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나는 왜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는가

SF뮤지컬 보고 온 모녀의 후기
글 입력 2019.04.04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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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어렵다.."


-이는 공연을 보고 나온 두 모녀가
동시에 내뱉는 말 한마디 였다.


정말 오랜만이어서 그런지, 아니면 소재가 독특한 뮤지컬을 접하게 되어서 그런지 설레는 마음으로 엄마와 함께 발걸음을 맞추며 대학로로 갔다. 도착하자마자 받은 것은 공연 전에 알아놓으면 좋을 뮤지컬에 대한 해설과 작가의 한 마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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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영아, 이거 좀 어렵겠는걸?" 엄마의 한 말씀이셨다.

원래에도 심오하고 철학적인 것을 좋아하는 우리 두 사람이었지만, 이 정도로 내용이 깊을 줄 예상치 못 했었다.

뮤지컬 내용 해설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밀양림'이라는 곳은 과일조차 썩지 않는 최첨단자연환경을 가진 미래사회이다. 남자 주인공 '유울모'는 바깥 세상에서 밀양림으로 돌아왔다. 바깥 세상은 잿빛으로 가득한 곳이지만, 진짜 살아있는 ‘생명’이 있는 곳이다. 유울모는 바깥세상을 계속 회상하던 도중, 그의 앞에 '미아보라'라는 수상한 여인이 나타난다.

알고보니 미아보라는 유전자 테러로 인해 식물로 변해가고 있는 여성이었다. 그런 그녀에게서 ‘바깥세상’을 느낀 유울모는 어느날 갑자기 사라진 그녀를 쫓기 시작하고, 밀양림을 파괴하려는 자들을 알게된다. 그리고 그런 그들을 파괴하려는 공안부등 여러 장애물이 계속해서 나타난다. 이 과정 속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해야 되는 유울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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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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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읽고 있던 도중,
뮤지컬의 막이 오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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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조금 아쉬웠지 않아, 엄마?"

"그러게. 그건 엄마도 이해를 잘 하지 못했어."

기대를 너무 많이 했어 그런지 살짝 아쉬운 점이 여럿 있었다. 우선 무대 배경이 조금만 더 미래 사회 같았더라면 몰입이 더 잘되었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중간중간에 나오는 미디어 아트로 배경을 한 것도 좋았지만, 전체적인 무대 배경에 대한 한켠의 아쉬움이 남아있다.

또한 몇몇 장면들에서 '굳이' 강조한 것들이 눈에 띄었었다. 예를 들어 치킨과 쥐를 결합한 신비한 동물에 대해 찬양하며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라던가, 유울모가 바깥세상에 나갔을 때 만났던 여자분의 행동이나 몸짓들을 자극적으로 과장한 것들 말이다.

"아 근데 어르신들이 왜 그렇게 많이 오셨는지 알 것 같다"

"우리 앞에 두 줄로 앉으신 어르신들 말하는 거지?"

"응 맞아, 엄마"

"아 그리고 엄마는 무대 위에 있는 드럼치는 분이 정말 멋졌어. 그 어느 뮤지컬에서도 무대 위에서 직접 연주하진 않았잖니!"

반면, 뮤지컬을 유심히 잘 관찰하다 보면 세 분의 어르신들이 계신다. 이 세 분은 처음으로 뮤지컬이란 무대에 서신 분들이다. 이렇게 캐스팅을 했다는 점에서는 정말 박수를 쳐줄 만 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새로운 장르의 뮤지컬로 도전한다는 것 자체에도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

'사람이 사는 곳이지만, 사람이 운영하지 않는 곳, 밀양림. 시민의 행복을 위해 만들어졌지만, 밀양림을 운영하는 것은 사람이 아니다. 우리는 어디에서 살아갈 것인가 밀양림은 정말 파괴될 것인가'

시놉스의 마지막 문구다. SF뮤지컬<나는 왜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는가?>는 결국엔 유토피아를 지향한 디스토피아를 그리고 있다. 사람을 위해서라곤 하지만 결국엔 사람을 위해서가 아닌, 이도저도 아닌 곳. 그런 곳이라면 과연 우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공연을 끝까지 관람하신 분들은 알겠지만 마지막에 남자 주인공인 유울모가 사과를 먹고 막이 끝난다. 이 뜻을 전혀 몰라 집에 가는 내내 엄마와 함께 토론을 해보았지만 결론이 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다시 생각해보니, 유울모는 결국엔 밀양림을 선택한 것이 아닐까 라는 조심스러운 추측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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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가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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