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정동극장 기획공연 - 적벽 : 가자, 적벽으로!

글 입력 2019.04.05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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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디로 새로운 장르의 공연이었다. 판소리라고도, 뮤지컬이라고도, 가무극이라고도 정의할 수 없는, <적벽>만의 새로운 장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판소리의 형식을 많이 살려낸 형식이었다. 그러면서도 힘있게 이어지는 군무 역시 관객들을 압도했다. 소리와 강도 높은 안무를 동시에 소화하는 배우들. 반주가 없는 부분에도 한 사람과 같은 호흡으로 노래하는 모습을 보며 얼마나 열심히 연습했을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소리 전공자부터 뮤지컬 배우까지, <적벽>을 공연하는 스무명의 배우들. 그리고 현대적인 요소가 가미된 <적벽>만의 새로운 음악. <적벽>은 판소리라는 전통적인 공연 틀에 현대적인 요소를 적절히 배치하면서 이를 세련되게 해석해내기 위해 수많은 고민을 한 흔적이 가득했다. 그렇게 <적벽>만의 장르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앙상블과 안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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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명의 배우들이 거의 100분 내내 무대에 등장한다. 퇴장이 가끔씩 있긴 하지만 이는 장면에 맞는 새 부채를 가지고 오는 정도의 시간이 전부였다. 무대에 계속 등장해 있는 것은 굉장히 체력적으로 힘든 일이다. 암전도 적어 배우들은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진행이었다.

군무가 어긋나면 안 되는 것은 당연하지만, '아니리'(판소리의 '아니리'를 가져온 형식의 합창이지만 편의상 아니리로 적겠다)를 읊을 때 역시 한 명이라도 박자가 엇나가면 안 된다. 빈틈없이 무대를 채워나가는 배우들을 보며 역시 앙상블 부문에 노미네이트 된 것은 그만큼의 노력과 실력이 있었기 때문임을 알 수 있었다.

안무는 무용극이라고 봐도 될 만큼이나 다양하고 역동적이었다. 사실 춤에 대해선 잘 아는 것이 없어 어떤 부분이 한국 무용에서 가져온 것인지, 어떤 부분이 스트릿 댄스에서 가져온 것인지 확실히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유연한 선을 살리면서도 강인한 힘이 느껴지는 안무는 적벽 대전의 강렬한 분위기를 십분 전달해주었다.



젠더프리 캐스팅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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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북을 읽고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주유 역의 이금미 배우는 소리 전공자인데, 젠더프리라는 것을 별로 새롭다고 느끼지 않았다고 한다. 판소리는 소리꾼 1명이 이야기를 이끌어나가기 때문에, 어떤 역할이든간에 소리꾼이 모두 소화해내기 때문에 '젠더 프리'라는 말을 굳이 사용하지 않아도, 너무나도 당연했던 것이다.

공명과 주유 외에도 조자룡, 정욱 그 외 여러 군사들을 여성 배우들이 연기한다. 적벽대전이 남성 서사인 것은 사실이지만 여성이 연기한다고 해서 전혀 문제가 될 부분이 없는 역할들이다. 제작진의 의도가 무엇이였는지는 알 수 없겠지만, <적벽>은 판소리의 특성을 살리기 위한 요소로 여성 배우들을 캐스팅하는 시도를 한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적벽>을 본 뒤로 드는 생각은, 아무리 <적벽>에 대한 후기를 읽어봤자 한 번 보는 것만 못하다는 것이다. 배우들이 펼쳐내는 공연의 압도감은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다. 100분간 펼쳐지는 화려하고 열정적인 '적벽대전'을 보러 가길 망설이고 있다면, 주저없이 말해주고 싶다. '가자, 적벽으로!'


[박희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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