날 살펴본 나의 모습에는 허점이 보였다. 나는 자주 패배를 맛보았고 그럴 때마다 떠오르는 것은 스스로에 대한 자책의 말이었다. 이 길이 아닌가. 나는 왜 항상 이 모양일까. 스스로에게 확신이 들지 않았다. 그리고 그 확신의 의미는 내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 100을 채울 수 있느냐 없느냐하는 것이었다.


내가 너무 많은 욕심을 쥐고 있지는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완벽에 가까운 무언가를 성취하는 일은 분명 가슴 벅찬 일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스스로를 계속해서 좀먹을 수밖에 없다면. 그리고 그 과정이 더 이상 유쾌하지만은 않다면, 조금은 내려놓아도 괜찮지 않을까? 자책의 요소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배움에는 끝도 완벽도 완성도 없다.

늘 배우는 과정만 있을 뿐이다.


 

그리고 동시에 조금 더 겸손해지는 것이다.

 



수용은 포기나 굴복이 아니다



나의 멍청함을 인정하는 것이 나를 깎아내리는 것이라는 인식이 들 때가 있다. 그렇지만 수용은 포기나 굴복이 아니다.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는 것이다. 책에는 이런 내용이 적혀 있다. "우리 모두는 완벽하게 불완전하다."


완벽한 사람은 없고, 완벽이 삶의 목표가 되어서도 안 된다. 완벽을 인생의 목표로 삼는다면 행복할 수 없다는 것을 얼마 전에 깨달았다. 100을 채우는 것이 목적이라면, 내가 99를 해놨어도 1의 운이 따라주지 않으면 목표를 이루지 못한다. 그렇다고 99의 내가 쓸모없는 짓을 한 걸까? 그렇게 말하기에는 지난 노력의 시간과 끙끙대던 내 자신이 너무 가엽다.


나의 지난 불안과 답을 찾기 어려운 고민들이 있었기에 더 나 다운 내가 될 수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면 지난 시간들 속 헛되이 보낸 시간은 없다. 모든 순간은 내가 된다. 그리고 모든 순간이 나아가는 과정이었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자마자 생각난 건데, 나는 그동안 나의 실루엣 내지는 테두리를 깎기 위해 너무 많은 신경을 쏟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외적인 부분이 아닌 내가 원하는 모양의 내면의 테두리, 그러한 인간상을 위해 불필요한 걱정을 안고 살았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나의 모든 것을 항상 내 통제에 놓고 싶어 했고, 원하는 인간상으로 조각하고 싶어 했다. 좋게 말하면 조각이고 다시 말하자면 내 모습을 스스로 깎아버리고 있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예쁘게 다듬는 그 과정이 오히려 나를 죽이고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스스로의 좋지 못한 부분을 계속해서 부정하고 숨기고 자책했다. 그것이 더 나은 나를 만들 거라고 착각하며 계속해서 스스로를 감시했다.


어쩌면 조금 더 편하게 살아도 괜찮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 모두는 완벽하게 불완전하니까. 그리고 그 불완전한 모습들이 모여 나를 이루고 나라는 사람을 만들어 가는 거니까. 내가 서로 다른 사람들을 각자 다른 이유로 사랑하는 것처럼,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성격과 모습으로 그들의 사랑받을 가치를 증명하는 것 같다. 그리고 그것은 나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테두리를 정해놓은 채 그것에 내 자신을 끼워 맞추기보다, 스스로를 채워가며 만들어지는 자연스러운 테두리를 사랑해주고 싶다. 그리고 그 모습이 진짜 내 모습이었음을 이제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다.


*


도서명: 매일매일, 와비사비
원  제: WABI SABI: Japanese Wisdom for a Perfectly Imperfect Life
지은이: 베스 켐프턴 | 옮긴이: 박여진
분  야: 자기계발, 라이프스타일, 동양철학
면  수: 240쪽

판  형: 140*210

정  가: 13,800원
ISBN: 979-11-5581-210-5 (03190)
발행일: 2019년 3월 20일
펴낸곳: 윌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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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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