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가장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아 [공연예술]

낭독뮤지컬 <어린 왕자>
글 입력 2019.04.05 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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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어른들을 위한 동화



사실 필자는 ‘어린 왕자’ 텍스트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어린이 필독도서 목록에 꼭 하나씩은 있던 그 책을 처음 접했을 때는 너무 어렸기에 이해도 안 되고 재미도 없었다. 그렇게 어린 왕자와 화해하지 못한 채 십 년 정도의 시간이 흘렀고, 이번에 다시 이 텍스트를 접했을 때야 비로소 깨달을 수 있었다. 왜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는 수식어가 붙는 건지.


예전에도 이야기한 적이 있는 것 같지만, 대부분의 이야기는 ‘관계’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어린 왕자 역시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이 있다. 장미의 입장도, 어린 왕자의 입장도, 여우의 입장도, 한 사람에게 딱 하나의 이미지만 있는 것이 아닌 것처럼 어른이 되어가며 우리는 모두의 상황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필자 역시 어른이 되어 관계를 알아가면서 어릴 때 이해하지 못한 장미나 여우 이야기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제일 감명 깊게 본 부분도 그 부분이기 때문에 장미와 여우 이야기를 조금 해볼까 한다.




02.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특별한 꽃



어린 왕자는 바람을 타고 날아온 장미꽃을 길들이지만 늘 행복한 관계를 맺지는 못했다. 꽃은 가끔 너무 까다로웠고, 계속 보살펴줘야 했으며, 어린 왕자는 그런 장미의 마음을 의심할 때가 있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점점 지쳐갔다.


어릴 때는 장미가 나쁜 역할인 줄로만 알았다. 어린 왕자를 계속 귀찮게 하다가 떠날 때가 되어서야 후회하는 그런 역할. 그랬던 아이가 지금은 장미에 이입하며 눈물을 흘리며 보고 있었다. 장미는 사실 나쁜 게 아니라 서툰 거였고, 우리는 누구나 장마의 입장이 되어 사랑하는 마음을 부정하거나 그에 무지했던 순간이 있었다.



꽃이 하는 말을 듣지 말걸. 난 그걸 듣느라 향기 맡을 생각을 못 했어. 듣기 싫었던 가시 이야기도 그냥 안타깝게 생각해주고 들어주면 되는 거였는데. 그땐 몰랐어. 뭘 해주는 게 아니라 그냥 옆에 있어 주길 바랐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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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네가 나를 길들이면 얼마나 근사할까

“나를 길들여줘. 가령 네가 오후 4시에 온다면 나는 3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 거야.”

이 구절은 어린 왕자에서 유명한 구절을 꼽으라면 꼭 들어가 있는 정말 유명한 말이다. 여우 이야기는 저 구절로만 기억하고 있었고, 왜 여우가 어린 왕자와 서로 길들이는 관계가 되고 싶었는지, 왜 떠날 것을 알면서도 관계 맺기를 시도했는지 알지 못했다. 다시 보아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우리는 모두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는 사실이 강하게 다가왔다.

 맞아, 우리는 늘 관계를 맺을 때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다. 그 정성이 모여 관심과 애정이 되는 것이고, 여우는 밀밭을 보면 어린 왕자를 떠올릴 수 있게 되는 거겠지.


네가 나를 길들이면 얼마나 근사할까. 네 발소리는 날 부르는 음악이 되고 바람에 흩날리는 저 금색 밀밭을 보면 황금빛 네 머리칼을 떠올리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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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낭독극으로 피어난 어린 왕자


동화같은 텍스트에 영상과 음악이 어우러지면 하나의 구연동화를 보는 느낌이다. 커튼 위에 쏟아지는 별이나 여우 인형(입이 움직여서 더더욱 구연동화 느낌이다.) 같이 시각적으로 아름다운 것들이 많아 보고 있으면 동화 속 한 장면에 들어온 기분이 든다.

어떤 사람은 장미와 여우에, 또 어떤 사람은 가로등지기에 공감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은 생텍쥐페리에 공감하기도 한다. 각자의 상황이나 심정에 따라 이입되는 인물도, 정도도 다 다르기에 매번 느낀 점이 달라지는 것이겠지.

때로는 어른들을 감싸 안아주는 어른을 위한 동화도 필요하다. 이런 생각을 하는 어른이 많아서 어린 왕자가 꾸준히 읽히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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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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