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판소리가 궁금한 그대에게 [공연]

판소리 뮤지컬 <적벽>
글 입력 2019.04.08 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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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요즘엔 영화나 뮤지컬, 연극 같은 익숙한 장르를 많이 찾고 판소리와는 점점 멀어져 가는 것 같다. 우리는 흔히 이 느낌을 ‘낯섦’이라고 표현한다. 잘 모르고, 자주 접해보지도 않은 데다, 삼국지라는 고전은 우리를 한 발 더 뒤로 물러서게 한다.


그렇다면 이 낯섦을 익숙함과 적절히 섞어보는 것은 어떨까?





판소리가 지루한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깨부수려는 듯, <적벽>은 춤과 노래를 적절히 섞어 관객에게 서사를 전달한다. 현대무용과 스트릿 댄스의 동작을 활용하여 장면은 더욱 극적으로 묘사되고, 관객은 화려한 무대에 보다 서사에 집중하게 된다.


또한, 고어와 한자가 많아 어려워할 관객들을 위해 대사, 가사를 스크린에 띄워준다. 귀로 듣기만 하면 어려워 보일 수 있으나 익숙한 한글이 무대 옆에 자리 잡고 있으니 보다 마음이 편한 상태로 관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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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른 묘미는 극에 등장하는 ‘부채’다. 판소리 영상을 찾아보면 부채를 들고 있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부채가 <적벽>에서는 연기 소품의 하나가 된다. 칼이 되어 서로의 목을 겨누기도 하고, 부채가 접혔다가 펼쳐지는 소리는 악기만큼이나 차져 극의 긴장감을 더욱 높여준다.


삼국지 내용을 다는 모르더라도 적벽대전의 이야기는 유명하기도 하고, 수능/모의고사 국어 지문에도 나온 적이 있어 내용을 조금씩은 알고 있을 것이다. 전쟁이 일어났다, 조조가 도망친다, 조조의 새타령, 관우와 조조가 만난다. 이러한 단편적인 내용만을 알고 있어도 극에 흠뻑 빠져들게 될 것이다.


텍스트로 존재하는 글을 읽는 것과 그 내용이 시청각적으로 풀어져 눈앞에 펼쳐지는 것은 확연히 느낌이 다르니, 이번 기회에 이 거대한 서사를 재미있게 마주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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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이 극을 보기 전에 제일 기대했던 부분은 ‘젠더리스 캐스팅’이었다. 작년에 극이 올라왔을 때 입소문을 탄 큰 이유도 이 젠더리스 캐스팅이었기 때문에 어떻게 구현되었을지 궁금하기도 했고, 삼국지는 남성 위주의 서사이기 때문에 그 서사에 여성이 어떤 방식으로 들어가게 되었을지도 의문이었다.


공명, 조자룡, 주유 세 인물은 여성 배우가 연기한다. 최근 다양한 공연에서 남성과 여성 배역의 경계를 없애는 시도가 점점 일어나고 있는 만큼 큰 의의가 있는 도전이다. 남성 중심의 고전 서사를 여성이 연기하는 것은 상상 이상으로 짜릿한 일이었고, 판소리가 낯설다는 이유로 이 짜릿함을 포기하기에는 너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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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판소리를 현대와 접목해, 보다 사람들이 다가가기 쉽게 만들어주고 있다. 작년 <금란방>은 전기수 캐릭터가 나와 국악과 뮤지컬 넘버가 함께 어우러져 마냥 예스럽지만은 않은 세련된 극이 만들어졌고, 뮤지컬 <아랑가>는 서사가 진행되는 중간중간 해설을 판소리로 하여 극의 긴장감과 분위기를 한층 끌어올려 주는 효과를 주었다.


<적벽> 역시 이처럼 판소리를 마냥 어렵고 낯선 것이 아니라 재밌게 향유할 수 있는 예술이라는 걸 알려주는 하나의 예시가 되었다. 판소리를 처음부터 누리기 어렵다면 쉽고 재미있게 풀어주는 극부터 도전해보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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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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